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수 증가세 둔화, 주가 흐름도 부진…해외 사업 전개 박차, “저평가 극복 시간 필요”
#개인정보 유출 사고 75억 과징금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5월 8일 고객과 임직원의 개인정보를 허술하게 관리해 221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낸 골프존에 75억여 원의 과징금과 540만 원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지난해 약 3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사고를 낸 LG유플러스가 부과받은 68억 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국내 기업에 부과된 과징금 액수 중에서는 역대 최고액으로 지난해 4분기 골프존의 연결기준 영업이익(147억 원)의 절반에 달한다.
골프존은 국내 스크린골프 1위 업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에 골프 인구가 늘면서 높은 성장세를 구가했다. 하지만 엔데믹(풍토병화) 국면에서 성장세가 둔화되며 각종 악재를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골프존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821억 원, 영업이익은 361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6%, 23.5% 감소했다.
다만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시한 신제품 투비전NX의 교체 수요 덕분에 장비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골프존의 스크린골프게임장 가맹본부인 골프존파크가 기존 ‘투비전 라이트’ 서비스 중 일부를 종료하기로 결정하면서 신제품 주문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골프존파크가 2014년 이전에 판매된 투비전 라이트 시스템의 유지보수와 기능 추가에 어려움이 있다며 1년의 유예를 거쳐 2025년 3월부터는 일부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가맹점주들이 상위 버전의 하드웨어를 새롭게 구매해야 해 비용부담이 증가한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가맹점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1분기가 가맹점이 가장 많이 늘어나는 시즌이고 2년 전에는 130개 정도 늘었는데 올해는 50개로 평년 대비 확 줄었다”며 “신제품 투비전 NX의 재고 물량이 해소되면서 상반기까지는 매출 방어가 될 것 같다. 다만 신규 가맹점이 들어오는 것보다 마진율이 조금 적기 때문에 이익 관점에서는 2분기에도 역성장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골프연습장(GDR)사업부 물적분할 실패도 악재로 꼽힌다. 골프존은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회사분할결정을 공시했다. 골프존의 GDR사업부는 골프 연습을 위한 시뮬레이터 프로그램과 정면·측면 카메라, 영상 센서 등의 하드웨어 관련 사업을 망라하는데 시장 포화로 매출이 지속 감소하고 있다. 2022년 말 기준 83곳이었던 GDR사업부의 GDR아카데미 직영점도 2023년 3분기에는 71곳으로 줄었다. 지난해 GDR사업 매출액은 전년 대비 29.6% 감소했다.
올해 3월 29일 주주총회에서도 분할계획서 승인 안건이 가결됐으나 주주들이 이와 관련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기업의 합병이나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기업가치 하락 등을 우려해 자신의 주식을 되사달라고 회사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주식매수가가 8만 7629원으로 당시 주가보다 높게 책정되면서 ‘엑시트’ 기회를 노린 주주들이 몰렸다. 일각에서는 회사에서 주가를 부양하거나 자사주를 매입하려는 움직임이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골프존 주가는 5월 17일 종가 기준 7만 8100원이다. 한창 팬데믹 국면이던 2021년 11월 19일 고점인 19만 3500원까지 갔지만 계속 내리막을 타더니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주가 회복 모멘텀도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해외여행이 재개되면서 골프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골프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도 시장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지만 비교적 어린 세대인 20대에서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됐다”고 지적했다.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시장 2위 스크린골프 업체인 카카오VX는 골프존보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시장에 진입한 뒤 시장 공략의 고삐를 죄고 있다. 카카오VX는 올해 4월 6년 만의 신제품인 ‘프렌즈 스크린 퀀텀’을 출시했다. 카카오VX의 현재 시장점유율은 20%대로 골프존의 절반 수준이지만 점유율은 상승 추세에 있다.
#해외사업에서 볕들 수 있을까
국내보다는 해외 쪽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골프존도 해외 진출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뉴욕 팰리세이드 센터, 9월 뉴욕 스카스데일에 복합 골프문화시설 골프존 소셜 1·2호점을 출점한 골프존은 올해 중에 뉴욕 브루클린에 3호점을 오픈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 12월 미국 뉴저지에 첫 매장을 출점한 골프 아카데미 매장 ‘골프존레인지’도 2호점 신규 매장 출점을 계획하고 있다.
다만 아직 과실을 얻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2023년 1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GOLFZON Japan Co., Ltd.을 제외하면 11개 해외 법인이 총 16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실적을 끌어내렸다.
앞서의 증권사 관계자는 “워낙 회사는 밸류가 저평가돼 있고 배당도 많이 주고 좋은 회사다. 다만 주가가 상승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라며 “일본에서 로손과 협력하고 있는 사업에서 성과가 나고 내년 1월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맥길로이가 이끄는 스크린골프리그가 시작하면 턴어라운드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골프존 관계자는 “골프존은 해외 골프시뮬레이터 시장의 성장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 미국, 일본, 중국, 베트남 등 4개 법인을 중심으로 글로컬라이제이션 전략 바탕의 해외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진출 국가별 신규 사업 추진, 골프존 시스템 설치 매장 증대 등을 통해 해외 주요 거점 스크린골프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으며, 일본 640여 개, 중국 230여 개, 미주 190여 개, 베트남 70여 개, 그 외 기타 국가 100여 개 등 약 1200여 곳에 골프 시뮬레이터를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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