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연예 관계자들은 다수의 스타 영입으로 몸집 불리기에 급급했던 대형 연예기획사들의 방만한 경영이 위기를 초래했다고 입을 모은다. 튼실하게 소속된 연예인의 활동을 지원하고 가능성 있는 신인을 키워내던 옛 모습과 너무도 달라졌다는 것.
7년째 일을 하고 있는 매니저 A 씨는 “요즘은 신인을 키우려는 연예기획사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신인이 인지도 있는 스타가 되기까지의 투자비용을 소요하는 것보다 어느 정도 인기가 있는 연예인 2~3명으로 수익만 내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스타를 영입하기 위해 계약금을 거는 액수보다 신인을 잘 키워내는 것이 비용 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
이를 생각하지 않고 당장의 CF 및 방송 출연료 수익만 생각하는 연예기획사가 대부분이다. 이런 까닭에 연예기획사들은 대형스타, 특히 CF스타를 모셔오기 위해 막대한 액수를 계약금으로 내걸었고 이 덕에 몇몇 연예인들은 수십억 원에 달하는 계약금을 받고 계약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으로 계약을 맺은 특 A급 연예인들은 연예기획사가 주축이 되어 컨트롤할 수 없는 대형스타들이다. 그렇다 보니 막대한 돈을 투자했음에도 예상했던 수익을 거두기란 쉽지 않다.
연예기획사 대표를 지내고 있는 B 이사는 “연예기획사는 연예인을 하나의 상품으로 보고, 이 상품을 적극 활용해 수익을 내야 하는 것이 주목적이다”며 “하지만 앞뒤 분간 없이 ‘모셔 온’ 대형스타들은 소속사의 스케줄이나 계획과 달리 자신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일을 하기 때문에 계약 기간 내에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례로 지속적인 CF 촬영으로 대표 CF 퀸 중 한 명인 여자 스타는 10억 원이 넘는 개런티를 받고 한 연예기획사와 계약을 맺었지만 계약 후 활동은 드라마 한 편뿐이었다. 한류스타 출신이라 기획사 입장에선 그 여자스타로부터 계약금을 훨씬 상회하는 수익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암울하기만 했던 것. 하지만 기획사 측은 “워낙 대형스타라 우리도 좌지우지할 입장이 못 된다”며 “딱 한편 찍은 드라마도 실패했는데 요즘은 아예 활동을 하지 않고 휴식기를 보내고 있어 이대로 계약이 종료될 판이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연예기획사들의 대형스타 사랑의 결과는 곧 수익구조의 붕괴로 나타난다. 스타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밴과 기름 값, 스타일리스트와 매니저의 월급 등이 지출되는데다 스타들의 지속적인 관리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 이런 이유로 얼마 전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 중 한 곳이 소유하고 있던 밴 17대 중 14대를 처분했다는 말까지 돌았다. 이에 대해 해당 기획사 관계자는 “우리 사무실 앞에 서 있는 밴만 해도 7대다”며 “처분했다 해도 차량 교체 이유로 처분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여타 연예 기획사 매니저들의 말은 다르다. 이미 해당 기획사에 남아있는 연예인이 없다는 것. 겉은 멀쩡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붕괴 직전의 상태이고 소속된 연예인 대부분이 기획사를 나가 겨우 외양만 유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다른 기획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5년째 다수의 기획사를 거쳐 온 한 매니저는 “사실상 국내 연예기획사 중 내실이 튼튼한 기획사는 S 기획사뿐이라는 말도 있다”며 “허울만 멀쩡할 뿐 대형스타에 대한 투자가 부실로 이어진데다 그 부실을 막기 위해 영화나 드라마 등 작품 투자에 손댔다가 부도나는 경우가 허다하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여파는 연예기획사의 와해현상으로 이어진다. 연예기획사 소속이었던 실장급 매니저들이 스타들을 데리고 소속사를 떠나 개인 매니저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가수가 아닌 연기자들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현상. 즉 소속사와 7 대 3 혹은 8 대 2로 나누던 수익분배 대신 매니저의 월급과 자기 관리에만 지출을 하면 되고 스타 자신의 선택에 의해 작품을 결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이름 있는 연예기획사 가운데 계약이 끝난 스타를 따라 매니저도 나온 경우가 허다하다. 요즘 한창 인기 상종가인 한 남자 배우의 매니저를 맡고 있는 매니저 C 씨 역시 그렇다. C 씨는 최근 소속되어 있던 중견 연예기획사에서 나왔다. 아직까지는 자신이 맡았던 여자 배우의 작품 섭외나 인터뷰 요청을 담당하고는 있지만 곧 남자 배우의 일에만 전념할 생각이다. C 씨는 “대외적으로는 내가 맡고 있는 남자 배우와 여자 배우가 한 소속사로 되어 있는데 실제론 남자 배우가 기획사를 나온 것”이라며 “아직은 기존 소속사에서 계속 설득을 하고 있는 터라 밝히지 않았을 뿐 사실상 개인 매니저를 맡고 있는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연예기획사의 위기 초래는 개념 없는 연예인도 한몫한다. 대형스타를 비롯해 조금이라도 인지도가 있어 작품 활동에 지장이 없거나 심지어 CF를 한 편만 찍어도 ‘모셔오기’전략에 익숙해져 버린 탓에 콧대가 높아졌기 때문. 스타를 잘못 길들인 결과는 고스란히 연예기획사에게 돌아온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