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래드 피트 45세 | ||
얼마 전 KBS 드라마 <하늘만큼 땅만큼>에서 탤런트 홍요섭이 윤해영과 결혼했다. 이 커플의 갈등 요인은 하늘만큼 땅만큼 나는 나이 차, 사제 지간, 초혼과 재혼이란 관계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의견은 이상하리만치 긍정적이다. 오히려 “둘이 너무 잘 어울려요.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라는 축하 메시지가 넘쳐난다. 발해 건국을 배경으로 한 대하 드라마 <대조영>은 스토리 자체보다 빅스타, 최수종과 정보석의 만남으로 폐인 군단이 생길 기세.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의 맥드리미(Mcdreamy, 꿈속의 왕자)로 불리는 패트릭 뎀시는 극중에서 우유부단한 성격임에도 국내외 여성 팬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브래드 피트는 2006년 <피플>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에 등극, 유부남에 아이 아빠라는 현실을 무색케했다. 주연급 배우라는 것 외에 이들의 공통점은 핸섬하고 인기 있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충격적이게도) 남성이라는 사실이다. 터프하고 알싸한 아이돌이 치고 올라와도 나이는 이들의 커리어나 인기에 전혀 걸림돌이 되지 못하는 듯하다. 미중년의 오라는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견고하며 청청하다.
사실 미중년이란 말은 유난히 야사시이(상냥한)한 이미지를 선호하는 일본에서 먼저 알려졌다. 우리나라에 꽃미남 열풍이 불기 전부터 일본에는 미소년 군단이 존재했고 노주현 임채무 박영규 등이 ‘중후한 카리스마’ 트로이카를 형성할 때 이미 오지콘(오지상 즉 아저씨 콤플렉스)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로 멋지고 분위기 있는 중년 남성이 로망의 대상으로 각광받았다. 2007년, 미중년은 우리나라에서 빠른 속도로 메인 스트림을 점령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꿈도 못 꿨을 수십 년 어린 미녀와의 ‘대등한’ 관계, 어린이에서 노인층에까지 고루 어필하는 무게 중심적 포지션, 경제 활동의 주체이자 사치품이나 레포츠의 주 이용층….
▲ (왼쪽 위부터) 조니 뎁 45세, 양조위 46세, 휴 그랜트 48세, 홍요섭 53세 | ||
늘어난 평균 수명도 간과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20년 사이에 8.4세가 늘어나 연장 속도로 보면 세계 최고이다. 현재 기대 수명은 78.2세로 이미 미국을 뛰어넘었고, 유럽과 같은 수준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40세 전후를 의미하던 산술적 중년은 실질적으로는 인생 중 가장 긴 시기가 돼버렸고 그만큼 몸과 마음을 젊게 유지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하지만 잘생기고 자상하다고 다 미중년 클럽에 가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모호하지만 분명 실체가 있는 미중년의 조건은 꽃미남보다 훨씬 까다롭다.
첫째, 경제적 여유로움으로 거대 자본가는 아니더라도 삶을 음미하고 남에게도 베풀 만한 입장은 돼야 한다. 대폿집에서의 고성방가 대신 와인 바에서 산뜻한 와인 한잔을 대접할 수 있는 여유를 말한다.
둘째, 깨끗한 사생활로 한 명의 아내나 애인을 지고지순하게 사랑하는 로맨티스트적 성향을 지녀야 한다. 아무리 잘생겨도 난봉꾼 아저씨에게 미중년 타이틀이 어울리는가.
셋째, 세련된 스타일로 청년처럼 거칠지는 않지만 절대 노티 나지 않는 패션 감각이 있어야 한다. 언뜻 보면 20~30대라 해도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가 포인트다.
마지막으로, 중년만의 특권인 풍부한 삶의 경험과 지식의 향기를 지녀야 한다. 누구와도, 어떤 주제로도 대화가 가능하며 한두 분야에서는 전문가적 식견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너무 어려운가. 하지만 100분의 1일지언정 당신의 주위에도 분명 미중년은 존재한다. 영어 학원에, 사내 모임에, 거래처에서 진주처럼 빛을 발하는 그들을 찾아낼 것. 그가 싱글이 아니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인생의 선배로, 일과 로맨스의 조언자로, 혹은 셀카의 파트너로서 당신을 상냥하게 돌봐줄 테니까.
▲ 패트릭 뎀시 42세 | ||
앞머리 숱을 사수한다
적당한 길이의 층 진 앞머리를 고수한다.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이마가 조금 넓어지고, 그것을 세련되게 커버하는 것이 바로 앞머리다. 스타일링제를 적절히 사용하는 테크닉도 수준 이상.
성형수술보다 효과적인 모나리자의 미소
누군가와 눈이 마주칠 때 드러나는 모나리자의 미소. 나이를 막론하고 절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경어를 쓴다. 매너 있고 고상해 보인다.
굿걸 이미지의 여자
미중년 옆의 수다쟁이 아줌마나 불륜 상대, 어울린다고 생각하는가. 지적이며 청아하고 순수한 여자와 오래도록 사랑하는 모습으로 훈남의 이미지를 어필한다.
세련된 액세서리
다섯 돈짜리 금사슬 목걸이, 육중한 짝퉁 롤렉스 시계 대신 아르마니 선글라스나 몽블랑 펜 하나가 그를 빛낸다. 앞코가 뭉툭한 키높이 구두 대신 앞코가 세련되게 빠진 질 좋은 가죽 로퍼.
날렵한 실루엣
20대가 입어도 어색하지 않은, 일명 ‘세미 캐주얼 스타일’은 기본. 벨벳 재킷에 얇은 캐시미어 니트 스웨터나, 운동하러 가는 날에는 피케 셔츠에 화이트 진 팬츠를 매치한다. 정장이라도 허리 선이 날렵한 재킷과 다리가 미끈해 보이는 팬츠는 필수.
컨트리뷰팅 에디터=이선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