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 ||
지난 12일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이와 같은 충격적인 소식이 보도됐다. 그동안 연예계에 소문은 계속 돌았지만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채업은 연예인들의 도박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더욱 심각한 문제다. 더구나 조폭과 연계된 연예인들은 방송가에서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연예인들이 조폭과 사채업에 어느 정도 개입되어 있는지 그 실태를 알아본다.
연예계 떠도는 ‘꽁짓돈’의 실체
연예계에 이런 사채가 거래되던 관행은 이미 십 수 년 동안 계속되어 왔다. 그런데 특이한 사안은 연예계에서 사채가 통칭 ‘꽁짓돈’으로 불려졌다는 점이다. ‘꽁짓돈’은 소위 ‘하우스(불법 사립 도박장)’ 용어로 도박장에서 빌려주는 급전을 의미한다. 대개 담보는 고급 승용차다(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에 중고차 매매업자 역할의 이세창이 중고차 확보를 위해 경마장에서 승용차 담보 사채를 돌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이게 ‘꽁짓돈’이다. 그만큼 연예인이 사채를 빌려 쓰는 경우 대부분이 도박 빚을 갚기 위해서라는 얘기).
대마초만큼이나 도박은 연예계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 오래 전부터 해외 원정 도박을 다니는 연예인이 여럿이었고 강원랜드 단골 연예인도 상당수다. ‘끼’가 넘치는 연예인의 성향이 도박과 잘 부합된다는 게 연예 관계자들의 설명이기도 하다.
이번에 경찰에 적발된 사건 외에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사채를 유통시키고 있는 조직 폭력배가 여러 명이라는 게 사채업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부분 룸살롱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나가요걸(룸살롱과 같은 유흥업소의 접대 여성)’을 대상으로 일수 형식의 사채를 놓던 조직이다. 오랜 불황과 성매매특별법으로 인해 최근 몇 년 새 사채업자들의 주요 사업이 유흥업계에서 도박계로 옮겨왔다.
이렇게 ‘일수’에서 ‘꽁짓돈’으로 사업 영역이 바뀌며 연예인 고객에 대한 가치가 급상승했다. 불법 카지노바와 같은 도박장에서 큰손으로 불리는 연예인이 상당수로 대부분 급할 때 ‘꽁짓돈’을 빌려 쓴다. 대부분 큰돈을 빌리는 데다 원금 회수율도 높다. 어느 정도의 인기만 유지되면 꾸준한 수입이 보장되는 데다 만약의 경우엔 밤업소 출연으로 빚을 탕감할 수 있다. 또한 ‘언론에 알리겠다’는 얘기가 그 어떤 강압적인 협박보다 효과적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돈 필요한 연예인이 누군지에 대한 정보가 절실해져 이를 중계해주는 연예인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사건의 주인공들은 누구?
이번 사안이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온 결정적인 이유는 연예인이 연예인을 대상으로 사채놀이를 했다는 부분이다.
이번에 이름이 거론된 이들은 모두 네 명으로 개그맨 H, L, 탤런트 Y, 가수 K다. 평소에도 매우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던 인물들이다. 이들은 모두 연기자 C와도 가까운 관계인데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C 역시 이번 사안에 개입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이들이 친분을 쌓게 된 계기는 어느 연예 기획사를 통해서다. 이들 모두가 이 연예 기획사에 소속되어 있던 것은 아니었으나 투자자 K 씨를 통해 친분을 쌓았다고. K 씨는 지방 도시를 근거로 한 조폭 관계자로 연예계에도 두루 인맥이 많았다. 이런 이유로 이들 가운데 한 명은 한동안 K 씨의 근거지인 지방 도시로 집을 이사했을 정도. 가까이 살며 친형제처럼 지낼 정도로 친분이 남달랐다는 얘기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십 수 년 전에만 해도 연예인이 조폭과 매우 가깝게 지내왔다. 조폭 출신 연예 기획사 관계자도 여럿이었고 밤무대 등에 출연하면서 조폭 관계자들과 인연을 맺는 경우도 많았다. 이번 사안에 연루된 이들 역시 이런 계기로 조폭들과 친분을 쌓아왔으며 ‘꽁짓돈’을 통해 조폭의 사업에까지 깊이 관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이들이 받고 있는 혐의가 모두 사실로 밝혀진 것은 아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들이 ‘사채업’에 개입해 있을 것이라는 정황이 포착됐을 뿐 정확한 증거가 확보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 연예인에 대한 경찰 조사도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이들에 대한 수사는 대부분 관계자들의 진술에 의존해야 해 어려움이 크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연예 관계자들은 “연예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이들 가운데 조폭들과 어느 정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이들이 상당수”라며 “이런 친분으로 인해 오해를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다만 급전이 필요한 연예인을 친분 있는 조폭에게 소개해주고 일정 부분의 소개비를 받는 사례는 이미 연예계에서 오래된 관행이라는 게 연예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나이트클럽 출연 담보로 사채 써
연예인들 중 상당수는 사채로 인해 방송 활동까지 지장을 받고 있다. 실제로 연예인 S는 사채업자들이 기획사 사무실에 찾아와 집기를 부수는가 하면 여러 차례 구타까지 당했을 정도. S의 측근에 따르면 S는 오래 전부터 사채업자들에게 협박을 받으면서도 도박을 끊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 측근은 “심지어 동료들이 정신 좀 차리라고 때리기도 했는데 도통 말을 듣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연예인 D는 나이트클럽 공연장에도 사채업자들이 ‘동행’하고 있다고 한다. 업소 출연을 담보로 출연료를 받아 사채빚을 갚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 수년 전부터 D가 공연하는 밤무대에는 사채업자들이 함께 다니고 있어 일부에서는 그의 매니저로 알고 있기도 하다고. 이들 사채업자들은 D 외에도 자신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연예인들의 나이트클럽 출연 스케줄을 직접 관리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 연예인이 직접 사채업자로 나서 동료 연예인을 상대로 고리대금업까지 행하고 있는 것은 도의적으로 그릇된 일. 하지만 “이미 뿌리 깊은 오랜 연예가-조폭의 유착 관계 때문에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그동안 몇몇 연예인들이 수면 위로 등장하며 뉴스로 소개되고 있으나 이 작은 ‘꼬리’마저 제대로 처단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조성아 기자 zzanga@ilyo.co.kr
신민섭 기자 kism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