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함소원은 누드촬영 경험을 결코 후회하진 않지만 이젠 연기력으로도 평가받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인터뷰는 한적한 오후 시간 도산 공원 인근의 한 카페에서 이뤄졌다. 요즘 함소원은 2년여의 공백을 깨고 대학로 연극 무대를 통해 연예계에 컴백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매니저 없이 혼자서 인터뷰 장소에 나온 함소원은 소탈함과 솔직함으로 기자와의 대화를 압도했다. 누드와 섹시라는 껍데기를 깨고 배우라는 온전한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려 하는 함소원과의 가을 데이트를 소개한다.
오랜만의 만남, “헤어누드도 불사하겠다”던 당당한 섹시 아이콘의 면모를 보이던 예전 기억으로 함소원과의 대화가 시작됐다. 함소원의 누드 화보는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사례로 손꼽히고 콘텐츠 수준도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누드 공개 당시 그가 보여준 당당함은 다른 연예인과 분명 달랐고 지금까지 이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누드 화보 촬영을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제게는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거든요. 특히 성형수술 논란이 불거질 만큼 제 몸매에 대한 찬사가 쏟아질 당시에는 정말 행복했어요. 그 전까지는 저도 제 몸매가 그렇게 예쁜지 몰랐거든요. 딱히 다른 여성의 벗은 몸을 보며 저와 비교해볼 기회도 없었고(웃음).”
예상외로 누드 화보 공개 이후 가장 열광한 팬들은 아줌마들이라고 한다. 지금도 행사장에서 만나는 아줌마 팬들에게 “몸매 너무 예쁘다” “어떻게 관리하느냐” 등의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한 가지 곤란한 부분이 있다면 아줌마 팬들이 자꾸 함소원의 몸매를 직접 만져보려 한다는 것. 허리를 손가락으로 눌러보거나 어깨와 팔 등을 만져보며 “어쩜 이렇게 탄력이 넘치냐”고 물어온단다.
여전히 누드 관련 프로젝트에 동참하라는 제안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역시 누드 화보를 다시 촬영할 계획이 없느냐는 것.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나중에 결혼해서 임신하면 임신 누드는 한번쯤 촬영해보고 싶다”는 말로 완곡히 거절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 누드 촬영을 전제로 10년짜리 전속 계약을 하자”고 제안하는 연예 기획사가 있는가하면 “언제든 좋으니 누드 화보를 촬영하게 되면 나랑 찍자는 내용의 계약을 하자”고 덤비는 이도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그가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다는 부분에 착안해 ‘누드 다이어트 DVD’를 제작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출연 제안은 끊이지 않고 계속됐어요. 그런데 하나같이 섹시한 캐릭터를 내세운 코미디물이었어요. 노출을 바탕으로 한 섹시한 이미지가 언제부터인가 저를 옭아매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쉬운 부분은 그냥 쉰다고 이미지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들어오는 배역이 그 틀을 벗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 뭔가 확실한 전환점이 절실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연극 <예스터데이>로부터 출연 제안을 받게 됐다.
“<파리의 연인>으로 유명한 김은숙 작가님이 대본을 썼다는 부분이 가장 끌렸어요. 김 작가님은 여배우들이 하고 싶은 캐릭터를 만드는 능력이 정말 출중하신 것 같고 글도 너무 재미있어요. 그래서 망설임 없이 출연을 결심했고 요즘 몸은 힘들지만 너무 재밌게 연습하고 있어요.”
관객과 직접 호흡하는 연극 무대에서 NG란 없다. 조그만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곳이 바로 연극 무대다. 이를 제대로 소화해낸다면 연기 내공이 상당히 높아질 수 있지만 여차하면 배우로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제 꿈이 있다면 오래도록 연기에 전념해 ‘주인공 엄마’ 역할을 맡는 거예요. 당장의 목표는 ‘함소원 연기 좀 한다’는 평을 듣는 것이고요. 이번 연극을 계기로 연기로 평가받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주인공 엄마’가 되고 싶은 게 꿈이라는 얘기에서 조금 뭉클한 느낌을 받았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보다 훨씬 어려운 역할이 바로 ‘주인공 엄마’이기 때문이다. 10~20년 변함없는 모습으로 연기에 혼신을 다해야 캐스팅될 수 있는 배역이 ‘주인공 엄마’인 만큼, 함소원도 오랜 기간 변함없는 모습 유지하길 기대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