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들과 함께 따뜻한 시간을 보낸 최수종의 겸손한 소감이다.
사실 필자는 적잖은 경우 연예인들의 선행이 시청자들에게 주는 감동을 떠나 그들의 철저한 이미지 전략이라고 보는 편이다. 고아원, 요양원 등에서 불우한 이들과 반나절 정도 함께하고 진실이건 아니건 간에 쉽게 보기 힘든 그들의 눈물까지도…. 일명 ‘사랑의 리퀘스트’식 그림은 스타들의 이미지에 분명 플러스효과가 될 테니 말이다. 심지어 요즘은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의 면죄부로 이용(?)되는 단골코스가 아니던가.
하지만 그 와중에도 진심으로 선행을 베푸는 스타들은 분명 있게 마련인데 나를 비롯해 스타의 선행을 가식으로 보는 많은 사람들을 머쓱하게 만드는 주인공은 바로 앞서 말한 최수종이다.
명예검사로 활동하고 있는 최수종, 김태희가 검찰총장과 함께 서울의 한 장애인학교를 찾은 현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밴 안에서 행사 시작을 기다리는 여느 스타와는 다르게 장애인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모습부터가 참 인상적이었다. 이날 취재진들의 취재경쟁이 치열해서 누구를 위한 행사냐는 얘기까지 나왔지만 아무튼 카메라가 돌건 안 돌건 하루종일 온몸으로 노력하는 아름다운 스타 최수종을 보며 감동을 먹었던 게 사실이다.
사실 이날 함께한 김태희는 행사시간에 30분이나 지각을 했다. 또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시상식도 아닌데 매니저들의 지나친 집중마크 때문에 인터뷰를 따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 이유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기 위함은 분명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재미있었던 점은 아이들도 우리에게 최고의 미인으로 사랑받는 천하의 김태희가 아닌 최수종을 더 따르고 좋아했다는 사실.
나를 감동시킨 또 한 명의 스타는 바로 인순이다. 혼혈인으로서의 설움을 딛고 세월이 지나도 늘 정상의 자리에 있는 그녀의 노력은 이미 높이 존경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물을 본 건 그날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악성뇌종양을 앓고 있는 한 열두 살 소녀의 소원이 인순이 이모 같은 가수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인순이를 제일 좋아해 꼭 함께 노래하고 싶다는 그 소녀의 소원을 들어주는 현장에 함께했었는데 전날도 항생제치료를 받았다는 소녀였지만 인순이를 만난 순간부터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인순이 역시 자신의 딸 처럼 함께 노래해주고 인터뷰를 하는 내내 즐거워 보였다.
그런데 아이가 잠시 화장실을 간 순간 그녀는 쏟아져나오는 눈물을 참기 힘들어했다. 인순이는 아이를 보고 진한 아픔과 안타까움을 느꼈지만 아이 앞에선 꾹꾹 눈물을 참고 일부러 더 밝은 모습만 보였던 것이다. “어른들이 아이 앞에서 약해지면 안돼요…”라며 말을 잇지 못하던 인순이와의 인터뷰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인터뷰였다.
최수종이나 인순이와는 다르게 아직까지는 선행을 이용하는 스타들이 더 많은 듯하다.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자선바자회 현장에서 인터뷰 도중 “오늘 무슨 일로 오셨죠?”라는 리포터의 질문에 답을 떠올리지 못해 당황하며 행사관계자를 급하게 찾는 스타도 있었으며 무슨 일이 있을 때만 카메라, 기자들을 부르는 자기과시형 스타들도 있다. 정치에 입문하기 위해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스타들도 있고 카메라 뒤에선 곧바로 짜증 내는 스타들도 있다. 또한 행사 취지를 떠나 개런티부터 챙기려는 스타들도 있다. 이들에게 최수종의 진실된 미소와 인순이의 진실된 눈물을 보여주고 싶다.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