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의 이 경기에 열광한 것은 바로 승객들. 레슬러와 손이 닿을 만큼 가까이 앉아 있던 승객들은 날아 차기나 보디슬램(상대를 들어 올려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는 기술) 등 다이내믹한 기술들이 눈앞에 펼쳐질 때마다 환호했다.
경기는 아카유역에서 나가이역까지 약 30분간 진행됐고, 한 칸짜리 작은 열차 안은 그야말로 ‘투쟁의 링’으로 변했다. 차량이 좁은 관계로 분위기가 훨씬 달아오른 감도 없진 않았다. 물론 사전에 ‘차량 부수지 않기’ ‘선반에 올라가지 않기’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지 않기’ 등 프로레슬러들 간에 규칙은 정해 두었다. 안전은 지키되 박진감 넘치는 볼거리를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이처럼 독특한 이벤트를 기획한 곳은 ‘나가이시 지역부흥 협력대’다. 멤버인 시부야 다쓰로 씨는 “지역 경제와 철도 경영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레슬링 열차’를 고안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레슬링 열차가 지역을 활성화하는 기폭제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한편 경기에 참여했던 프로레슬러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열차가 흔들렸다. 제약도 많았지만, 오히려 신선했다”고 말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