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그런데 조폭이 권상우를 협박하는 과정에서 동원된 압박 수단이 단순한 조폭의 알력만은 아니었다고 한다. 특히 협박으로 위약금 10억 원의 각서까지 쓰도록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 매니저 백 아무개 씨는 권상우의 스캔들을 언론에 제보하겠다며 협박했다.
검찰은 권상우가 피해자인 만큼 그가 어떤 스캔들로 협박받았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연예계에선 각종 악성 루머만 양산되고 있다.
워낙 유명 인물인 탓에 김태촌의 협박이 권상우 협박 사건의 핵심으로 부각됐지만 실질적인 핵심 사안은 전 매니저 백 아무개 씨의 협박이었다. 사건의 진행 역시 권상우가 백 씨의 협박 사실을 먼저 검찰에 고소했고 진술 과정에서 김태촌의 협박 사실이 드러나 수사 범위가 확대됐다.
수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박충근)는 2005년 11월 백 씨가 권 씨를 만나 2년간 자신과 전속계약할 것을 요구하며 “스캔들을 폭로하면 네가 무사할 것 같으냐. 어떻게 되는지 두고 보자”고 위협한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곧 이어 백 씨가 유명 폭력 조직인 양은이파와 관계가 깊은 인물이며 또 다른 폭력 조직인 신학동파 출신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결국 백 씨도 조폭이란 얘긴데 이와 대해 백 씨 측은 “정상적인 학업 과정을 마치고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입사한 평범한 매니저로서 조폭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매니지먼트 권한을 자신에게 위임하지 않으면 스캔들을 언론에 제보하겠다고 협박해 각서를 쓰게 한 점은 인정했다. 각서에는 10억 원의 위약금까지 명시돼 있다.
그렇다면 권상우가 10억여 원의 위약금까지 약속하며 각서를 쓰게 된 까닭, 다시 말해 백 씨가 제보하겠다던 스캔들은 무엇일까. 이를 둘러싸고 연예계 주변에는 소문이 무성하다.
연예계 주변에서 가장 먼저 꼽는 사안은 검찰을 통해 흘러나온 도박 연루설이다. 검찰 관계자가 “2005년 11월 당시 다른 연예인이 카지노 도박으로 적발된 후 권상우도 도박에 연루됐다는 얘기가 나돌자 백 씨가 스캔들을 언론과 검찰에 폭로하겠다며 협박해 각서를 받았다”고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문제의 스캔들이 도박 연루설이라는 뉘앙스가 강하게 풍기는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 권상우가 쓴 각서. 백 씨에게 매니지먼트를 위임하고 이를 어길 경우 10억 원을 지급하겠다고 작성돼 있다. 뉴시스 | ||
그러나 이 도박연루설이 문제의 스캔들이라 보기에는 의문이 따른다. 신정환이 불법 카지노 바에서 적발된 것은 2005년 11월 10일이고 관련 기사가 실린 <일요신문> 705호가 발행된 것은 11월 14일이다. 따라서 권상우의 도박 연루설이 세간에 화제가 된 것은 14일 이후인데 각서는 하루 전인 11월 13일에 작성됐다. 그렇다면 세간에 도박 연루설이 알려지기도 전에 각서가 작성됐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일요신문>이 소속사에 먼저 사실 유무를 확인했기 때문에 백 씨는 <일요신문>이 발행된 14일 이전에 이런 내용을 인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건 발발 3일 만에 이를 약점 잡아 각서까지 받아냈다고 보기에는 다소 시간이 촉박해 보인다.
이와 관련해 연예 관계자들 사이에선 권상우 측이 다른 약점을 감추기 위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비슷한 시기에 불거진 도박 연루설을 언급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정환이 도박 혐의로 입건돼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었지만 권상우의 경우이 부분은 당시 검찰 수사 과정에서 ‘관련 없음’을 입증 받아 부담감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쟁점으로 떠오른 사안은 바로 몰래카메라 동영상(몰카)이다. 김태촌이 권상우를 협박한 데 대한 검찰이 수사를 시작할 당시부터 몰카 관련설이 제기돼 왔다. 당시 검찰은 “맞고소 사건의 조사가 전 소속사 측에 불리하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몰카 소동이 발생한 점에 비춰 일부에서 관련 내용을 고의로 흘렸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으나 며칠 뒤 몰카는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입장을 바꿨다.
▲ 김태촌 씨는 자신은 ‘피바다’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권상우 협박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 ||
그렇다면 가장 흔한 열애설도 짚어봐야 한다. 연예인과 매니저 관계로 함께 지내온 백 씨가 가장 손쉽게 알 수 있는 사생활 관련 사안이 바로 열애설이기 때문이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불거진 김하늘과의 결혼설이 눈길을 끈다. 권상우와 김하늘의 결혼설은 각서가 작성된 뒤 보름가량 지난 시점에서 어느 스포츠신문 1면을 장식했다. 물론 이 사안은 양측의 강력한 부인으로 더 이상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만약 이 결혼설이 각서 작성의 계기가 된 사생활이라면 권상우가 톱스타인 김하늘을 보호하기 위해 10억 원의 위약금까지 감수했다는 가정이 가능해진다. 다만 1년 넘게 시간이 흘렀어도 두 사람에게 결혼은커녕 열애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아 이 역시 뜬소문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권상우 측은 “백 씨를 직접 만나 서로의 오해를 풀었고 탄원서까지 제출했다”며 “이번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이다. 당사자들이 직접 만나 오해를 풀었다는 데 그들이 말하는 ‘오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권상우의 조폭 협박 사건의 핵심은 그가 백 씨에게 작성해준 각서이고 그 이면에는 백 씨가 쥐고 있는 권상우의 스캔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이런 복잡한 문제가 ‘오해’에 불과했으며 직접 만나서 오해를 풀었다는 권상우 측의 얘기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에서 권상우는 철저히 피해자다. 따라서 그가 협박당한 스캔들이 어떤 내용인지에 대해 밝힐 이유는 없다. 다만 이번 사례와 같이 매니저가 사생활을 약점 삼아 연예인을 협박하는 행태가 근절될 수 있는 방향으로 수사가 마무리돼야 할 것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