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봉순’이에게 다가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망가지는 연기야 감독의 연기 지도와 순발력으로 어떻게 해볼 수 있겠지만 외국어를 방불케하는 강원도 사투리의 완벽한 구사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 출연 제안을 받고 강원도 사투리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아무 걱정 말라고 약속하시며 내민 비장의 카드가 동료 배우 김말숙이었어요. 말숙이가 강원도 사투리 개인 교사가 돼준 거죠.”
강원도 삼척 출신의 김말숙은 시트콤 ‘달려라 울 엄마’에서 구수한 강원도 사투리를 선보여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바 있다. 이를 주의 깊게 관찰한 제작진은 그에게 유진의 강원도 사투리 개인교사가 되어줄 것을 부탁했고 그 인연으로 이번 드라마에 유진의 절친한 친구로 출연하게 됐다.
“1, 2회 대본이 교재였어요. 지금도 1, 2회 대본을 전부 외울 정도로 연습했으니까요. 말숙이가 발음 하나하나를 세세히 가르쳐 줘 쉽게 적응할 수 있었어요.”
유진이 드라마 준비 과정에서 가장 가깝게 지낸 이가 김말숙이라면 촬영 현장에서 주로 호흡을 맞추는 사람은 류진이다. 시청자들은 진짜 이름까지 같은 류진(임유진)-유진(김유진)의 연기 호흡을 두고 ‘진진조’라는 별칭까지 붙여준 상태. 유진은 선배 류진에 대해 ‘첫인상과 실제 모습이 전혀 다른 사람’이라 얘기한다.
▲ 드라마 <진짜 진짜 좋아해>의 한 장면. | ||
이제 유진은 청와대 입성을 준비 중이다.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유진이 청와대에 입성하는 까닭은 물론 드라마를 위해서다. 대통령이 추억하는 어린 시절 입맛에 딱 맞는 강원도 반찬을 조리할 수 있는 까닭에 봉순이가 청와대 요리사로 취직하게 되는 것.
“청와대에는 딱 한 번 가봤어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재임하시던 90년대 후반으로 국가 홍보 CF를 촬영하기 위해서였죠. 당시에는 별 다른 불편 없이 청와대에 들어가 하루 종일 촬영에 임했는데 알고 보니 그곳이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데가 아니더라고요.”
당시 인기 그룹이었던 SES의 일원으로 청와대 본관 앞 잔디 밭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CF 촬영에 임했던 유진은 “열심히 활동하라”며 격려해준 김 전 대통령과의 짧은 만남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대통령과 함께 국가 홍보CF를 찍을 만큼 인기 절정이었던 SES가 이제는 공식 해체됐지만 멤버들 사이의 우애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유진이 가장 자주 만나는 친구들이 SES 멤버였던 바다와 슈. 특히 요즘엔 시간이 날 때마다 세 명이 모여서 지리산을 찾곤 한단다.
“수영(슈의 본명)이네 부모님이 지리산 자락에 집을 짓고 살고 계세요.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놀러가곤 해요. 평상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때론 밤을 새우며 고스톱을 치기도 하죠.”
유진이 연예계에 데뷔하던 당시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여성 3인조 그룹 SES로 연예계에 데뷔한 유진은 멤버들 가운데서도 가장 신비로운 외모로 주목을 받았다. 이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최근 드라마에서 선보이고 있는 유진의 망가짐은 다소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오래 전의 기억일 뿐이라며 이제는 배우 유진으로 봐달라고 얘기한다.
망가짐이 즐겁다는 얘기는 이제 가수뿐만 아니라 배우로서도 궤도에 올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괌에서 온 미소녀 가수가 강원도 산골 처녀가 됐듯이 유진 역시 하이틴 스타의 옷을 벗고 배우로 거듭나고 있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