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으며 한층 성숙해진 고진영 선수.
지난해 고진영은 스코어 오기 스캔들의 장본인으로 떠올랐다. 김효주와 같은 조에 배치된 한 골프대회에서 고진영은 라운딩을 마친 후 김효주의 스코어 카드를 잘못 적어내는 바람에 김효주가 실격 위기에 처한 일이 있었다. 프로 대회에선 함께 플레이하는 상대 선수가 자신의 스코어카드를 기록한다. 대회가 종료된 후에는 서로 스코어카드를 교환해 확인하고 사인을 한 후에 제출하는 것이 기본이다. 다행히 스코어카드 제출 직전에 잘못 기록된 부분이 발견돼 수정이 됐고, 김효주는 실격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내가 일부러 스코어를 잘못 기록했다는 내용의 기사로 인해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내가 아무리 ‘그게 아니다’라고 얘기해도 선입견을 가진 분들은 내 말을 믿지 않았다. 그 후로 매너 없는 선수가 됐고 엄청난 비난에 직면했다.”
고진영은 자신의 기사에 달린 댓글을 전부 읽는 편이다. 악성 댓글은 고진영에게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2015시즌 국내 개막전을 앞두고 4월 초 열린 KLPGA 미디어데이에서도 고진영은 ‘다 해먹겠다’는 발언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고진영이 “지난해 1승을 했지만 올해는 ‘다 해먹고 싶은’ 마음이 있다”라는 내용의 출사표를 밝혔기 때문이다. 베트남 전지훈련 동안 고된 훈련을 소화했던 만큼 매 대회에서 꾸준히 톱10에 들며 좋은 성적을 올리고 싶은 생각을 다소 직설적인 표현으로 내뱉은 것이다.
이후 또 다시 이전의 ‘사건’과 함께 그는 ‘매너가 없다’ ‘건방지다’ 등등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그런 비난을 받고 좌절만 하지 않았기 때문에 브리티시오픈에서의 당당한 고진영을 만날 수 있었다.
“KLPGA에서 ‘다 해먹으려면’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 번쩍 차리고 골프에만 집중했다. 그 덕분에 올 시즌 3승을 거뒀고, 세계 랭킹 28위에 올라(현재 17위) 브리티시오픈에도 출전했다. 얼마 살지 않은 인생이지만, 세상에 최악만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고진영은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를 마친 후 오는 9월 10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미 LPGA 에비앙 마스터스 출전을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효주가 디펜딩챔피언 자격으로 나서는 에비앙 마스터스에는 박인비도 참가할 예정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