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민수 | ||
먼저 최장시간 인터뷰는. 말 안 해도 웬만한 이들은 짐작할 수 있으리라. 바로 최민수다. 언제나 자신만의 독특한 철학과 난해한 수식어들로 보는 이들을 항상 힘들게(?) 만드는 우리의 최민수 형님. 역시나 인터뷰에서도 그의 어법은 장황하고도 화려했다.
마땅히 소개할 멘트가 없어서 그냥 ‘배우’ 최민수라고 소개했더니 시청자인사도 생략한 채 대뜸 ‘배우론’을 나에게 설명해 주는 게 아닌가. 스타가 되고 싶다는 꿈으로 시작해서 인정받는 배우로 이르게 된 과정을 총망라한 그의 배우론을 듣고 인터뷰를 시작하기까지 무려 20여 분이 넘게 걸렸다. 그의 명언(?)들을 직접 눈앞에서 듣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지루하진 않았지만 어느새 인터뷰가 끝나고 시계를 보니 무려 50분이 흘렀다. 3분 나갈 방송을 위해 노력해 준 최민수의 프로다움에 경의를 표하지만 어쨌건 장황한 인터뷰는 어김없이 편집대상 1순위다. 아쉽지만 방송에서 그의 멋있는 말들을 하나도 들을 순 없었다.
다음으로 최단시간 인터뷰의 주인공은 얼마 전 결혼을 발표한 자우림의 김윤아와 치과의사 출신 김형규 커플이다. 김형규가 원장으로 있는 치과에 찾아가서 맨땅으로 헤딩하기 식의 인터뷰를 시도했다. 수차례 고사 끝에 “그럼 내일 다시 오라”는 연락을 받고 정성껏 질문을 준비해 갔지만 그가 인터뷰에 응해준 시간은 불과 2분여 남짓. 인터뷰는 첫인사와 거의 동시에 바로 끝인사로 이어져서 방송에선 마이크를 든 나의 팔만이 덩그러니 아주 짧게 나왔을 뿐이다. 하지만 김형규는 연예리포터 경력이 있는 터라 2분간 해준 멘트는 모두 방송에 쓸 수 있는 ‘땡큐 인터뷰’였다~. ^^
다음으로, 내가 가장 많이 만나본 최다 인터뷰 상대 연예인은 누구일까. 놀랍게도 주인공은 연예인이 아닌 디자이너 앙드레김이다. 실제로도 <연예가중계>의 최다출연자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그는 알다시피 각종 패션쇼, 각종 결혼식, 시상식 등의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곤 한다. 어림잡아 그를 만난 횟수만 해도 서른 번이 넘는 듯하다. 화려한 수식어와 세련된 멘트로 인터뷰를 멋지게 디자인(?) 해주곤 하지만 가끔은 TV코미디의 단골소재가 되는 그만의 언어세계 때문에 인터뷰 도중 웃음을 참지 못한 일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지난달 이아현의 결혼식 때 신부 이름을 ‘김아현’으로 말해서 내가 정정해주니 특유의 말투로 연신 ‘oh~ pardon~ oh~ pardon~’ 하는 그의 모습에 웃음을 참느라 혼났었다.
▲ 앙드레김(왼쪽), 노홍철, 박지빈 | ||
인터뷰도 성공 못하고 나에게 기네스기록으로 남겨진 일화도 하나 있다. 제목을 붙여보자면 ‘8시간의 잠복’이랄까. 형사도 아닌 나를 잠복하게 만들었던 주인공은 바로 신정환이다. 몇 달 전 불법도박사건 이후 방송에 컴백한 그를 첫 녹화 현장에서 인터뷰하기 위해 기다린 시간만 8시간이었다. 당연히 섭외 불가능한 인터뷰였는지라 촬영팀과 함께 아침부터 잠복이라는 강수를 택했다. 그러나 8시간의 기다림도 헛수고였고 인천공항의 여러 출국 게이트 중 그는 우리의 흔적이 뜸했던 출구로 빠져나가 바로 사이판으로 출국했다고 한다.
이색 기네스기록도 있다. 먼저 최고의 오디오 데시벨을 기록한 스타는 다름 아닌 노홍철이다. 워낙에 산만하고 정신없기로 유명한 그이지만 마이크에 대고 그렇게 인터뷰를 크게 할 줄이야. 인터뷰 내내 소리를 지르는데 나는 견딜 수 있다지만 오디오체크를 하느라 이어폰을 꼽고 있는 카메라 감독님은 뭔 고생이더냐. 앞으로 노홍철을 인터뷰 할 때 오디오테스트는 필수일 것 같다.
또 다른 이색 기네스기록은 바로 제일 지저분했던 인터뷰스타다. 지면에 쓰기 미안한 내용이지만 워낙 지난 일이고 이제 그들도 모두 군대도 갔다 왔고, 웃어넘기리라 믿는다.^^ 주인공은 역시나 노홍철만큼 산만하기로 유명한 크라잉넛이다.
몇 년 전 홍대클럽에서 그들을 인터뷰했는데 의외로 진지하고 차분해서 깜짝 놀랐었다. 하지만 이도 잠시. 인터뷰를 진행하던 나는 정말 고약한 냄새에 인터뷰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멤버 중 한 명이 인터뷰 도중 심한 방귀를 뀌었던 것. 록밴드답지 않게 소리마저도 조용했던 그 방귀는 정말 말 그대로 소리 없이 강했고 그들은 미안한 마음도 없이 즐겁게 계속 인터뷰를 하려 했었다. 내 생각은 하지도 않은 채…. 근데, 그러한 크라잉넛 그들만의 자유로움을 또 느끼고픈 건 왜일까?^^
이런 재미있는 기네스들이 있기에 스타들과의 추억이 생긴다. 먼 훗날 그 추억들로 한 권의 기네스북을 만들기 위해 그들과의 우정을 앞으로도 계속 쌓아 나가려 한다. 나의 인터뷰에 기록을 세워줄 만한 스타는 또 누가 될는지 기대가 된다.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