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노란 폭탄 머리에 속사포 같은 말투로 대중에게 한방에 찍혀버린 스타 노홍철은 나의 고등학교 1년 선배다. 될 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했나? 누가 봐도 당시에 이미 슈퍼스타였던 선배의 한 일화.
어느 날 노홍철이 내가 있던 교실의 뒷문을 열고 큰 소리로 “야 이 자식들아. 왜 이렇게 시끄러워! 정숙해 정숙! 정숙!” 그러고는 사라졌다. 일순간 교실은 조용해졌다. 그랬는데 잠시 후 누군가 교실 앞문을 살며시 열며 “음, 이 반은 아주 조용하군. 나쁘지 않아” 그러는 거다. 또 노홍철이었다. 당황한 우리들은 한동안 자지러졌는데 아마 그때부터 이미 그는 누군가를 즐겁게 해주기 위한 방법을 연구 중이었나 보다.
학교 축제 때는 여장을 해서 근엄하신 선생님들까지 쓰러지게 만든 장본인 노홍철은 방송인이 돼서 다시 만났어도 정말 한 치의 변함이 없었다. 지난 추석 때 한 보육원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인터뷰를 하는 도중 그의 선행이나 쓰레기를 줍는 사진 등이 가식이 아니냐는 네티즌들을 의식한 질문을 던졌다. 그랬더니 그는 조금도 당황한 기색 없이 “아직은 제가 뭘 몰라서여.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알게 해야 돼요~”라는 재미난 대답을 내놓았다.
그것이 재치를 보여준 인터뷰였다면 겸손을 보여준 일화도 있다. 한 패션쇼장에서 모델로 선다는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만나러 갔다. 허나 3시간이 넘게 그가 도착하지 않는 거였다.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멀리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를 연신 외쳐대며 그가 땀이 뒤범벅이 된 채 달려왔다. 알고 보니 다른 스케줄 때문에 올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기다리고 있는 우리를 위해 녹화가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달려왔던 것. 그는 그날 밤 잠들기 전 나에게 전화를 해서 너무너무 미안하다는 말을 다시 한 번 건넸다.
자신의 매력이 뭐냐고 물었을 때 신고 있던 신발속의 키 높이 깔창을 꺼내드는 솔직한 남자가 노홍철이다. 그의 매력은 바로 넘치는 재치와 상상력,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겸손함, 그리고 당당한 솔직함이 아닌가 싶다.
조금은 과한 듯한 콧소리로 역시 비호감 연예인이라 불리는 현영은 짧은 인터뷰에도 정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한 패션쇼장에서 만났던 그녀는 섹시한 포즈를 10개만 취해보라는 까다로운 부탁에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열 가지를 보여주었다. 이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비호감이 아닌 호감을 주기 위한 그녀의 노력 아니었을까.
한 영화제 시상식에서 다시 만난 그녀에게 원래 이렇게 아름다웠냐고 물었더니 “음, 쫌 (수술이) 잘됐죠?”라며 재치와 솔직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나저나 개인적으로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 나와 함께 출연했던 한 오락프로에서 스피드퀴즈 도중 화교를 ‘중국 사람들이 많이 믿는 종교’라고 설명한 건 지나친 재치가 아니었는지?? ^^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