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생한 대륙>의 한 장면. | ||
일본 AV 업계 최대 축제인 ‘AV OPEN’은 일종의 영화제 성격을 갖고 있다. 하지만 AV 업계의 특성상 극장용 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영화제와는 많은 차이점을 갖고 있다.
우선 수상 여부는 음반과 같이 판매량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일본 AV 업계는 크게 두 가지 시장으로 구분된다. 우선 첫 번째는 국내 에로비디오 시장과 유사한 ‘대여 시장’이고 두 번째는 ‘판매 시장’이다. 단순한 눈요기보다 소장에 관심이 큰 일본인의 특성상 일본 AV 업계의 중심은 바로 판매 시장이다. AV OPEN 역시 판매 시장을 대상으로 한 영화제로 행사 기간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출품작이 수상의 영예를 누리게 된다.
올해 AV OPEN에 참여한 AV 제작사는 모두 16개사로 각 한 편씩 모두 16편이 본선에 출품됐다. 또한 신인 감독을 대상으로 한 ‘챌린저 스테이지’에도 10편이 등록했다. 이 가운데 판매 수익 상위권에 상금이 주어지는 데 대회 총 상금은 2500만 엔으로 이 가운데 영예의 1등에게 1000만 엔의 상금이 전달된다. 대회 기간은 5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로 현재 막판 레이스가 한창 벌어지고 있다.
본선 출품작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역시 <500인 섹스>.실내 체육관에 모인 남녀 각각 250명씩 500명이 250쌍의 커플을 이뤄 집단 섹스를 즐기는 것이 소재다. 남녀 500명이나 되는 에로 배우들의 출연료만 계산해도 제작비가 수억 엔을 넘어서는 블록버스터 AV다. 제작사는 일본 최대 규모의 AV 제작사인 ‘소프트 온 디맨드’로 도쿄스포츠 신문사와 공동으로 이번 AV OPEN을 주최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 최대 규모의 AV 제작사이자 주최업체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블록버스터 AV인 <500인 섹스>를 제작한 것이다.
<500인 섹스>처럼 도전 정신이 넘치는 작품도 만나볼 수 있지만 가장 흔한 본선 출품작은 이미 판매 시장에서 검증된 인기 시리즈나 특수 장르의 신작들이다. 겉에서는 속이 안보이지만 속에서는 바깥 풍경이 그대로 들여다보이는 특수 차량에서 촬영되는 AV로 한국 도심에서도 촬영을 감행해 화제가 된 바 있는 <매직 미리호> 신작을 비롯해 시리즈 누계 판매량이 20만 장을 넘긴 일본 최고 인기 AV 시리즈물인 <드림학원> 10편도 본선에 진출했다. 매년 선발되는 AV 신예 스타인 ‘밀리온 걸’이 출연하는 <밀리온 드림>도 인기 시리즈물에 속한다. 또한 <제복 소녀> <치녀(치한의 여성적 표현) 스페셜> <거유 수사관> <치한학생> 등 변태적인 성향의 특수 장르 신작들도 본선에 진출했다.
새로운 모자이크 기술을 시도하는 실험적인 작품들도 본선에 진출했다. 일본 AV의 경우 헤어누드까지 허용되나 음부는 모자이크 처리를 해야 한다. 따라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모자이크를 하느냐 여부가 AV의 노출 한계를 결정한다. 극소 모자이크 기술인 ‘하리파기리기리 모자이크’를 사용한 <충격! K컵 현역 아이들>과 HDTV의 고화질 영상에 적합한 ‘슈가 모자이크’ 기술을 이용한 <최고의 하이라이트> 등이 대표적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작품들은 바로 실험성이 돋보이는 ‘챌린지 스테이지’ 부문에 진출한 10편의 AV다. 순수하게 실험성과 기획력을 평가하기 위해 2년 미만의 경력을 가진 신인 감독이 200만 엔 이하의 제작비로 작품을 완성해야 한다. 또한 배우들도 AV 출연 경험이 없는 신인들로 제한된다.
역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앞서 소개한 아프리카 현지 로케이션 AV인 <생생한 대륙>이다. 이와 쌍벽을 이루는 작품은 <에로 낙서와 에로틱한 여성>이다. 화장실에 남겨진 야한 낙서에 담긴 사연을 뒤쫓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AV로 실험성이 돋보인다. 또한 ‘밀리오네제’(연봉 1000만 엔 이상의 여성이라는 의미로 부유층 여성을 지칭)의 성생활을 그린 <밀리오네제, 승자의 성습관>도 눈길을 끈다. 본선 진출작과 마찬가지로 <24시간 리얼섹스> <치녀구청 치녀과> <능욕, 여고생 잭> <소녀는 삽입된 생물이다> 등 특수 장르 작품들도 빠지지 않는다. 한국 에로업계와 마찬가지로 흥행 대작 영화의 이름을 패러디한 AV도 찾아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개봉된 일본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패러디한 <지하철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라는 제목의 AV로 서정적인 제목과 달리 변태물이다.
이번 AV OPEN에 참여한 작품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일본 AV 업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 에로 업계는 불황의 늪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일반인의 편견어린 시선과 지속적인 단속으로 인해 일본과 같은 산업화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런 현실에 대해 국내 에로업계 관계자는 “일본 여성들은 한류 스타를 보며 열광하는 사이 한국 남성들은 일본 AV 스타를 보며 흥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