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종을 두 번 정도 누르자 인터폰을 통해 누구냐고 물어온 이는 바로 고인의 어머니 유 아무개 씨였다. 기자임을 밝히자 “인터뷰는 사양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유 씨는 몇 가지 질문에만 짧게 답변을 들려뒀다. 우선 고인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냐는 질문에 “(8월) 20일이 마지막이었다”며 잠시 정적이 흐른 뒤 “그 후로는 목소리도 못 들어봤어”라고 말한다. 현재 심경을 묻는 질문에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고 짧게 대답한 뒤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사업 실패에 대해 알고 있었냐는 질문을 던지자 10여 초의 정적이 흐른 뒤 인터폰이 끊겼다.
그날 오후 4시 20분경 안재환의 누나 안 씨가 휠체어를 탄 채 빈소를 찾았다. 안재환 잠적설 취재 당시 삼성동 소재의 레오노 바에서 만나 안면이 있는 터라 기자를 알아 본 안 씨는 “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며 허망해 했다. 1시간 정도 후 빈소를 나온 안 씨는 현재 자신이 디스크로 인해 허리 수술을 받아 병원에 입원 중이라며 저녁 시간에 병원으로 오라고 얘기했다. 그렇게 그날 저녁 7시 반 무렵 병원에서 안 씨와의 단독 인터뷰가 이뤄졌다.
고인의 사체가 발견된 8일 척추수술을 받았다는 안 씨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마른 하늘에 날벼락 맞은 심정”이라며 기자에게 발인 날짜를 물었다. 경황이 없는데다 건강도 좋지 않아 가족들조차 정확한 발인 날짜를 모르고 있었다. 안 씨는 “재환이하고 연락도 안 되는 시점에서 나까지 쓰러질 수 없어 계속 버텼는데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수술했다”며 “내가 빨리 털고 일어나야 하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고인의 40억 사채설에 대해 묻자 안 씨는 “사람이 죽었는데 무슨 말을 못하겠느냐”며 “마음대로 떠들라고 하라”고 격분하기도 했다. 또한 강남 소재의 바를 운영하다 정리하는 과정에서 동업자와의 분쟁으로 고인이 힘겨워했다는 얘기에 대해선 “사람이 죽고 나니 다들 자기가 가장 잘 아는 것처럼 얘기한다”고만 답변했다.
정선희에 대한 안타까움을 얘기하는 과정에서도 안 씨의 감정이 격해졌다. “내가 (정)선희를 붙잡고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며 달랬는데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는 안 씨는 “둘이 얼마나 사랑하며 행복한 부부였는데 지금까지도 불화설 운운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고 얘기한다.
안 씨는 현재 매스컴이 고인의 명예을 깎아내리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마치 엄청난 사채를 쓰고 도망 다니다 자살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는 것. 정선희와의 불화설 역시 마찬가지다.
고인의 발인이 있던 11일 오전 11시 반쯤 기자는 다시 한 번 삼성동 자택을 찾아 고인의 모친 유 씨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어머니 유 씨는 “거기(화장터)까지는 못가고 발인만 보고 왔다”며 “가는 차 뒤만 계속 어루만지고 왔어”라고 말했다. 또한 “어떻게 해서든 아들의 원수를 갚겠다”는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그 곁에 있던 가사도우미는 당일 오전 정선희가 협박당했다는 기사를 봤다며 “(정)선희가 부모님 맘 상할까봐 협박 얘기는 하지 않았나보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