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6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의원들이 의원연찬회에서 이장우 대변인의 결의문 채택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저녁 박근혜 대통령의 갑작스런 청와대 ‘오찬 번개’로 26일 오전 11시 30분까지 청와대에 입성(?)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탓인지 이날 연찬회 밤풍경은 어느 때보다 급히 서두른 속도주(酒)가 돌았다는 전언이다.
국회를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비슷한 연배나 연차끼리 조를 짠다. 기자 개개인이 의원 개인과 약속을 잡기가 어려우니 여러 매체 기자가 한 조로 의원들을 만나는 것이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 전원이 참석하는 연찬회는 그런 덕에 정치부 기자들로서는 인맥 쌓기의 절대기회가 된다.
우정공무원교육원 인근에 골프장이 있어 수백 미터만 밖으로 나와도 식당들이 운집해 있다. 25일 연찬회를 마친 의원들과 기자들은 곳곳 식당에 포진해 술잔을 기울였다고 한다.
하지만 기자들의 부름을 받지 못한 일부 의원들은 자기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교육원에서 밤을 지새웠고, 일부는 허탈한 마음에 교육원을 벗어나 귀가한 뒤 아침에 다시 교육원을 찾았다는 말도 들린다.
그날 밤 기자들의 특명은 ‘김무성 모시기’였지만 김 대표는 방에서 꿈쩍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기자들끼리는 새누리당 구도 정점에 있는 김 대표가 어느 조에 나타날까 은근한 신경전도 있었다는데 김 대표는 교육원에서 일찌감치 잠을 청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오후 9시까지 각 지역별로 모인 교육원 강의실에서 김 대표는 일일이 돌며 술을 주고받았고 이로 인해 일찌감치 취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의원연찬회에서 김 대표는 새누리당의 새 각오를 다지기 위해 ‘금주령’을 내렸는데 이번 연찬회에서는 남북 고위급 접촉도 잘 성사됐고, 노동개혁과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자는 공감대도 이뤄진 만큼 ‘절주령’ 정도로만 가이드라인을 정해 의원들이 다소 자유롭게(?) 회포를 풀었다.
하지만 긴장이 풀리면 사고가 발생하듯, 이날 연찬회에선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총선 승리’라는 건배사를 했다가 야당의 질타를 받고 있고,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총선 예산’ 운운했다가 또한 뭇매를 맞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두 국무위원을 중앙선관위에 고발한 상태다.
또 다른 관심 포인트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출현 여부였다. 얼굴만 내비치고 간다는 설, 불참한다는 설, 밤에 등장할 것이란 설 등이 시시각각 제기됐지만 유 전 원내대표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두문불출하는 그의 등장을 기대했던 기자들도 다소 맥이 빠진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대구 의원들이 모인 지역별 간담회는 술잔 한번 돌지 않고 일찌감치 파했고, 대구경북 의원들이 뭉친 자리도 밤 9시쯤 종결됐다. 역대 TK방은 전 의원들이 들를 정도로 실세 룸(room)이었지만 올해 연찬회만큼은 그 명맥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은 술보다는 현안에 대한 공부가 이어졌는데 내년 예산안이나 현안에 대한 대응 등이 진지한 분위기에서 밤늦도록 진행됐다고 한다.
수년째 연찬회에 참석하고 있는 한 3선 의원은 “이번만큼은 당내 갈등 이슈도 없고 계파 간에도 그리 각 세우는 것 같지가 않아 솔직히 재미는 없었다”면서 “청와대 오찬에서 받은 박근혜 대통령의 시계선물만이 위안이 된다”고 했다. 청와대는 26일 오찬 뒤 당 소속 의원들에게 요즘 그 귀하다는 ‘박근혜 시계’를 선물했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