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적으로 데뷔한 성은. 그래픽=장영석 기자 | ||
신인 가수를 데뷔시켜 일정 수준으로 올려놓기 위해서는 적어도 1억 원가량의 투자금이 필요하다. 음반 및 뮤직비디오 제작비를 비롯해 홍보 비용까지 돈 들어갈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비교적 음반 제작 비용이 덜 드는 싱글 앨범의 경우에도 5000만~6000만 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다. 그런데 음반 시장이 극도로 침체된 이후 가요계에는 좀처럼 돈이 흐르질 않는다. 음반 시장의 오랜 불황으로 투자자를 찾기 힘들고 디지털 음원 판매 비용 등의 대체 수입원도 아직은 큰돈이 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모바일 누드 촬영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
첫 스타트를 끊은 이들은 3인조 여성 그룹 뮤즈였다. 2004년 12월 모바일 누드 화보를 공개한 이들은 데뷔 이전에 누드 화보를 공개한 최초의 연예인으로 기록되며 숱한 화제를 뿌렸다. 이로 인해 가수의 본분인 음반보다 상업적인 누드를 먼저 공개했다는 부분에서 네티즌의 비난 여론에 시달리기도 했다. 모바일 성인 콘텐츠 업계 관계자들 역시 데뷔도 하지 않은 예비 연예인의 누드 화보를 서비스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얘기한다. “이동통신사(이통사) 관계자에게 신인 가수들이 이런 방식을 통해서라도 데뷔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부분을 강조했다”는 한 관계자는 “새로운 콘텐츠 개발로 성인 콘텐츠 시장의 질을 높이고 주춤해진 연예인 누드 열풍을 되살리자는 업계의 취지를 이통사가 동의해줘 서비스가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뮤즈의 데뷔 음반은 2005년 1월에 나왔다. 뮤즈는 데뷔 음반과 뮤직비디오를 들고 가요계에 새로운 섹시 아이콘으로 부각되는 듯했으나 곧 활동을 접어야 했다. 세 명의 멤버 가운데 한 명이 개인 사정으로 이탈하면서 3인조 활동이 어려워진 것. 이미 3인조로 앨범과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놓은 상황에서 2인조 활동은 불가능했다. 2인조로 다시 음반과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기에는 또다시 비용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 이런 까닭에 뮤즈는 한창 활동을 펼쳐야 할 시기에 멈춰 섰고 현재는 여성 2인조로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가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새로운 음반을 준비중인 한현남(위)과, 데뷔 전에 누드 화보를 공개한 3인조 여성그룹 뮤즈. 현재 1명이 이탈하고 2인조로 활동하고 있다. | ||
결과적으로 성은의 가능성을 믿고 투자한 누드 서비스 업체는 큰돈을 벌었고 성은 역시 연예인 데뷔에 성공한 것. 모바일 누드 화보 제작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 가수로 데뷔하는 방식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음을 성은이 입증한 것이다.
한현남의 경우 이미 영턱스클럽으로 활동하며 유명세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약간의 차이점은 있지만 모바일 누드 화보를 촬영하게 된 과정은 앞선 경우와 유사하다. 모바일 누드 화보를 통해 자금을 확보해 가수로서 제2의 출발을 시도했기 때문. 우선 모바일 누드 화보를 통해 한현남은 기존의 남성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해 여성적인 이미지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누드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한현남은 성형수술 등 이미지 변신을 위한 비용을 해결했다. 마침내 확실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한현남은 현재 새로운 음반을 준비 중이다.
▲ 왼쪽은 ‘사제누드’로 화제가 됐던 김하니. 오른쪽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누드’를 선보인 이태리. 둘 다 가요계에서 성공하지는 못했다. | ||
최근에는 이태리가 그 계보를 이었다. 지난 연말 모바일 누드 화보를 공개한 이태리는 크리스마스 콘셉트에 맞춘 누드로 세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후 싱글 앨범을 발표해 음악 전문 케이블 TV에서 가수로 활동을 시작했으나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수준 높은 누드 화보 콘텐츠로 인해 가능성을 인정받아 대형 연예 기획사로부터 콜을 받았다고 한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가요계 데뷔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이 몇몇 더 있다. 데뷔 음반 제작을 마치고 모바일 누드 화보 공개가 임박한 2인조 여성 그룹은 기자에게 “옷 벗어 가수가 됐다는 시선을 받을지라도 개의치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부풀렸다. 이들은 “누드 화보도 하나의 콘텐츠로 연예계 활동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가수로서 활동하며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이런 방식의 가요계 진출을 주도하는 곳은 콘텐츠 업계에서 투자사 역할을 맡고 있는 BP 업체(콘텐츠 제작업체인 CP 업체의 콘텐츠를 이동통신사에 공급하는 업체)가 맡고 있다. 이들은 신인 가수가 소속된 음반기획사에 자금을 투자한다. 그렇다면 투자를 맡고 있는 BP 업체에서는 최근의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업계 관계자는“성은의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별다른 수익을 남기지 못했지만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신인 가수의 데뷔를 돕기 위해 이런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분명 어려움도 존재한다. “몇몇 음반기획사가 ‘공중파 출연’과 같은 계약 사항을 위반해 스스로 신뢰를 허물어트리고 신인 가수에게도 정당한 기회가 제공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는 게 바로 그것.
결국 지금과 같이 공중파 출연과 같은 계약 조건을 음반 기획사가 지키지 않을 경우 이런 형태의 가요계 데뷔가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누드 촬영까지 불사하며 가수 데뷔를 준비하는 신인 가수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인 사안이다.
반면 연예 관계자들의 반응은 아직 물음표다. 누드 서비스라는 강수를 두고 데뷔할 경우 이후 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또한 성은의 경우 에로배우 당시의 인기가 원동력이었고 본인의 끼와 열정이 워낙 남달랐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가요계가 워낙 불황이라 다른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부분에선 이견이 없다.
신민섭 기자 ksim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