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안녕하세요.” 인터뷰를 위해 MBC 로비에서 만난 박신혜가 힘없이 인사를 건넸다. 작은 얼굴에는 피곤함이 뚝뚝 묻어나온다. 성인 연기자도 버티기 힘들다는 50부작 드라마 촬영에, 얼마 전 MC로 발탁된 <환상의 짝꿍> 녹화까지 일주일 내내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까닭이다. 힘드냐는 질문에 “조금”이라며 살짝 웃어 보였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의 생각을 또록또록 펼쳐놓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박신혜가 세상에 알려진 건 최지우 권상우 주연의 <천국의 계단>이었다. 극중 최지우 아역에 발탁된 그는 출연 분량이 많지 않았음에도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눈물 연기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인형 같은 외모와 뛰어난 연기력 덕분에 ‘떠오르는 샛별’이라는 수식어를 달았지만 정작 본인은 겸손했다.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제가 복이 많은 것 같아요. <천국의 계단>에 출연한 것도 우연한 기회에 오디션을 보게 된 거거든요. 그 후에도 여러 감독님들이 예쁘게 봐주셔서 이 자리에 오게 됐어요.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그의 말처럼 ‘복이 많아서’인지 박신혜의 필모그래피는 화려하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몇 가지 질문> <천국의 나무> <전설의 고향> <궁s> <깍두기> 등 신예로서는 드물게 유명 드라마에 주인공으로 이름을 새기고 있다. 그는 현재의 자신을 소녀에서 여자로 넘어가는 과도기라고 표현했지만 배우로서의 과도기는 이미 한 차례 거친 듯하다. ‘연기자’ 박신혜를 아는 이들은 “오래 가면 좋을 배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쌓이는 작품, 늘어가는 경력만큼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아지고 있다. 그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단란한 시간이나 어리광 부릴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어 속상하다고 했다. 아직 어린 그에게 ‘잃는 것’이 힘겨운지 친구 얘기가 나오자마자 큰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 박신혜는 드라마 <깍두기>에서 숏커트 스타일을 선보이며 선머슴아 배역을 연기 중이다. | ||
박신혜는 소중한 사람들을 잃게 돼 혼자 많이 울었다고도 했다. 정 주고 상처 받는 일이 비일비재한 데다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 탓이다. 작품마다 흥행 성적이 좋지 않음에도 쉬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에 꿋꿋한 성격인 줄 알았더니 앞에서 웃고 뒤에서 우는 어른스러움을 빨리 배웠을 뿐이었다.
“처음 보는 분들은 제가 말도 없고 차갑고 내성적이고 정도 없을 것 같다고 하세요. 전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는 건데 ‘쟤 성깔 있다’ ‘째려본다’고 말하더라고요(웃음). 사실 전 정이 너무 많아서 탈이에요. 작품 끝나면 스태프랑 헤어지는 게 서운해서 펑펑 울어요. 가끔은 작품 안 하고 쉬고 싶은데 그래도 지금은 여러 작품을 통해서 절 끌어올리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남자든 여자든 누가 봐도 설레는 연기자. 그렇게 되기 위해서 힘들지만 노력할 거예요.”
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