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스타들은 언제나 유행을 선도해나간다. 특히 인기스타의 헤어스타일은 그해 여성들의 머리모양을 좌지우지한다. 이렇듯 유행의 중심에 서 있는 스타들의 뒤에는 언제나 스타를 빛나게 만드는 미용실이 있다. 스타들이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가기도 하고 이미 고정된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데에도 헤어·메이크업 디자이너들은 절대적 존재다. 그런 만큼 스타들은 미용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다. 사생활이 지극히 제한된 스타들의 휴식처요, 사교의 장으로도 활용되는 곳. 과연 그 안에서 자신을 맡기는 스타들은 어떤 모습일지 스타들이 애용하는 대표적인 미용실 10곳을 통해 알아봤다.
언제나 당차보이는 스타들이지만 미용실에서만큼은 그렇지 않다. 아주 작은 변화만으로도 이미지가 백팔십도 달라질 수 있어 섣불리 나설 수 없는 것. 이때 스타의 가장 큰 조력자는 바로 헤어디자이너다. 그들은 드라마나 영화촬영을 앞두고 어떤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설지 고민하는 스타들의 얼굴형, 기품, 키, 대본까지 모두 고려해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디자이너들의 이러한 노력을 신뢰하는 대부분의 스타들은 디자이너에게 일임,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달콤한 인생>에서 짧은 커트머리로 출연해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선보이고 있는 오연수다.
‘이경민 포레’ 부원장에 따르면 늘 긴 머리나 웨이브를 고수해왔던 오연수는 이번 드라마에서 연하남과의 색다른 사랑을 보여주는 캐릭터로 출연하는 만큼 변신을 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머리를 짧게 자르는 것을 두려워해 가발을 쓸까 고민도 했다고 한다. 결국 디자이너의 설득에 변신을 결심한 그는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는 내내 “어~어~”만 연발했다는 후문이다.
인기 드라마였던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의 최진실 역시 드라마 대본까지 꼼꼼히 본 디자이너의 제안에 따라 “나 그냥 믿고 하기만 하면 되는 거지?”라며 최대한 촌스럽고 아줌마스러운 퍼머머리로 변신했다.
반대로 자신만의 색깔이 강한 연예인들은 스타일 역시 스스로 결정한다. 김남주는 먼저 “이런 스타일이 어떨까”라고 제시하는 스타일이고 이효리 역시 아예 전체적인 콘셉트를 잡아온다고. 본인이 직접 자료를 찾아와 디자이너와 상의하기도 하며 매 앨범의 전체적인 이미지 역시 이효리 본인이 정한다.
그렇다면 유독 많은 정성을 들여야 하는 연예인은 누가 있을까. 이에 대해 ‘앳폼 조성아’ 부원장은 보아와 한예슬을 꼽았다. 이목구비 중 눈매가 유난히 또렷한 한예슬은 조금만 메이크업을 달리 해도 이미지가 달라지기 때문에 깔끔한 아이라인에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 또한 한예슬은 미용실을 옮기면서 눈썹모양을 갈매기에서 일자로 다듬었는데 눈썹 하나로 이미지가 달라지는 효과를 톡톡히 봐 눈썹에 많은 신경을 기울이는 편이다.
▲ 드라마 <달콤한 인생>에서 세련된 쇼트커트스타일을 선보인 오연수. | ||
스케줄이 많은 연예인일수록 미용실을 자주 찾다보니 스타들과 미용실 직원들의 친분은 돈독해질 수밖에 없다. 그중 김남주는 단골 미용실인 ‘이경민 포레’가 청담동 자택과 가까워 아이와 함께 산책하다가 들러서 차를 마시고 갈 정도로 허물없이 지내고 있다. 특히 ‘이경민 포레’는 김남주 유호정 오연수 최지우 신애라 등 미용실 단골 연예인 모임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런가 하면 ‘정샘물 인스피레이션’ 직원들은 먹을 복이 많다고 한다. 단골인 김태희가 자신이 출연했던 광고의 음료제품 몇 박스를 놓고 가기도 하며 가끔 자신이 오는 시간에 맞춰 피자를 배달시켜 직원들과 함께 먹기도 한단다. 배용준 역시 주기적으로 피자를 돌린다.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는 이효리다. 평소 인간성 좋기로 소문 난 이효리는 1년에 한두 번 이민 가방 두 개 가득 자신이 쓰던 의상, 액세서리, 소품 등을 가져와 바자회를 연다고 하는데 대부분 1000원에 판매하며 아주 비싼 물품일 경우만 5000원에 판매한다. 더욱이 지난해 말 태안 기름유출사고 때에는 바자회를 통해 모은 돈에 자신의 돈을 더해 뜻 깊은 기부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쉽게 다가가기 힘든 연예인들도 있다. 대부분 중견 연기자들이다. 서구적이고 다소 새침한 이미지의 황신혜는 낯을 가리는 데다 수다스러운 성격이 아니라서 그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은 쉽게 친해지기 어렵다고 한다.
연예인들의 단골미용실이 과거와 달리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VIP룸과 일반 홀과의 경계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일반인 고객들이 스타를 대하는 인식이 달라진 데다 바쁜 스케줄로 인해 최소 시간 내에 헤어와 메이크업을 해야 하는 스타들로서도 특별한 대우보다 실용성을 따지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일반 고객과 함께 하는 것을 꺼리는 연예인도 있는데 이들은 활동을 중단하고 휴식기에 있거나 막 활동을 재개해 세간의 호기심을 받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몇몇 연예인들은 메이크업을 하기 전과 후의 모습이 너무 다른 탓에 일반 고객들이 못 알아보는 일이 잦아 혼자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다고.
▲ 송윤아(왼쪽), 정려원 | ||
한류스타 배용준 역시 일본인 팬들 때문에 분리된 공간을 선호한다. 어떻게 알았는지 그가 미용실에 올 때면 일본인 팬들이 미용실 앞에 진을 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배용준을 보기 위해 미용실 안으로 들어오기도 하기 때문. 하지만 “배용준의 머리를 담당하는 디자이너가 해준 머리”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일본인 고객 덕에 배용준 담당 헤어디자이너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면 이렇듯 미용실 직원들과 자주 얼굴을 맞대면서도 함부로 대하지 않고 매너를 잃지 않는 스타로는 누가 있을까. 디자이너들이 꼽는 매너 좋은 스타는 최강희 김하늘 송윤아 등이다. 송윤아는 미용실마다 깍듯하고 친절하기로 유명한 스타 중 한 명이며 최강희는 ‘4차원’으로 소문난 그녀의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매너도 좋지만 재치 있는 말솜씨로 메이크업을 하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정려원 역시 보여지는 모습과 달리 털털한 데다 최강희 못지않은 입담으로 디자이너를 편하게 해준다.
이렇듯 다양한 모습의 연예인들이 있다 보니 스타들이 애용하는 인기 미용실이라고 해서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하지만 연예인들을 대하는 한 디자이너는 “연예인도 일반인과 똑같은 사람이니 길들이기 나름이다. 스타라고 대우만 해주던 시대는 지났다. 일반 고객과 똑같이 대할 때 그들도 스스럼없이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다영 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