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아직까지도 폐지되지 않고 있는, 나의 ‘창작의 자유’를 뺏어가는 사전심의제가 있으니 바로 ‘인터뷰지 사전심의제도’다.
도대체 누구에 의해 나의 질문의 자유와 시청자들의 알 권리가 잃어가게 되는고 하니 다름 아닌 스타의 매니저들이다. 그들의 검열을 거치고 나면 대본의 반 이상이 잘려 나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이 가위질하는 질문들은 대개 이성 친구, 가족 이야기, 남자 스타들에겐 군대 문제까지 스타들에게 꺼려지는 부분들이라 할 수 있겠다.
지금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god 출신 연기자 윤계상이 첫 주연으로 데뷔하는 영화촬영 현장에서 인터뷰 할 때의 일이다. 당시만 해도 윤계상이 그룹에서 탈퇴하기 전이던 때라 god 관련 질문들이 꼭 필요했는데 이런 질문들을 반길 리 없었다.
결국 ‘사전심의제(?)’가 두려웠던 나는 매니저에게 god 관련 질문이 빠진 인터뷰 대본을 보여줬고 오케이 사인을 받은 후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도중 god 멤버들의 반대는 없었느냐, 현재 멤버들과의 사이는 어떠한가 등의 질문을 던졌고 무척이나 당황한 윤계상은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서 말하지 못했다. 당시 나는 그의 대답을 통해 그가 그룹에서 탈퇴할 지도 모른다는 직감을 받았지만 이 인터뷰는 결국 방송되지 못했다.
누가 뭐라 하던 일단 질문을 던져 보자는 게 나름대로의 소신인데 윤계상의 경우와는 다르게 바로 이 정공법이 의외로 큰 수확을 가져다 줄때도 있다.
정식으로 공개한 적은 없지만 연예계에 공인된 커플인 이동건과 한지혜 두 사람이 함께 출연했던 드라마가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었을 때다. 역시나 인터뷰 전 이와 관련된 질문은 그야말로 절대 금지 요구를 받았다.
하지만 인터뷰를 하면서 나는 또 한 번 누구의 허락도 없이 둘 사이는 무슨 사이냐, 정말 잘 어울리는데 혹시 만나고 있는 건 아니냐는 등의 조금은 과한 질문 등을 던졌다. 물론 빙빙 돌려 답변을 했지만 “차라리 그냥 사귀세요~”라는 내 멘트에 유쾌하게 웃는 그들을 보며 눈치 빠른 시청자들은 아마도 그들의 사이를 직감했을 거다.
사전심의를 무시한 질문들을 워낙 자주 던지다보니 이제는 나 보고 독한 리포터라고들 한다. 내 입에서부터 시작된 배용준 독도 관련 발언은 나름대로 유명한 일화이고 심지어는 얼마 전 리포터가 나라는 이유만으로 조승우·강혜정 주연의 영화 <도마뱀> 촬영 현장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적도 있었다.
앞으로도 인터뷰를 진행하며 질문지를 둔 싸움은 끝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바라는 건 조금만 더 양보의 미덕을 발휘해 달라는 거다. ‘사전심의’가 아닌 충분한 ‘사전조율’을 통한다면 더욱 솔직하고 멋진 인터뷰가 나올 텐데 말이다.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