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매너, 끼, 최고를 서비스한다
영화 <사랑 따윈 필요 없어>에서 호스트로 분한 김주혁은 “호스트는 외모보다 매너”라고 증언한 적이 있다. 그리고 화류계 10년차라는 한 호스트바 마담(물론 남자) S씨는 “만능 엔터테이너여야 한다”고 말한다. 호스트바는 크게 정바, 디바, 테바로 나뉜다. 정바는 말 그대로 제대로 접대만 하며 밴드가 있는 곳, 디제이바의 약자인 디바는 그냥 노래방 기기로 노는 곳, 테바는 스테이지가 있어 쇼 위주인 곳을 말한다. 이 중 정바가 가장 물이 좋은데 주로 서울 강남, 특히 역삼동 근처에 몰려 있으며 가격 시설 서비스 면에서 최고를 지향한다고. 다른 지역 호스트바와의 확연한 차이는 ‘선수’의 ‘사이즈’다. “키가 최소 180cm는 돼야 하고 한눈에 드는 잘생긴 얼굴에 몸매도 훌륭해야 해요. 인기 많은 남자 연예인 수준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기생오라비 상’보다 외꺼풀 눈에 남자다운 각이 살아 있는 얼굴이 더 인기라고 덧붙인다. 여기에 화려하고 세련된 의상이 더해진다. 잘나가는 정바 선수일수록 셔츠에 청바지 차림의 부담 없는 캐주얼을 선호한다. 특이한 것은 의상 대부분이 맞춤이라는 것. 몸 자체의 아름다움을 살리기 위해서다. 유행을 따르지 않는 소신도 필요하다. 아무리 스키니 진이 유행해도 청바지는 일자로 약간 헐렁하게, 셔츠는 약간 달라붙게 해 상체를 부각한다. 여름에는 노랑 분홍 등 원색 계열의 면 셔츠나 달라붙는 티셔츠를, 가을 겨울에는 갈색 검은색 등 차분한 색의 고급스러운 실크나 울로 바꿔주는 센스! 액세서리 벨트 구두 등 소품은 그야말로 명품의 퍼레이드. 이렇게 때깔 내는 데만 월수의 반 이상을 들인다.
하지만 잘생기고 잘 꾸민다고 무조건 월수 수천만 원의 에이스(지명도가 높은 상위 호스트)가 되는 것은 아니다. 김주혁의 힌트처럼 ‘매너’가 환상적이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매너란 무엇일까? 문을 열어준다든지 안주를 먹여주는 것쯤은 일상적 습관 같은 것일 뿐이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바로 그것을 해준다’는 지극히 기본적인 접대의 자세. 이것이야말로 쉬우면서도 가장 실천이 어려운, 공자가 말한 인(仁)이 아닌가.
돈=사랑? 그 값비싼 유희
에이스는 단 한 번 눈빛이 교차하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성격과 취향, 고민까지 알아내는 신 내린 듯한 감각이 있다고 한다. 기쁠 때 같이 웃어주고, 슬플 때 함께 울어주며, 술 마실 때 같이 취해주는…. 여자가 남자에게 가장 원하는 공감대 형성과 이해의 능력에서 평범한 남자가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란 얘기다. 한 가지 아이로니컬한 사실은 잘나가는 에이스일수록 약간 ‘싸가지’ 없고 무뚝뚝해 보이는 스타일이란 것. 지극한 정성은 제공하되 남자의 무게는 결코 잃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룸에서는 믿을 수 없는 ‘놀이’들이 벌어진다. 보통은 3.6.9나 쿵쿵따, 경마 게임 등 대학 시절 조인트 엠티를 떠올리게 하는 정겨운 게임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하이라이트는 그 벌칙들이다. 입술로 명함 옮기기부터 서로 입으로 얼음 녹이기, 옷 바꿔 입기, 상대의 신체 만지기 등 진한 쌍쌍 파티가 펼쳐지는 것. 하지만 모든 환희는 선수에겐 로맨스가 아닌 ‘현찰’일 뿐이다. 정바는 양주 1병에 40만~50만 원선, 파트너당 팁은 10만 원선이고, 웨이터가 들락날락할 때나 심부름을 시킬 때 끊임없이 팁이 나간다. 밴드를 부르면 액수가 훨씬 커진다. 두세 명이 놀아도 100만~200만 원은 눈깜박할 새 나간다. 여기서 끝나면 그래도 괜찮은데 재산과 마음이 모두 풍비박산나는 경우가 문제다. 외제차를 굴리는 게 보통인 선수는 대개 일수 빚을 떠안고 산다. 게다가 의상비, 미용실, 피부 관리비 등 매달 나가는 품위 유지비와 살인적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유흥비도 만만치 않다보니 ‘1000만~2000만 원의 현찰은 부담 없이 안겨줄 수 있는’ 스폰서를 잡는 게 일대 비즈니스. 손님에게 비싼 물건이나 현금을 받아내는 것을 은어로 ‘공사 친다’고 하는데 이 세계에선 공사를 잘 치는 게 능력과 직결된다고. 하지만 몇 년에 걸쳐 공사를 친 손님과 정이 들어 간혹 결혼하는 경우도 있다니 금전이 꽃피운 진실한 사랑이 존재하기도 하나보다.
이선배 앙앙 컨트리뷰팅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