심은하하면 당대 최고의 톱스타라 불리던 그녀의 결혼식에서 벌어진 웃지 못할 해프닝이 떠오른다.
보통 스타들의 결혼식에선 취재 경쟁이 뜨겁긴 해도 취재진들의 움직임은 굉장히 자유로운 편이다. 날이 날이니만큼 스타들도 취재진들에게 매우 호의적이다. 하지만 이런 취재진을 부담스러워하는 스타들도 종종 있다. 탤런트 이요원의 결혼식이 그랬고 김승우·김남주의 결혼식 역시 포토라인 밖으론 움직일 수가 없었다.
심은하의 결혼식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결혼식장에 입장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신부의 얼굴조차 볼 수 없을 만큼 보안이 철저했다. 앞이 깜깜했다. 인터뷰는 힘들더라도 아름다운 신부가 된 심은하의 얼굴을 시청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보여줘야 되는 거 아니겠는가.
아무리 둘러봐도 사방이 경호원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몇몇 취재진들은 등산객 복장을 한 채 뒷산으로 몰래 침투를 시도하다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하기도 했었다.
답답한 마음으로 모든 취재진들이 하염없이 취재 방법을 궁리하던 끝에 현장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서 식장 진입을 시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심은하의 결혼식인 만큼 충분히 쓸 만한 그림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말이다^^.
드디어 필자보다 덩치가 족히 두 배는 더 될 듯한 수십 명의 경호원들 앞에서 오프닝 멘트를 힘차게 날렸다. “여러분 심은하씨를 만나보시죠~”라는 마지막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필자는 경호원들 틈을 비집고 식장으로 돌진했다. 모두들 들어가다 말거라 생각했는지 경호원들 역시 날 제지하지 않았고 그때다 싶어 카메라가 쫓아오건 말건 있는 힘껏 힘차게 내달렸다.
하지만 몇 m도 못가고 수십 명의 경호원들에게 붙들려 더 이상의 진입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와이셔츠 단추가 죄다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거의 ‘반 누드’ 상태로 모든 취재진들의 카메라에 심은하가 아닌 필자가 표적이 되어 버렸다. 이날의 사건(?)은 ‘연예가 중계’를 통해 고스란히 방송이 됐고 각종 인터넷 뉴스에서도 심은하의 결혼식 뒷얘기로 많은 부분을 장식하게 됐다.
그리고 얼마 뒤 드디어 심은하를 만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절대 밝힐 수 없는 누군가를 통해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심은하 부부의 당일 스케줄을 알아내고 현장에서 약간의 잠복 끝에 결국 심은하와의 만남에 성공하게 된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알고 왔느냐며 당황해 하는 그녀는 필자의 많은 질문에도 “이런 관심이 부담스럽고 이제 정말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런데 차에 오르기 전 그녀가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아직도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고 계신데 다시 연예계로 컴백할 의사는 없으십니까?”
“글쎄요. 지금은 제가 뭐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죄송합니다.”
그 말을 긍정적인 뜻으로 받아들이는 건 비단 필자뿐일까? 그녀가 다시 ‘만인의 연인’으로 돌아오길 바라며 예쁜 2세의 탄생을 다시 한 번 축하한다.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