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사람들은 ‘남’들이 ‘아름답다’고 사랑 받을 만한 행동을 하고 싶어 하고, ‘남’들이 ‘흉하다’고 미움 받을 행동은 가급적 피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사랑과 미움이 어려운 이유는 ‘남’에 의해 규정된다는 점이다. 자기 생각에 ‘아름다운 행동’이 ‘남’에게는 ‘흉한 행동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로 자기 생각에 ‘흉한 행동’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행동’이 될 수도 있다.
■ 조직침묵 현상
사랑과 미움이 ‘남’이라는 외부대상에 의존하다 보니, 조직생활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에 빠지곤 한다. 때와 장소와 상황(Time, Place, Occasion)에 맞는 적절한 행동은 말처럼 쉽지 않다.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에서TPO에 맞는 행동을 골라서 하기란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전략이 ‘침묵’이다. 잠자코 있다 보면 ‘중간’은 가는 데 괜히 번지수를 잘못 짚어서 자신의 ‘선의’가 상대방에게는 ‘악의’로 해석되는 것보다는 더 낫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 많은 직장인들이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특정한 사안이나 사건 등이 발생하였을 때 자신의 견해와 아이디어, 정보를 전달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때, 조직을 위한 발전적 의견을 말하는 대신 의도적으로 침묵을 선택하기도 하는데, 이를 조직침묵 현상이라 한다.
■ 조직침묵의 원인
이왕이면 착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하고, 이왕이면 ‘선의’가 ‘악의’로 곡해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조직침묵’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손상이 두려워 미리 회피하는 ‘방어적 침묵’도 있고, 말을 해도 안 될 것 같다는 ‘체념적 침묵’도 있다.
중요한 것은 조직침묵이 장기화, 체질화 되는 기업의 성과는 나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많은 연구들이 보여주고 있듯이, 조직침묵은 구성원들의 스트레스 수준을 높이고, 상호간에 작은 일에도 적대감을 형성하며, 유능한 인재들의 이직의도를 증가 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윗사람에 대한 예의를 미덕으로 여기는 한국의 유교적 기업문화에다가 과도한 내부경쟁과 성과주의, 윗사람의 부정적 평가를 두려워하는 심리 등으로 인해 한국의 전반적 조직침묵 수준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조직침묵을 극복하는 방안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느린 것은 세상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다. 현재 잃을 것이 많은 사람들일수록 변화를 주저하게 되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세계적 기업은 2014년 초에 취임한 나델라(Nadella)라는 인도인 CEO를 통해 폐쇄적이었던 MS에 ‘개방’을 표방하면서 MS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다. 나델라 취임 후 MS는 자사의 개발 도구들을 개방하고 새 운영체제(OS) ‘윈도 10’을 윈도7, 윈도8 이용자들에게 무료로 업그레이드해 주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나델라는 ‘조직침묵’을 깨는 데도 앞장 서고 있다. 인사평가에 써오던 사내경쟁시스템 ‘스택 랭킹’(Stack Ranking)을 과감히 폐지했다. 점수로 사람을 평가해 줄 세우는 문화를 없애면서 당당하게 직원이 잘못된 결정과 방향을 인식하면 자유로이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MS가 견지해 오던 스택 랭킹 시스템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협력’과 ‘창의적 문화’의 약화였다. 특히 구성원들을 평가하기 위해 운영된 스택 랭킹 기반의 성과관리 제도가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되었고., 성과로 서열화하고 보상하는 방식이 회사 내부에서 구성원간 경쟁을 유발했던 것이다. 과도한 경쟁의 칼 끝은 외부의 경쟁사가 아니라 내부의 동료에게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과도한 경쟁은 미움을 낳고 미움은 결국 성과를 해치는 부메랑이 된다. 그 한 가운데에 ‘조직침묵’이 도사리고 있다. 조직침묵은 위장된 평화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 그것이 조직 내 미움을 극복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글_최경춘 한국능률협회(KMA) 상임교수
► 리더십교육/ 성과향상 코칭/ 감정코칭 등 다수 경영분야 강의
►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미국 University of Washington(MBA)/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 경영학 박사(수료)/ LG 인화원 기획팀장(부장)/ 팬택 아카데미 본부장(상무)/ 엑스퍼트컨설팅 본부장(상무)/ LG CAP,Work-out Facilitator/ Hay Group Leadership Facilitator/ KMA Assessment Center Assess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