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SM)나 SM 이수만 회장을 잘 알고 있는 가요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예전 같으면 여지없이 해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SM은 재계약 과정에서 난항을 겪자 HOT를 해체시킨 바 있고 SES 신화 등 SM 출신 인기 그룹들이 소속사를 옮기거나 해체된 바 있다. 이 회장을 비롯한 SM 임원진의 경영 스타일로 볼 때 법정분쟁까지 야기된 이런 상황에선 동방신기도 해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게다가 SM 소속 다른 아이돌 그룹으로 여파가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해체가 최선일 수 있다.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등 다른 SM 소속 아이돌 그룹으로 부당 전속계약 파문이 확대될 경우 SM 제국이 송두리째 붕괴될 위험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동방신기의 해체가 SM의 결정만으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게 가요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를 대표하는 인기 그룹인 동방신기는 현재 일본 최대 엔터테인먼트 그룹인 에이백스와 긴밀한 업무 제휴를 하고 있다. 에이백스는 보아 동방신기 트랙스 등 SM 가수들의 일본 진출 및 음악 퍼블리싱 비즈니스 등을 맡고 있다. 에이백스는 지난 2005년 일본 최대 케이블 음악방송사업자인 유센과 함께 SM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약 100억 원가량을 투자하기도 했다. 동방신기의 일본 내 활동과 관련한 에이백스와의 계약 내용은 정확히 공개돼 있지 않다. 다만 현재 동방신기가 일본에서 한창 활동 중이며 이를 기반으로 에이백스는 중국 진출까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 때문인지 시아준수 믹키유천 영웅재중 등 SM과 법정 투쟁을 선언한 동방신기 3인은 예정된 일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SM 측 의견을 지지하는 나머지 두 멤버인 유노윤호 최강창민 등과 함께 지난 6일 오전 일본으로 떠났다. 같은 날 6일 일본 도쿄 신주쿠의 국립 경기장에서 열린 무대에서 해체설에 대한 언급 없이 일곱 곡의 노래를 라이브로 소화했다.
동방신기 3인의 소송을 담당한 법무법인 세종과 SM이 각각 보도자료를 언론사로 발송하며 격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법정 분쟁을 불사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양측 모두 ‘동방신기 해체는 없다’는 입장이 동일한 부분 역시 해체설이나 불화설에 시달렸거나 소속사와 전속계약 분쟁을 치른 지금까지의 그룹들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촛불 시위 등 단체 행동까지 불사하겠다던 동방신기 팬클럽 카시오페아 역시 금세 잠잠해졌다. 회원 수 80여 만 명으로 지난해 기네스북에 등재된 카시오페아 회원들은 SM 내부 사정에 대해 나름 정확한 정보력을 자랑한다. 카시오페아 관계자들 역시 동방신기 해체는 없다는 입장이다.
해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돌파구는 극적인 합의뿐이지만 이 부분 역시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가요관계자들은 세 멤버들의 화장품 사업이 이번 소송과 무관하다는 세종 측의 입장과 달리 쟁점을 화장품 사업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월 6일 SM과 동방신기 3인이 앨범 판매 수익 분배 조항 개정에 합의했는데 당시엔 문제 삼지 않더니 현 시점에 와서야 문제를 삼는 부분이 석연치 않다. 또한 다섯 명의 멤버 가운데 부모가 화장품 사업과 연관된 세 명만 이번 분쟁에 참여하고 있다는 부분도 의문점으로 남아 있다.
실제 이들 세 멤버는 양태반을 주성분으로 한 기능성 화장품 ‘끄레뷰’ 사업에 주주로 참여한 뒤 자신들의 이름을 내세워 화장품을 홍보하고 각종 행사에도 직접 참여했다. 또한 세 멤버의 부모는 이미 이 업체로부터 상당한 계약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SM은 동방신기의 초상권 문제와 그룹 이미지 실추 등을 우려해 세 멤버의 화장품 사업 참여를 반대해왔다.
동방신기가 해체가 아닌 대타협을 이루기 위해선 우선 화장품 사업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정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세종 측이 제기한 동방신기 세 멤버의 부당 계약이 시정돼야 한다. 두 방안 모두 SM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선택이다. 소속사가 초상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동방신기 3인의 화장품 사업 진출처럼 또 다른 SM 소속 가수들도 유사한 사업에 참여할 경우 상황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속계약 관련 요구사항 역시 SM 소속 연예인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항간에선 연습생 신화의 주역인 동방신기가 앞장서 부당한 전속계약이 시정되도록 만든 후, 후배 가수들과 연습생들에게 좋은 전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가요관계자들은 동방신기가 일본에서 활동하는 도중에 국내에서 SM과 세종, 그리고 세 멤버의 부모 등이 극적인 합의를 도출해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파장이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합의 내용에 대해선 철저히 함구할 가능성이 크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