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기간 팬들의 변함 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김승현은 기자에게 ‘연예인’들을 만날 때와는 달리 남다른 편안함을 주는 스타였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한때 김승현은 ‘큰 바위 얼굴’이라는 닉네임을 얻기도 했는데 알고 보니 이건 궁리 끝에 만든 ‘이미지 전략’이었단다. 방송 데뷔 이후 큰 우여곡절은 없었지만 방송 데뷔 이전 수많은 고생을 했다고 한다. 한 시간여 나눈 인터뷰 동안 ‘말 잘하는’ MC와의 대화는 술술 잘도 풀려갔다.
먼저 매일 아침 시청자들과 만나는 SBS <김승현 정은아의 좋은 아침> 얘기부터 꺼냈다. <김승현 정은아의 좋은 아침>은 지난해 무려 2000회를 돌파하고 현재 2300회를 넘어선 장수 프로그램. 한선교의 바통을 이어받아 2년 3개월째 진행을 맡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김승현의 간판 프로 중 하나다.
“<여성시대>를 한 10년 정도 진행하다가 그 연장선상에서 맡게 된 프로그램이었죠. 아무래도 주 시청자들이 아주머님들이라 어디 가면 밥도 더 주시고 고깃집에 가면 추가로 더 주시기도 해요(웃음).”
총 100명 가까이 되는 프로그램 제작진 모두가 다 모이기는 힘들지만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는 MT를 가서 화합을 다진다고 한다. 김승현은 이 프로그램의 인기 요인에 대해 “워낙 초석을 잘 다져놓은 데에 저는 그냥 얹혀가는 거죠”라며 웃음을 보였다. 그는 이어 함께 진행을 하고 있는 정은아, 조형기에 대해서도 칭찬을 덧붙였다.
“정은아 씨나 조형기 씨와 호흡이 너무 좋아서 녹화 끝나면 서로 ‘다음 녹화 때까지 또 언제 기다리니’라고 말할 정도로 너무 편해요. 정은아 씨하고는 <머리가 좋아지는 TV>라는 프로그램을 한 2년 함께 했었는데 보이는 그대로 단정하고 굉장히 쿨해요. 농담도 잘하고 배포가 남자같이 시원시원해요. 조형기 씨는 정이 많고 꼼꼼하고 눈물도 많아요. 세 사람 모두 MC인데 조형기 씨 이름을 제목에 못 넣어서 좀 미안하죠. 이름이 너무 길어져서….”
김승현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은 그의 재치 넘치는 멘트와 게스트를 배려하는 편안한 진행에 격려를 보내고 있다. MC로서 본인이 생각하는 장점은 무엇일까.
“제가 무대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그 덕을 많이 본 것 같아요. 제가 역사로 치면 정사에 나오기 전에 야사에서 거칠게 뛰었던 셈이죠. 대학 축제에도 워낙 많이 다녔고 군대도 해군홍보단을 갔다 왔기 때문에 한 20명 앉혀 놓고 사회 본 적도 있어요. 그야말로 사회란 사회는 다 봤어요. 그래서 어느 무대에 갖다놔도 긴장하지 않는다는 게 장점이랄까요?”
그가 방송에 데뷔하게 된 계기도 행사 무대에서 열심히 잘했던 덕분이었다. 행사장에서 그의 실력을 알아본 방송 관계자들이 ‘추천’을 한 덕에 ‘특채’로 방송에 진출하게 된 것. 그러나 방송에 진출한 이후 나름대로 고민도 많았었다고 한다.
“제가 91년 <유쾌한 스튜디오>의 ‘착각퀴즈’로 데뷔했는데 제 나름대로 튀어 보이려고 연예인들한테 때로 ‘쫑크’를 주기도 했어요. 서른이 다 돼 데뷔를 해서 저로선 치열한 생존 전략이었는데 나중엔 ‘어유, 김승현 씨한텐 말을 못 걸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렇게 하다간 오래 못갈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 (이)수만이 형이랑 얘기하다가 ‘얼굴 큰 걸 활용해서 이미지를 만들어보자’란 생각을 떠올렸어요. 그때 만든 말이 바로 ‘큰 바위 얼굴’이에요. 실제로도 제 머리가 크구요 하하. 처음엔 톡톡 튀는 게 절 알리는 데엔 좋을지 모르더라도 좀 편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선 변화를 줘야겠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또 그 무렵에 <여성시대> 진행을 맡게 되면서 잘 자리를 잡아갔던 것 같아요.”
▲ SBS 러브FM <손숙 김승현의 편지쇼>(위),<김승현 정은아의 좋은 아침> 2000회 특집에 절친한 친구들이 축하. | ||
“비유가 적절할진 모르지만 예를 들어 신사동에 아구찜 집이 많으니까 사람들이 몰려가고 경쟁하게 되는 거잖아요. MC도 많아져야 서로 라이벌 의식을 가지면서 실력도 늘 텐데 그렇지 못한 점이 좀 안타깝죠. 제가 어쩌면 운이 좋은 거예요. MC로서 막차를 탄 거거든요. 한때 방송국에서 전문MC도 선발하고 그랬는데 그 친구들이 자리 잡을 때까지 기다려주지 못하고 그러다보니 흐지부지됐죠.”
김승현은 절친한 친구들인 박상원 차인표 정준호에 대한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여기에 박찬호 선수까지 5인방의 친분은 연예가에서도 유명할 정도. 김승현은 몇 달 전 차인표의 ‘추천’으로 차인표, 신애라 부부가 소속돼 있는 기획사와 처음으로 전속 계약을 맺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 멤버들과 친해지게 된 남다른 사연이 있었다고 한다.
“상원이랑은 묘한 인연이 있어요. 벌써 10여 년 전이었는데 그때 상원이가 한창 잘나갈 때였거든요. 저는 무명에서 막 탈출을 하려던 때였죠. 상원이가 카드회사 모델이었고 그 기업의 행사 때 제가 사회를 봤어요. 상원이가 게스트로 행사에 참석했는데 저한테 와서 ‘참 잘한다. 언제 기회 되면 보자’면서 전화번호를 달라고 하더라구요. 그러다 제가 바로 방송에 데뷔하게 돼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됐어요. 나중에 ‘내가 좀 도와주려고 했는데 틈도 없이 알아서 방송국에 들어오더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더라구요.”
차인표랑은 김승현이 심은하와 함께 ‘토요일 토요일이 즐거워’ 사회를 볼 때 사회자와 출연자의 관계로 인연을 맺게 됐다. 정준호는 차인표와 함께 출연했던 <왕초> 팀이 드라마 종영 후 미국으로 관광 겸 공연을 갔는데 당시 김승현이 그 공연의 사회를 맡으면서 친해지게 된 케이스. 이후 박상원과 의형제를 맺은 박찬호랑도 알게 되면서 모두 가족처럼 두터운 우정을 나누고 있는 중이다.
김승현은 5월부터 새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나선다고 한다. 기상캐스터 출신 안혜경과 함께 MBC 지방 방송국 14개사가 모여 만든 가요프로그램인
“후배 MC들에게 도움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저는 지금 그만 무대를 떠나라고 해도 그동안 이렇게 해온 것만으로도 참 감사하고 있어요. 앞으로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끝까지 열심히 할 겁니다.”
[김승현 프로필]
1960년 1월 19일 생.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 및 동 대학원 졸.
1994년 연기대상 최우수진행상 등 수상.
<도전 1000곡(SBS)> <머리가 좋아지는 TV(SBS)> <메디컬쇼 인체는 놀라워(MBC)> <결정 TV 콜로세움(MBC)> <외국인 대설전(SBS)> <김승현 정은아의 좋은 아침(SBS)> 등 다수.
조성아 기자 zzang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