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지난 2003년 KBS 주말연속극 <진주목걸이> 이후 충무로로 활동 영역을 옮겼던 김유미가 3년여 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왔다. 브라운관 복귀작은 SBS 월화드라마 <독신천하>. 독신주의자인 드라마 작가 역할을 맡은 김유미는 이번 드라마에서 제대로 한번 망가져 볼 작정이다. 막춤은 기본이요, 남자 배우와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는 정도는 예사다. 김유미는 자신이 연기하는 ‘정완’이라는 캐릭터를 직설적인 성격인데다 엉뚱하고 일 저지르고 다니기 일쑤인 사고뭉치라 설명한다. 연기를 하다 보면 평소 쌓인 스트레스까지 다 풀릴 정도라고.
요지부동의 시청률 1위 드라마 <주몽>에 맞서기 위해 ‘파격 변신’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든 김유미를 <독신천하> 제작 발표회장에서 만났다.
“앞으로 두 달 동안은 완벽한 독신주의자가 되어 보려고요. 그래도 드라마가 끝난 뒤에는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오게 될 것 같아요. 언젠가 결혼도 하겠죠. 독신주의자에 대한 별다른 편견은 없어요. 긍정적인 모습과 부정적인 측면을 두루 갖춘 요즘 젊은이들의 다양한 모습들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독신천하>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드라마 내용은 여섯 명의 독신주의자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다. 남녀 각각 세 명의 독신주의자가 만나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까닭에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여섯 명 모두 독신주의를 고수할 수 있을지 아니면 결혼하는 커플이 등장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김유미 역시 29세의 독신주의자로 출연한다.
김유미의 상대 배역은 윤상현과 이현우. 주로 ‘좋아하는 여성을 뒤에서 묵묵히 도와주는 완벽남’ 캐릭터를 맡아온 이현우는 이번 작품에서도 완벽남 이미지를 그대로 이어 간다. 연예계를 대표하는 독신주의자인데다 맡는 작품마다 ‘완벽남’ 이미지를 선보여온 이현우와의 호흡은 어떨까.
“실제로도 완벽한 매력남이에요. 어제 이현우 씨와 서로의 캐릭터에 대해 얘기했는데 사랑하는 여자를 묵묵히 바라보기만 하는 자신의 역할이 너무 답답하다고 얘기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이현우 씨가 적극적인 연애 스타일의 소유자임을 눈치 챘어요. 물어보니 ‘사랑은 쟁취하는 것’이 그의 연애 모토라네요.”
이번 드라마에서 김유미는 전도유망한 드라마 작가로 출연한다. 학창 시절 글쓰기를 좋아해 한동안 작가가 되는 꿈을 키웠었다는 김유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학창 시절의 꿈을 이루게 됐다.
그런데 한 가지 눈길을 끄는 부분은 그가 맡은 역할이 MBC 수목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의 고현정과 상당 부분 닮아 있다는 점이다. 작가와 기자로 극중 직업이 다르지만 둘 다 글 쓰는 직업이라 유사점이 많다. 게다가 두 여배우 모두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망가지는 연기를 선보인다는 부분 역시 흡사하다. ‘청순’ ‘여성스러움’으로 대변되던 그들이 비슷한 시기에 ‘망가지는 연기’를 시도하게 된 것.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이 두 여배우의 연기를 비교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
이 얘기에 김유미는 “제가 고현정 선배님하고 비교된다고요?”라며 놀라는 반응을 보이며 “요즘 이런 캐릭터가 많은 게 추세인 것 같은데 이를 비교하기보다는 독립적인 캐릭터로 봐주시길 바라요”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유명세로 고현정에게 밀리는 듯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싫었는지 “내가 갖고 있는 것도 충분한 만큼 누구와 비교하든 신경 쓰이지 않아요”라는 말로 자신감을 피력했다.
<독신천하>의 연출을 맡은 김진근 PD는 연출 의도를 묻는 질문에 “내가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배우들 제때 밥 먹고 적절히 잠 잘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들려줬다. 이는 곧 일반적인 드라마 촬영장에서 배우들이 제 때 밥 못 먹고 적절히 잠을 자지 못한다는 얘기. 오랜만에 드라마에 출연하는 김유미 역시 이 부분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촬영 초반인데 벌써 얼굴이 핼쑥해 보일 정도다.
“모든 배우들이 미니시리즈를 찍으면 1회 때와 16회 때 얼굴이 달라지기 마련이에요. 그만큼 힘이 드니까. 꾸준히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 역시 배우의 의무인 것 같아 최대한 잘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안타까운 사실은 <독신천하>가 MBC 월화드라마 <주몽>과 같은 시간대에 편성돼 있다는 부분이다. 이성재 엄태웅 김민정 등 최고의 출연진으로 무장한 <천국보다 낯선>이 <주몽>에 밀려 평균 시청률 3~4%를 기록하며 종영한 뒤라 새로 시작되는 <독신천하> 역시 만만찮은 시청률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캐스팅 제안이 들어올 때부터 <주몽>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우리가 열심히 재미있게 촬영하고 있는 만큼 시청자들도 좋게 봐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오히려 <주몽> 때문에 제작진과 배우들이 더 뭉치고 한발 더 뛰어 좋은 드라마가 나올 것 같아요.”
과연 <독신천하>가 <주몽>과의 시청률 경쟁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 낼 수 있을까. 시청률 40%를 넘는 <주몽>의 그림자에 가려지고 말지, <주몽>의 독주를 견제할 대안 세력으로 급부상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