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특정연예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혐의로 나한일을 구속했다. 나한일은 지난 2006년 대출 브로커에게 거액의 수수료를 주고 H상호저축은행으로부터 부실담보를 이용해 100억 원대의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전 금감원 비은행검사국 수석검사역 양 아무개 씨(구속 기소)와 H상호저축은행 대표 오 아무개 씨(구속 기소)에게 카자흐스탄에서 향응을 제공하고 성 접대까지 한 혐의가 추가됐다.사건의 양상은 고 장자연 문건과 닮은꼴이다. 고인의 소속사 김성훈 대표(본명 김종승. 미국명 제이슨 김) 역시 신인 연예인인 고 장자연에게 술자리를 강요하고 성상납까지 시켰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향응 및 성 접대를 받은 인물로 언론사 관계자와 방송국 PD 등이 언급되고 있는데 나한일 사건과 마찬가지로 금융권 인물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로 인해 김 대표 역시 불법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이 일었다.닮은꼴 사건의 두 주인공인 나한일과 김 대표.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선 두 사람이 각별한 사이였다고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두 사람이 소속사 대표와 소속 연예인의 연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스타즈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할 당시 나한일은 이미숙 최진실 김남주 등과 함께 이 회사를 대표하는 연예인이었다.이런 친분 관계로 인해 이들 두 사람의 닮은꼴 사건에 연관 고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연관 고리로는 김 대표의 배후인물로 알려진 전 정권 실세 B 씨가 지목되고 있다.
김 대표의 소개로 나한일과 B 씨도 친분을 쌓고 지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한일의 불법 대출이 이뤄진 2006년은 B 씨가 정·재계에서 한창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던 시기이기도 하다. 또한 H상호저축은행 대표 오 씨와 B 씨도 서로 친분이 있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그렇다면 B 씨를 축으로 김 대표와 나한일의 닮은꼴 사건이 벌어졌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의혹이 크게 주목받지 못한 까닭은 다만 소속사 대표와 소속 연예인이라는 정도의 친분만으론 연관 관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의 회사에 소속됐던 연예인은 나한일 외에도 수십 명이나 더 있다.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김 대표와 나한일의 친분이 소속사 대표와 소속 연예인 이상이었음을 보여주는 사안이 포착됐다.
이들 두 사람이 판교의 한 최고급 타운하우스에 공동 투자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 이들 두 사람은 지난 2003년 판교 소재의 한 타운하우스 한 채를 1/2씩 공동 투자해 지분도 1/2씩 나눴다. 이에 따라 현재 이 타운하우스의 소유자는 나한일과 김 대표가 1/2씩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부동산에 공동 투자해 지분을 공유할 정도의 친분이라면 이들의 관계가 단순한 소속사 대표와 소속 연예인 이상이었음을 알 수 있다.그런데 이들의 친분은 오히려 이 타운하우스로 인해 뒤틀렸다. 공동 투자가 두 사람 사이를 소송으로까지 내몬 것. 나한일과 김 대표는 지난 2003년 8월 문제의 타운하우스 한 채를 분양받아 계약금 2억 5000만 원을 절반씩 나눠서 냈다.
잔금은 공동 구매한 타운하우스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처리하기로 약정서를 작성했고 나한일은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아 잔금을 처리했다. 소송은 대출로 인한 수수료 및 이자 1억 3000여만 원을 홀로 부담한 나한일이 약정서에 따라 김 대표가 그 절반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제기됐다. 김 대표 측은 정확한 분양 대금을 나한일 측이 밝히지 않고 있다는 부분에 문제점을 제기했다.
대출금 가운데 일부는 잔금 결제가 아닌 나한일 개인 용도로 쓰인 만큼 정확한 분양 대금이 파악되면 그에 대한 수수료 및 이자를 지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 결국 이 소송은 지난해 6월 11일 원고 나한일의 승소로 마무리됐다. 공동 소유의 부동산 자체를 둘러싼 소송은 아니었지만 분양 대금에 대한 상호간의 불신에서 빚어진 소송이라는 점에선 의미가 남다르다.
그리고 이번엔 닮은꼴 사건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나한일의 불법 대출이 이뤄진 시기인 2006년은 두 사람의 관계가 신뢰를 잃기 전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나한일과 김 대표 사이에 소송이 불거진 계기가 B 씨와 나한일의 사이가 소원해진 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 과연 이들 두 사람의 관계와 B 씨와의 연계가 닮은꼴 두 사건에서 어떤 영향을 발휘했을지 수사 당국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문다영 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