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능프로에서 서인영과 가상 신혼부부로 출연하며 큰 인기를 얻은 크라운 제이. 방송에서 보이는 코믹한 모습과는 달리 음악에 대해서만은 진지하고 신중하다. | ||
김태진(태진): 새 앨범에 대한 뜨거운 반응을 체감할 것 같아요. 어떠세요?
크라운 제이(크라운): 이번 노래 ‘Fly Boy’가 완전히 대중적이거나 쉽게 흥얼거리며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는 아니잖아요. 힙합의 오리지널리티를 잃어버리기 싫어 제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을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높게 평가해주시고 좋아해줘서 기분이 너무 좋아요. 물론 순위권으로 따지면 아이돌 그룹이 너무 많이 나와서(웃음)…. 하지만 전 순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스타일인데 대중들이 순수하게 제 음악을 좋아해주시니 행복해요.
태진: 그런데 앨범을 준비하며 만들었던 곡들 중 앨범 수록곡을 제외하고 나머지 노래들은 죄다 삭제하신다고 들었어요.
크라운: 맞아요. 제 성격상 여러 곡 중 좋은 곡을 뽑고 나면 나머지 노래는 항상 버려요. 만들어둔 노래를 팔거나 동료에게 줄 수도 있고, 나중에 다듬어서 쓸 수도 있겠지만 사실 제가 ‘신상’을 참 좋아하거든요(웃음). 시간이 지나면 노래 위에도 먼지가 쌓여요. 전 그게 좋지 않아요. 매 앨범이 나올 때마다 최신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 싶거든요.
태진: 그렇게 고심해서 만든 음악에 대해 “내 음악은 ○○이다”라고 표현하자면요?
크라운: 내 음악은 긍정적이다.
태진: 밝다는 건가요?
크라운: 아뇨. 밝다는 건 아니고, 사실 음악 코드는 마이너지만 음악 내에 담긴 의미라든지 사상이 긍정적이에요.
태진: 올해 서른 살이에요. 나이에 ‘2’가 붙는 것과 ‘3’이 붙는 것이 많이 다른가요?
크라운: 1년 새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난 것 같아요. 그래선지 생각이 아주 많이 달라졌어요. 음악, 인생, 사랑 세 가지로 얘기하자면 우선 음악은 제가 만들고 제가 가사를 쓰다 보니 생각의 변화에 따라 깊이와 내용이 다를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노래가 ‘변했다’기보다는 ‘발전했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매해 다르지만…사랑이나 인생도 달라졌어요.
태진: 모든 면에서 더욱 진지해진 것 같아요.
크라운: 이거 글로 옮기시려면 굉장히 힘드실 텐데(웃음). 10년이 가로 그래프로 놓여있다고 보면 초 중 후반 중 가장 오른쪽은 성장의 최고점이고 왼쪽은 처음의 시작점이죠. 말하자면 29세는 그래프의 가장 오른쪽에 위치해있는 20대의 최고 성장 시점이에요. 그런데 30이면 0이라 가장 처음이잖아요. 다시 그래프의 최초 지점으로 되돌아온 셈이죠. 하지만 그 시작은 20대보다는 한 단계 높아요. 즉 수평적으로는 사랑도 전혀 새롭고 아기 같은 느낌이고 모든 게 처음인데 레벨은 2층이 아니라 3층이 됐어요. 층이 높아져서 좀 더 멀리 보게 된 것 같다고 할까? 그 느낌이 참 색다르고 남달라요.
태진: 음…. 저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나저나 올해는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특히 예능 활동을 활발히 하고 계세요.
▲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가상 신혼부부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크라운 제이와 서인영. | ||
태진: 예능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계시는데 가수로서 느끼는 단점은 없어요?
크라운: 단점요? 생각나는 게 없네요.
태진: 사실 모자나 액세서리를 극도로 아끼는 모습이 희화화된 면이 있잖아요.
크라운: 만약 그 시점에서 제가 사탕 같은 음악을 들고 나왔다면 보기 좋지 않았겠지만 예능에서의 모습 덕분에 제 색깔 그대로 음악을 만들어도 대중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니 오히려 좋죠. 힙합하는 친구들도 많이 부러워했어요.(웃음) 제가 <우결>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음악으로 풀어냈을 때 대중이 전혀 몰라주셨을 거예요.
태진: 또 한 가지 <우결>에서의 크라운 제이 모습을 떠올리자면 결벽증에 가까운 깔끔함이 생각나는데 그 깔끔함에 주변 분들이 고생하실 것 같아요.
크라운: 데뷔 초에 소속사에 제 스타일리스트들의 불만이 쏟아져 들어왔대요. 제 물건에는 손도 못 대게 했거든요(웃음).
태진: 스타일리스트가 전혀 못 만졌어요?
크라운: 사실 옷도 그렇고 액세서리도 너무 비싸니까! 조심히 다뤄줬으면 하는데 툭툭 대충 놓으니까 많이 뭐라고 했었죠. 하지만 이제는 다들 제 성격을 아니까 제건 뭐든 굉장히 조심히 다뤄주세요.
태진: <우결>에서 정말 솔직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시네요. 그런데 <우결>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서인영 씨잖아요. 실제로 가장 무서운 존재는 누구인가요?
크라운: 가족, 엄마죠. 엄마가 말하시면 100% 순종해요.
태진: 그럼 연예인 되겠다고 할 때도 찬성하셨던 거예요?
크라운: 그때 반대가 정말 심하셨죠. 군 제대 후에 가수하겠다니까 엄마가 “무슨 가수를 하느냐”면서 만류하셨거든요. 그런데 생전 처음 완강하게 뜻을 굽히지 않으니까 미국 가기 전 6개월을 쉬되 그 안에 연예기획사와 계약을 하게 되면 “널 인정할게”라고 하셨어요. 다행히 6개월 안에 계약을 하게 됐고 지금은 아주 많이 응원해주세요.
태진: 그런데 예전에 바람둥이였다는 소문이 있어요?
크라운: 20대 초반에는 여자 많은 남자가 멋진 줄 알았어요(웃음). 항상 여자가 많은 바람둥이 형들이랑 놀았거든요. 그러다 한 여자만 지키는 남자가 멋지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았죠.
태진: 그때는 많은 여자들과 함께 하는 게 기분 좋으셨겠어요.
크라운: 잠깐, 저 두 여자를 한번에 사귄 적은 없어요.
태진: 많이는 만났지만 양다리는 아니었단 건가요?
크라운: 물론 여자친구가 없을 때 한 명 이상 만난 적은 있지만 사귈 땐 한 여자만 바라봐요. 또 만난 여자가 많지도 않아요.
태진: (웃음)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 얘기만 들어도 서인영 씨가 질투하시겠는데요.
크라운: ….
태진: ‘30대 그래프’의 첫 해가 한 달 정도 남았는데요. 그 안에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크라운: 올해는 <우결> 덕분에 뜻하지 않은 사랑을 많이 받아서 너무도 감사한 해예요. 그런데 너무 바쁘다보니까 보답 받은 만큼 한 분에게라도 잘 해줄 수 있는 기회가 없었어요. 물론 그분들이 제가 보답해주길 바라진 않겠지만 아쉽고 미안한 점이 참 많아요. 사실 핸드백이나 넥타이를 사주는 것보다 제 색깔로 만든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게 제가 진짜 해야 할 일이고 보답이란 걸 알고 있으니까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태진: 끝까지 열정적으로 일 얘기를 하시는데 만약 일주일 정도 휴가가 주어진다면 가장 먼저 뭘 하고 싶으세요?
크라운: 운동! 올해 운동을 한 번도 못했어요. 휴가가 생기면 일주일 내내 운동만 하고 싶어요. 지금 일주일에 하루 정도 쉬는데 그 때도 꼭 일이 생기더라고요.
정리=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