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고인의 유골을 우체국 택배박스에 넣어 납골당에 보내는 ‘송골 서비스’가 성행하고 있다.
‘내용물 유골, 파손주의’라고 명시된 택배가 이번 주도 어김없이 사찰 겐쇼인에 도착했다. 이 사찰이 송골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2013년 10월. 이후 한 달에 평균 4~5번 정도 유골이 택배로 들어오고 있다.
가족이 숨지면 친척이나 고인의 친구, 회사 동료 등과 함께 장례식을 치르고 49일이 되는 날 죽은 자를 위한 법요를 거행, 비로소 납골당에 유골을 안치하는 것이 일본의 일반적인 장례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장례를 간소화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져, 밤샘이나 영결식 등 장례의식을 생략한 채 바로 화장하는 ‘직접장(直葬)’이 늘었다. 거창한 장례식은 불필요하며, 무덤이 없어도 괜찮다는 사람도 허다하다.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는 일본의 장례. 그 가운데서도 유골을 택배로 보내는 ‘송골 서비스’는 단연 눈길을 끈다. 대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 걸까. 절차는 의외로 간단했다. 먼저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재팬에서 ‘송골’이란 단어를 입력하면 관련 업체들의 홈페이지가 줄줄이 검색된다.
이 중 사이타마현 소재의 사찰을 예로 들자면, 고인의 종교·종파·국적에 상관없이 일본 전역으로부터 납골이 가능하다. 홈페이지에서 신청한 후 기본료 3만 엔(약 28만 원)을 계좌이체로 입금하면 유골함을 넣을 수 있는 상자, 완충재, 운송장 등이 포함된 우편박스가 전달되는 것. 여기에 유골함을 넣고 자치단체가 발행하는 매장허가서를 동봉해 택배로 보내면 끝이다.
다시 말해 유족들이 화장한 유골을 직접 사찰로 가지고 갈 필요가 없으며, 심지어 전화 한 통 하지 않아도 유골을 처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존과 사뭇 다른, 어찌 보면 야멸차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실제로 어떤 사람들이 송골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을까.
이와 관련, 겐쇼인의 주지 하시모토 스님은 “사람마다 송골 서비스를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고 전했다. 가령 “혼자 사는 친척이 숨졌지만, 거의 왕래가 없었던 탓에 유골 처리가 부담스럽다”는 여성이랄지, “와병 중이라 어쩔 수 없이 아내의 유골을 송골 서비스에 맡긴다”는 80대 노인, 그리고 “수십 년 전 처자식을 버리고 집을 나간 아버지의 유골을 거뒀으나 아직도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고, 그런 아버지를 위해 교통비는 물론 무덤에 비싼 돈을 들이기 싫다”는 50대 남성의 사연까지.
송골 서비스 업체 홈페이지.
대부분 핵가족에 의한 혈연관계 약화, 고독사, 가난과 같은 ‘사회의 어둠’에 있는 사람들로, 단절된 현대 사회의 슬픈 자화상을 보여준다. 하시모토 주지는 “친인척과 연락이 닿지 않거나 어렵사리 연락이 닿아도 사체를 거부하는 일이 태반이다. 돌아갈 곳 없는 고인을 위해 비난을 감수할 각오로 ‘택배’라는 방법을 고안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유골을 택배로 보내는 수단만 빼고 나머지는 일반적인 공양과 같다. 우선 유골이 도착하면 본당의 제단에 올려 예불을 드리고 공양한다. 이후 공동묘에 합사하거나 추가 비용(약 70만 원)을 지불할 경우 개인 납골을 진행하는 구조다.
다만 유골을 택배로 보내는 것에 대한 위화감과 분실 혹은 파손의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일본 우체국택배에서 ‘유골’은 금지 대상이 아니다. 적절하게 포장만 잘되어 있다면 택배로 보낼 수 있는 것. 참고로 우체국을 제외한 나머지 택배회사들은 유골을 다루지 않는다.
만일 배송 과정에서 유골이 분실됐을 때는 일반 택배와 마찬가지로 30만 엔(약 280만 원) 이내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3000원가량의 요금을 내고 분실보험을 들 경우 50만 엔(약 470만 원) 이내의 보상금이 지급된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하나뿐인 유골이 사고로 분실된다면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터. 따라서 일각에서는 송골 서비스를 두고 “유골을 물건 취급하다니…” “터무니없는 서비스다”는 비난이 거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법의학자 우에노 마사히코 씨는 “우체국택배로 유해를 보낸다는 사실이 끔찍하다. 최후의 이별인 만큼 최소한 직접 유골을 들고 가 향불이라도 피워주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반면,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유명인도 있다. 작가 쓰지 마사키는 “유해가 돌아갈 곳이 없어 떠돈다면 본인에게나 주변 사람에게나 슬픈 일이다. 적어도 유골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인 사람들에게는 송골 서비스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산골(散骨) 역시 예전에는 ‘유골을 뿌리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비난을 받았다”면서 “현재 일본은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해 노인대국이 됐다. 조문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송골 서비스가 어떤 이들에게는 나름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하시모토 주지는 <주간겐다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송골 서비스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아직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부모의 묘를 자식이 돌보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예전 방식만 고집하다가는 사찰은 시대에 뒤떨어지고, 어려운 이를 돕겠다는 본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일본 장례 변천사 시신 바로 화장 ‘직접장’ 증가세 일본 장례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거 장례를 치르는 장소라고 하면 집이나 절이 많았다. 그러나 버블경제기 전국적으로 장례식장이 늘어나면서 집이나 절에서 치르는 장례가 거의 사라졌다. 2000년 중반부터는 장기불황으로 인해 장례 절차를 간소화하고 시신을 바로 화장하는 직접장이 증가했다. 여기에는 경제적인 부담과 친족과의 인간관계가 멀어진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본소비자협회가 2010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일반 장례에 들어가는 평균비용은 200만 엔(약 1900만 원)이었으나 직접장의 경우 18만 엔(약 170만 원)에 불과했다.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