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수정 | ||
과거 연예계를 가장 떠들썩하게 만든 학력위조 사건의 주인공은 심은하다. 지난 94년 방영된 드라마 <마지막 승부>를 통해 당대 최고의 스타로 급부상한 심은하는 자신을 청주대학교 무용학과에 재학 중인 여대생이라 밝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언론의 집요한 추적으로 학력을 위조했음이 드러나자 심은하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울먹이며 “무용이 너무 하고 싶어서”라고 거짓을 시인한 바 있다.
요즘에는 이런 일이 불가능하다. ‘인터넷’이라는 막강한 정보 교류의 통로가 생겼기 때문이다. 또한 인기 연예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대학에 들어갈 수 있어 더 이상 학력을 위조할 필요성이 없어졌다.
반면 문제가 된 심은하와 심형래처럼 90년대 이전부터 연예계에서 활동해온 이들 가운데는 학력을 위조한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게 연예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과연 사실일까. <일요신문>에서는 100여 명의 연예인을 대상으로 프로필에 실린 학력의 진위를 확인해봤다.
어느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배우 이경영의 학력은 충남대학교 의학과 중퇴,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다. 그가 배우임을 감안할 때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는 특이할 게 없지만 ‘충남대학교 의학과’ 출신이라는 부분은 눈길을 끈다. 실제 그는 과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의사가 되려고 공부하다가 연기가 하고 싶어 학교를 중퇴하고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며 자신이 한때 의대생이었음을 밝힌 바 있다.
진위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충남대학교에 문의한 결과 이경영이 의학대학에 입학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의 생년월일과 일치하는 이경영이라는 이름이 의학대학 입학 명부에 올라있지 않다는 것. 졸업이 아닌 중퇴라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서 충남대학교 관계자는 “이경영이라는 사람은 의학대학에 입학했다는 자료 자체가 없다”고 밝히며 “그런데 경상대학에 생년월일이 일치하는 이경영이라는 입학자가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는 충남대학교 경상대학 측에 연락을 취했는데 경상대학 관계자는 “가수 신승훈 씨가 우리 동문임은 알고 있었지만 이경영 씨가 우리 학교 출신이라는 것은 처음 듣는다”며 의아해했다. 그렇지만 자료를 확인한 뒤 “자료상에는 경상대학에 입학한 기록이 있는데 졸업은 하지 않고 중간에 자퇴한 것으로 돼 있다”고 확인해줬다. 결국 충남대학교에 입학해 다니다 중간에 자퇴한 사실은 과거 이경영이 밝혔던 학력과 일치하지만 의학대학이 아닌 경상대학이라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었다.
▲ 심은하(왼쪽), 이경영 | ||
가수 A 역시 프로필에 밝힌 학력의 진위 여부를 두고 말들이 많다. 그가 프로필에 밝혀 놓은 학력은 전문대학교 졸업인데 그 학교 졸업생들의 설명은 다르다. A가 나온 곳이 해당 전문대학교가 아닌 그곳에서 부속시설로 운영하고 있는 1년 코스의 평생교육원이라는 것. 이런 소문에 대한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해당 대학과 평생교육원 측에 접촉을 시도했지만 학교 측은 ‘사생활 보호’라는 이유로 사실 확인을 완곡히 거부했다. A는 고등학교 관련 소문도 있다. A의 출신 고등학교 동창생들이 그가 동창인지 여부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그러나 이는 A가 고교 3학년 시절에 해당 학교로 전학을 갔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반대로 학력을 낮춘 경우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배우 임수정이다. 임수정은 이미 한 차례 학력 위조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한동안 임수정의 최종 학력은 수원대학교 연극영화과로 알려져 있었지만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신인 시절 드라마 <학교4>에 출연할 때 다른 배우의 프로필과 섞여 내가 그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잘못 알려진 것”이라 해명하면서 일단락됐다. 이후 임수정의 최종 학력은 고졸로 표기돼 있다.
그런데 이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이 본격적인 문제 제기를 시작했다. 인터뷰 당시 임수정이 “그 학교뿐 아니라 어느 대학에도 입학한 적이 없다”고 얘기한 부분 때문이다. 임수정이 서울호서전문학교 출신이라고 밝힌 네티즌들은 임수정이 대학 입학 자체를 부정했기 때문에 호서전문학교가 대학도 아닌 학교로 폄하됐다는 것. 서울호서전문학교는 2년제 전문대학 과정을 중심으로 몇 년 전부터는 4년제 학사과정까지 개설했다.
호서전문학교 측에 임수정의 입학 여부를 문의해 본 결과 학교 관계자는 “임수정 씨가 졸업은 하지 않았지만 2학년 1학기까지 학교를 다닌 것은 사실”이라면서 “본인이 원하지 않아 그 이상은 말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임수정의 매니저는 “벌써 10년 전 일이라 잘 모르는 데다 임수정 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대학교를 다닐 시간이 없었던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연예 관계자들은 요즘 들어 학력을 일부러 고졸로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내세울 만한 명문대학 출신이 아니면 차라리 아예 대학 진학 대신 연예계 데뷔를 준비했다고 말하는 게 이미지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 그리고 인기 스타가 되면 저절로 유명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는 플러스 알파의 효과도 있다고 한다.
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