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경기도교육감.<사진=일요신문>
-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가지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
역사교과서 국정화 주장은 역사교과서를 정상화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역사교육의 파행을 가져와 역사교육을 비정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전국의 역사학자들과 역사교사들이 절대적으로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그 동안 교육현장은 아무런 문제없이 역사교육을 잘 진행해 왔다. 설령 문제가 있다하더라도 해결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대통령이 나서서 지침을 내리고 여당 대표 등 정치권이 나서서 압박하며 국정화로 전환하겠다고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학교교육이 올바르게 가기 위해서라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계획을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국정화를 막아나갈 것이다.
- 최근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방침을 강행하는 것에 대비해 인정도서 발행을 주장하며 국정화 철폐 촉구 맞불을 놓고 있는 모습이다. 이재정 교육감의 인정도서 관련 입장은 무엇인가.
현 시점에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인정도서 개발 등에 대한 대안마련은 나중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른 대안을 생각하기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막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인정교과서 개발에 대해서는 추후 어떻게 대처할지 교사들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 교과운영은 선생님들이 교실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권한이고 참고자료나 부교재를 제작해 활용하는 것은 선생님들의 교육권이다. 가령 교사들이 국정교과서를 놓고 다른 인정도서를 사용한다든가 여러 가지 참고자료로 쓴다든가 하는 것은 100% 교사 권한이다.
- 친일미화나 친북 등 편향된 역사왜곡이 주요 갈등소지에 있다. 올바른 국가관을 위한 보루인지, 교육과 인식의 자율성 등 민주주의의 기본성향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등 다양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어떤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 것인가.
먼저 시대를 거스르는 퇴행적인 국정제를 통해 경직되고 획일화된 역사교육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국정제는 여러 종류의 교과서 중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교재를 선택하여 최선의 교육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애버린다. 국정 교과서는 ‘홍보물’과 같은 교과서다. 국정 교과서는 교육부가 저작권과 수정·개편 권한을 가진 교과서로, 자칫 역사 교과서가 정권의 홍보물로 전락할 수 있다. 우리가 역사에서 보았듯이 학생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진 교과서로 배우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국정교과서 북한 등에서나 실시...국제적 망신이자 미래에 부끄러운 일”
국정교과서는 ‘부끄러운’ 교과서다. 보수 진영 중에서도 일부만 주장하는 국정제는 북한을 비롯하여 극소수 국가에서나 실시하는 제도이다. 세계적으로 경제 선진국에 속하고 민주주의의 발전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후진 독재 국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국정제를 추진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창피하고 망신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정 역사교과서 체제는 권위주의 독재정권 시절 전체주의적 국가관을 강화하고 독재를 미화할 목적으로 획일적 역사 인식을 강요한 구시대 유물이다. 역사학계가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합리적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교과서가 존재하는 것이 역사 교과서 체제의 발전 방향이다. 역사학계의 학문적 논의, 교육계의 의견,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역사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서동철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