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최근 정든 MBC를 떠나 프리랜서를 선언한 안혜경이 MBC 새 주말연속극 ‘진짜 진짜 좋아해’를 통해 방송인에서 연기자로 변신한다. 본인의 드라마 데뷔작을 ‘폭풍’에 빗대 소개한 안혜경은 자신의 연기력이 폭풍의 영향력을 좌우할 ‘비구름’이라고 설명한다. 그만큼 기대와 자신감이 크다는 얘기로 들리는데 속내까지 그렇진 않은 듯하다.
“너무 걱정돼요. 기상캐스터로 알려진 제가 연기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말들이 많을 텐데 연기까지 못하면 어떡해요. 너무 빠른 게 아니었나, 정극이 아닌 시트콤으로 시작했어야 하나 등등의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요.”
이번 드라마에서 안혜경이 맡은 역할은 청와대 영양사 ‘노진경’. 그는 이 캐릭터를 ‘밉지 않은 악역’이라고 소개한다. 연기가 처음이라 준비할 게 많아 보인다.
“연기 학원을 다닐까 싶었는데 감독님이 ‘틀에 박힌 정형화된 연기만 나올 수 있으니 아무런 준비하지 말고 현장에서 직접 배우라’고 얘기해 그냥 대본만 수도 없이 반복해서 보고 있어요. 요리사가 아닌 영양사라 요리 연습까지는 필요 없었어요. 게다가 ‘진경’이는 유난히 요리를 못하는 영양사로 설정돼 있거든요.”
이번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MBC 관계자의 권유 때문. 한번쯤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온 안혜경은 결국 오디션을 봤고 김진만 PD에게 합격점을 받아 비중 있는 조연으로 합류하게 됐다. 그렇다고 이번 드라마를 계기로 방송인에서 연기자로 완전히 전업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내 밥그릇은 방송 진행이라 생각한다”는 안혜경은 “다양한 분야에서 끼를 발산하고 싶었다”고 얘기한다.
한 가지 분명한 부분은 이번 드라마를 계기로 안혜경이 방송인에서 연예인으로 완벽하게 거듭났다는 부분이다. 물론 지금까지도 ‘얼짱 기상캐스터’라 불리며(본인은 ‘얼짱’이라는 호칭이 무척 민망하다지만)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려왔지만 말이다.
“방송국에서 지내온 게 벌써 몇 년째지만 여전히 연예인을 보면 가슴이 떨려요. 지금도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사인을 받고 싶고 그래요.”
기상캐스터로 MBC에서 근무하던 4년 여 동안 안혜경은 신인 연예인을 보고 인기를 끌지의 여부를 예상하는 ‘스타캐스터’로도 명성이 높았다고 한다. 스타가 될 만한 신인들은 얼굴 뒤로 광채 같은 게 엿보인다고. 가장 대표적인 예가 조인성과 비. 둘 다 신인 시절 MBC 엘리베이터에 동승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마다 가슴이 떨릴 만큼 눈부신 광채를 봤었다고 회상한다.
기상캐스터로 활동할 당시의 경험을 묻자 안혜경은 ‘독도 절도사건’을 얘기한다.
“독도에서 일기예보를 촬영한 적이 있어요. 당시 MBC와 KBS에서 60여 명이 함께 독도에 갔었는데 여자는 제가 유일했어요. 이틀 동안 독도에 있었는데 따로 잘 곳이 없어 헬기장에서 노숙하고 씻지도 못했지요. 게다가 준비해 간 식량은 채 하루도 안 돼 떨어지고 말았어요. 이틀째 되는 날 KBS 스태프 한 분이 사발 면에 물을 붓고 익히다 급히 촬영 나갔어요. ‘그냥 두면 불어서 못 먹는다’는 핑계로 제가 그냥 먹었지요. 그 분은 괜찮다고 했는데 다른 분들이 한동안 저를 얼마나 놀렸는지 몰라요.”
이처럼 독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를 순회하며 야외 촬영을 했던 추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아쉬운 부분은 전국을 다 돌아다녔지만 평양까지는 다녀오지 못한 점이다. 이런 아쉬움은 EBS 북한전문 프로그램 ‘코리아! 코리아!’를 진행하며 대신하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믿음과 재미를 줄 수 있는 방송 진행자가 되고 싶다”는 목표처럼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 각지의 시청자들 가까이로 다가갈 것이다. 그리고 이번 연기자 데뷔가 그에게 더욱 다양한 경험과 풍성한 감성을 선물할 것으로 기대한다.
신민섭 기자 ksim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