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유비스병원 응급진료센터 원형섭 소장.
현대유비스병원 응급진료센터 원형섭 소장은 “무작정 여행을 떠났다가 뜻밖의 질병을 얻어 오랫동안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종종 있다”며 “떠나기 전에 준비물을 꼼꼼히 챙기고 응급조치 요령을 숙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휴가철 여행에 따른 건강 문제와 주의사항을 살펴본다.
◇빠지면 안 되는 비상 준비물
여행 시 비상약을 준비하지 않아 종종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산과 강 바다 등 은 항상 위험이 도사린다는 점에서 휴가철 비상약과 준비물이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예방접종: 여행전 여행지에서 유행하는 질병과 예방대책에 대한 사전지식은 기본이다. 특히 해외여행 시 현지 풍토병에 가장 확실한 대비책은 예방접종. 출발 1,2개월전 전문의를 찾아 상담한다. 중앙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은 황열예방접종 증명서(엘로우카드)가 없으면 입국을 거부당한다. 파상풍 예방접종은 여행지가 어디든지 맞아두는 게 좋다. 열대지역 개발도상국의 시골지역으로 갈 때는 지역에 따라 장티푸스, A형간염, 광견병 등에 대한 접종을 받는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이후에도 현지의 풍토병이나 각종 질환의 잠복기 중에 있다가 후에 발병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예방약제나 예방주사를 접종한 경우라도 100% 예방효과를 가지는 것은 아니므로 여행 중 또는 귀국이후 발열 등 임상 소견시에는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모기약, 벌레물림약: 휴양지에서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적은 바로 모기 등의 곤충이나 벌레다. 특히 동남아 아프리카 등 말라리아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으로 떠나는 여행객에게 가장 무서운 상대는 모기다. 외출시 물리지 않도록 긴 소매, 긴 바지를 입고 벌레가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퍼메트린 성분이 함유된 약을 뿌려두면 좋다.
▲해열제, 지사제, 소화제: 여행으로 인한 피로나 환경 변화로 열이 나고 설사, 구토, 소화불량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대비해 해열제, 지사제, 소화제는 여행 필수품으로 챙겨가는 것이 좋다.
▲소염진통제: 휴가지에서 간혹 잠을 잘못 자거나 타박상 등을 입어 근육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소염진통제로 응급조치를 하고 아픈 부위의 상태에 따라 사후조치를 취해야 한다.
◇응급처치 방법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돼야 할 휴가에 오점을 남기지 않으려면 우발적인 사고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두는 것도 필요하다.
▲삐거나 골절 당했을 때: 물놀이를 즐길 때 가장 자주 다치는 곳이 발목이다. 물놀이 시 즐겨 신는 슬리퍼나 샌들 등은 젖은 바닥에서 젖은 발로 신게 되면 매우 미끄러워 발목을 다치기 쉽다. 단순히 삐인 경우는 상처부위를 탄력붕대를 넓게 감싸 움직임을 제한시켜 주면, 하루정도 지난 후 부종과 통증이 대부분 사라진다. 또한 단순골절일 경우에는 통증과 함께 상처부위가 부어오르고 멍이 든다. 얼음찜질을 한 후 상처부위를 압박하여 붓기를 없애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때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손상 부위를 가능한 심장보다 높게 해 피하출혈과 부종을 감소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골절 정도가 심하다면 골절 부위가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해주어야 한다. 판자나 박스 등으로 손상된 관절부위와 그 주위에 부목을 대준 후 병원으로 가도록한다.
▲칼에 베이거나 피부가 찢어졌을 때: 산이나 바다에 흩어져 있는 날카로운 물체들은 노출된 피부에 깊은 상처를 내기 쉽다. 상처가 깊지 않고 피 색이 검붉으며 출혈 부위를 압박할 때 쉽게 멎으면 정맥에서 생긴 출혈이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동맥이 손상되면 출혈 정도가 심해서 심각한 위험을 동반할 수도 있다.
날카로운 물건에 긁히거나 베인 상처는 흐르는 물로 상처를 잘 씻어낸다. 상처가 1㎝ 이내라면 소독한 후에 상처가 벌어지지 않도록 압박해 반창고를 붙인다. 상처가 1㎝ 이상이거나 깊을 때는 흉터가 남기 때문에 병원에 가서 봉합해야 한다. 만약 선홍색 피가 박동 치듯이 나오면 동맥 손상을 의미하므로 상처 부위에 깨끗한 수건이나 헝겊을 눌러 지혈하고 심장보다 높게 위치시킨 후에 병원에 가서 치료한다.
▲물에 빠졌을 때: 여름에는 물놀이가 빠질 수 없다. 하지만 집중호우로 물이 불어나 쓸려가거나 보트가 뒤집히는 등 사고도 가장 많다. 물에 빠졌다가 구조된 경우 사람의 배를 눌러 물을 토하게 해서는 안된다. 구토를 하게 되면 먹은 물뿐 아니라 음식물 등의 위 내용물이 같이 나오다가 숨 쉬는 길을 막아 오히려 숨을 못 쉴 수도 있다. 또 숨을 쉬더라도 폐로 흡인되어 이후에 흡인성 폐렴 같은 나쁜 질환을 얻게 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숨을 쉴 수 있도록 기도를 유지하는 자세를 취하고 인공호흡을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고, 이후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 맥박과 호흡이 확인되지 않으면 즉시 인공호흡과 심장마사지를 실시한 후 빨리 의료기관으로 이송한다.
▲더위 먹었을 때: 무더위에 활동하다 보면 흔히 ‘더위 먹었다’고 한다. 이는 열경련과 열탈진이다. 열경련은 더운 곳에서 심한 일이나 운동을 할 때 근육에 경련이 생겨 아프게 되는 것으로 땀으로 수분과 염분이 빠져나가서 생긴다. 열탈진은 기운이 빠지고 두통, 어지럼증, 근육경련, 구역질 및 구토 등의 증세가 나타나는데 염분이 부족해서 생긴다. 열경련이나 열탈진이 일어났을 때는 환자를 공기가 잘 통하는 시원한 곳에 눕혀두면 대개 저절로 회복된다. 환자가 갈증이 난다고 하면 맹물보다는 물에 소금을 조금 타서 간간한 맛이 나도록 해서 먹이는 것이 좋다. 이온음료가 좋다.
하지만 체온이 보통 40도 이상으로 올라가고, 두통, 어지러움, 구역질, 경련 등이 일어나면 열사병이 의심되므로 병원으로 즉시 옮기는 것이 좋다. 체온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헛소리를 하고 의식을 잃기도 하고, 심장이나 간 같은 내부장기들이 망가져서 생명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움말=원형섭 소장(현대유비스병원 응급진료센터)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