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춘 한국능률협회(KMA) 상임교수
◇금사빠의 유형
‘금방 사랑에 빠지는 현상’을 일컬어 ‘금사빠’라고 한다. ‘빨리 빨리’를 생활 신조처럼 외치며 살아온 한국 사람들에게 사랑도 예외는 아니다. 모 TV에서 이런 퀴즈를 낸 적이 있다. ‘어느 날 당신이 마녀로부터 지독한 미움을 받게 되었고, 당신은 그 마녀의 저주로 인해 동물로 변했다면 다음 중 어떤 동물로 변했을까요? 1) 돼지, 2) 뱀, 3) 하이에나, 4) 당나귀.
1) 돼지라고 응답한 사람은 상대방의 재력과 능력에 금사빠가 되는 유형이고, 2) 뱀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상대방의 이성적인 매력 때문에 금사빠가 된다. 3) 하이에나를 선택한 사람은 상대방이 나를 사랑해 줄 것 같기 때문에 금사빠가 되고, 4) 당나귀를 선택한 사람은 상대가 활발하고 명랑하고 건강해 보이기 때문에 금사빠가 된다고 한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교과서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분명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아무리 ‘금사빠’라 하더라도, 눈에 콩깎지가 벗겨지는 순간이 언젠가 오기 마련인데, 그 이후에 닥쳐올 긴긴 시간을 견디고 이해하고 사랑을 지켜 나가는 노력 없이 지속되는 사랑이 존재하겠는가?
그러나, 모든 인내가 다 아름답지는 않다. 참고 견디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사람은 반드시 있다. 전체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사람, 모든 문제의 원인이 자기보다는 상대방에게 있다는 사람,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객관적으로 옳은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인내는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내에 관한 어려움은 바로 여기에 있다. 언제까지 어디까지 인내하는 것이 좋을 것인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다 싶으면 뒤돌아 나오는 것도 현명한 방법인데, 이것이 막다른 골목인지 조금만 더 가다 보면 새로운 길이 나올 것인지 판단이 쉽지 않다.
현명한 선택은 가능하다.
이에 대해 세스 고딘(Seth Godin)이라는 경영 전략가는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현재 내가 겪고 있는 사랑이, 일이, 상황이 ‘딥(dip)’인지를 파악하라고 한다. ‘딥’이란 웅덩이를 말하는 데,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성공을 이루기까지 길고도 지루한 과정이 놓여 있을 수 있다. 처음에는 재미 있는 일도 어느 순간 힘들고 어렵고 회의에 빠지는 순간이 온다. 이 때는 참고 견디며 끝까지 가야 한다.
둘째, 컬드색(Cul de sac)이라는 상황이다. 컬드색은 ‘막다른 골목’이라는 프랑스어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이 없다. 특별히 좋을 일도 없는데, 다른 일을 하기에도 곤란하여 앞뒤가 꽉 막힌 상황이다. 이 때는 마냥 인내하지 말고 빠른 시간 안에 그 길을 포기하고 되돌아 나와야 한다. 인내하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낭떠러지다. 가장 위험한 상황이다. 현재 나름대로 달콤한 유혹이 있고 큰 문제도 없고 만족감을 주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강점이 사라지거나 직장에서 은퇴를 하면서 급전직하 추락할 수도 있다. 이 때는 미리 미리 도전하고 준비해야 한다.
현명한 선택, 그것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냉철한 인식으로 시작된다.
글 최경춘 한국능률협회(KMA) 상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