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달이와 함께… 이봉주 감독과 신상철 일요신문 사장의 출발 총성과 함께 동호인들이 일제히 레이스에 돌입했다. 이날 외국인을 포함해 3200여 명이 참가했으며 이봉주 감독도 참가자들과 함께 5km를 뛰었다.
세계 3200여 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풀코스, 하프코스, 10㎞, 건강마라톤 5㎞와 이번에 새로 신설된 3㎞ 가족 걷기로 나뉘어 열렸으며 참가자들은 아름다운 가을 한강변을 달렸다. 9시 10분 식전 행사에는 걸그룹 ‘큐피트’와 벨리댄스 팀이 흥겨운 공연을 선보여 시작 전부터 대회 분위기를 달궜다. 대회 참가자들은 이번 대회를 감독한 마라톤 영웅 이봉주 감독이 행사장에 나타나자 환호하며 반겼다.
걸그룹 큐피트가 흥겨운 식전 공연으로 대회 분위기를 띄웠다.
대회 주관을 맡은 <일요신문>의 신상철 대표는 “마라톤은 아테네와 페르시아 간 전투에서 승리의 기쁜 소식을 알리기 위해 아테네까지 약 40㎞를 달린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마라톤은 기쁜 소식을 전하는 운동이다. 올해는 봉달이 이봉주 감독과 함께 행복하게 달리길 바란다”고 대회사를 전했다.
이봉주 감독은 “코스도 아름답고 모든 게 달리기 완벽한 날이다. 건강한 달리기를 위해 참가자들이 즐겁게 뛴다는 원칙을 지켰으면 좋겠다. 올해 처음 열리는 만큼 이번 대회가 앞으로 마라톤 동호인들의 축제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일요신문>이 마련한 부스에서 기념품과 신문을 받으며 즐거워했다. 이어 청소기, 일요신문 1년 정기 구독권, 이봉주 감독의 사인볼, 고글 등 푸짐한 경품이 마련된 추첨행사가 열렸다. 신상철 대표와 장영기 전국마라톤협회(전마협) 회장, 이봉주 감독이 추첨자로 나서 대회 참가자들에게 선물을 전달했다. 이봉주 선수의 사인볼을 받은 권태영 군(8)은 “기분이 정말 좋다. 평소에 달리기 하는 것을 많이 좋아한다. 엄마 아빠랑 달려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대회에는 다양한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 최고령 참가자인 최재은 씨(77)는 “40대 때부터 고혈압 때문에 건강관리를 위해 마라톤을 시작했다. 강화도, 남산에서 열리는 마라톤에 틈나는 대로 참여하고 있다”며 “아침 40분, 저녁 20분, 매일 한 시간씩 달리며 체력 관리를 하고 있고, 오늘 5㎞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며 완주 의지를 밝혔다.
가족이 함께 참여해 맑은 가을 날씨에 추억과 건강이라는 ‘일거양득’을 즐긴 참가자도 많았다. 자녀 세 명과 아내 손을 잡고 대회에 참가한 조현광 씨(38)는 “이제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다 같이 달릴 수 있어 온 가족이 나왔다. 평소 마라톤을 취미로 하고 있다. 이번에는 아이들과 함께 3㎞ 걷기 코스에 참가했다.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다.
북서울중학교에서 온 김도명 군(15)은 같은 학교 13명의 친구와 함께 출전했다. 김 군은 “달리기를 좋아하는 친구들이라서 다 같이 왔다”며 “5㎞를 완주할 거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가족단위로 참가한 동호인들이 한강변을 달리며 가을을 만끽했다. 견공 ‘비니’도 주인과 함께해 주목을 끌었다.
특이한 참가자도 있었다. 유일한 ‘견공’ 참가자 ‘비니’다. 비니는 배번호 536번을 달고 스타트 라인에서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비니의 주인 김옥란 씨(62)는 “예전에도 비니와 함께 마라톤대회에 종종 출전해 걸어서 완주했다”며 “이번엔 5㎞ 뛰기에 도전하는데 비니와 내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어 앞으로도 종종 출전할 계획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대회를 빛내는 숨은 주역들도 있다. 전마협 소속 페이스메이커팀이다. 페이스메이커란 선수들과 함께 뛰면서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페이스를 조절해주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있어 선수들이 안전하고 활기차게 레이스를 펼칠 수 있는 것. 11년차 페이스메이커 남규현 씨(56)는 “어제 울진에서 올라왔다”며 “오늘은 4시간 풀코스 페이스메이커로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전 10시 10분 풀코스, 하프코스 참가자들이 힘찬 함성과 함께 출발했다. 뒤를 이어 출발하는 10㎞, 5㎞ 참가자들은 먼저 달려 나가는 풀코스, 하프코스 참가자들을 보고 몸을 풀며 달리기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출발 이후 10분 만에 가장 먼저 도착한 선수는 3㎞를 달린 오병욱 씨(27)다. 수원에서 온 오 씨는 “하프나 풀코스를 뛰고 싶었는데 신청기간을 놓쳐 3㎞만 뛰게 돼 아쉽지만 다음 마라톤 때 꼭 풀코스를 뛰고 싶다”고 말했다.
5㎞ 코스 참가자 중 남성 1위는 대회 시작 18분 26초 만에 피니시 라인을 끊은 김충남 씨(50)가 차지했다. 김 씨는 지난해 <일요신문>이 주최한 ‘황영조 서울마라톤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택시기사인 그는 “주간 근무만 있는 날에는 중랑천을 뛰면서 연습했다. 보통 하프나 풀코스를 뛰는데 얼마 전 무릎 찰과상으로 5㎞에 참여했다”며 “5㎞ 마라톤은 있는 힘을 다 뿜어내 뛰는 게 매력이다”고 입상소감을 전했다.
10㎞ 코스 남성 1위는 35분 24초에 들어온 송석규 씨(34)다. 서울 하계동에서 온 송 씨는 “휴먼레이스 등 마라톤 동호회 활동을 통해 마라톤을 즐기고 있다”며 “오늘 달린 코스를 뛰며 단련을 했는데 날씨도 좋고 좋은 성적을 거둬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일요신문 마라톤대회 하프코스에서 2연패를 한 60세 정운성 씨.
하프코스 여성 1위는 1시간 36분 35초 만에 완주한 수지 마라톤클럽 소속 양점조 씨(48)다. 양 씨는 남편 심순섭 씨(51)와 같이 마라톤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어 이번 대회에도 동반 출전했다. 심 씨 역시 하프코스에서 입상했다. 양 씨는 “10년째 마라톤 대회에 나가고 있다. 남편과 항상 같이 연습하고 대회에 나가기 때문에 서로 든든한 마라톤 동반자다”고 말했다.
외국인 참가자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알렉산더 배티 씨는 하프코스에서 1시간 20분 17초의 기록으로 2위를 차지했다. 독일인인 레날드 씨(35)도 10㎞ 코스를 완주했다. 그는 “평소 달리기를 좋아하는데 이번 마라톤 소식을 자연스럽게 알았다”며 “40분 만에 완주해 기분이 좋고 친한 사람들과 한국에서 좋은 추억을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파이팅을 외치는 외국인 참가자들.
출발 2시간 58분 16초 만에 풀코스 완주자가 피니시 라인을 들어왔다. 거친 숨을 몰아쉬던 회사원 정석근 씨(42)는 “마라톤이 인생의 활력소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기회를 마련해준 일요신문에 감사한다”며 “직장생활을 하면서 네 개의 마라톤 클럽에서 마라톤 감독을 하며 감을 잃지 않고 있다. 3시간 안에 풀코스를 완주하는 ‘서브3’를 150회 채우는 것이 목표인데 오늘 그 중 한 번의 성과를 이뤄 기쁘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이밖에 허종호 씨(2시간 58분 19초), 이진형 씨(3시간 15분 21초)가 풀코스 2, 3위로 입상했다.
여자 풀코스 1위를 한 미국인 신디 헤커럴 씨(40)는 “덥고 피곤하지만 완주할 수 있어 행복하다. 여성 출전자가 총 3명이어서 달리는 동안 외로웠다. 다음 대회에서는 여성 출전자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입상자 전원에게는 상장과 트로피가 주어졌으며 5㎞ 1~3위 수상자에게는 전마협 주최 대회 무료 참가권이 주어졌다. 10㎞와 하프코스 1위에는 상금 15만 원이, 2위에는 상금 10만 원이 주어졌다. 풀코스 1위 상금은 20만 원, 2위는 15만 원, 3위는 10만 원이었다.
참가자들과 5㎞를 함께 뛴 이봉주 감독은 “제 이름을 딴 대회라서 더 뜻 깊다”며 “날씨가 좋아 건강하게 뛸 수 있었고 많은 분들과 함께 달려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별취재팀]
사진=일요신문 사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