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다운 이미지로 정평이 나있는 가수 전진에겐 술자리에 관한 안 좋은 추억이 꽤나 많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언론에 보도가 안 돼 그렇지 연예활동을 그만둘 뻔했던 사건이 수차례나 있었다”고 토로한다. 그중 최고의 사건은 바로 전치 16주 상해사건의 가해자가 됐던 일이다. 몇 년 전 비공개 여자친구와 함께 심야시간 한 포장마차에 들른 전진. 그는 술에 만취한 상태로 자신을 알아보는 일반인들의 부담스런 시선을 애써 외면해가며 여자친구와의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일반인 일행 중 한 명이 자신의 여자친구를 향해 모욕적인 욕설을 던졌고 이에 참지 못한 전진이 상대를 향해 다가가 폭력을 행사했다. 당시 전진은 “참지 못할 만큼 심한 욕이어서 혼내주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며 사건 상황을 설명한 바 있다. 전치 16주라는 피해자의 상태에도 당시 사건은 원만히 합의에 이르렀는데, 전진이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상황을 잘 설명해 연예인으로서의 억울함과 남자 친구로서의 정당방위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피해자 역시 자신이 만취해 저지른 실수임을 인정하며 뒤늦게 합의에 동의했지만, 전진의 입장에선 ‘참을 인’자가 두고두고 아쉬웠던 사건임에 분명하다.
<개그콘서트>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개그맨 박휘순. 그는 ‘육봉달’ 캐릭터로 큰 인기를 끌던 데뷔 초 애먼 폭행 시비에 휘말린 기억이 있다.
사건인즉 그가 동료 개그맨들과 함께 송년회를 겸해 한 나이트클럽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클럽 복도에서 술에 만취한 한 일반인과 마주친 박휘순은 그가 반말로 사인을 요구하자 말없이 거절했다. 이에 격분한 일반인이 박휘순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폭행으로 박휘순의 안경까지 부러지자 이를 본 개그맨 일행들 역시 흥분했고 사건은 결국 경찰서까지 가게 됐다.
당시 박휘순은 폭력을 일체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언론 보도를 통해 ‘폭행사건 연루’라는 단어가 언급된 것만으로도 상당한 이미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당시 그의 행동은 잘못된 것일까?
한 동료 개그맨의 말에 따르면 “술에 취해 펜도 종이도 없이 마냥 사인해달라고 소리치면 어느 누가 기분 좋게 해주겠느냐”며 당시 박휘순의 상황을 옹호했고 그의 직속 개그맨 선배 H는 “어떤 상황에서든 연예인은 감정을 자제하고 웃을 줄 알아야 한다”며 박휘순의 대응이 미숙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술자리 폭행시비는 비단 남자 연예인들에게만 해당되진 않는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활동했던 여성 3인조 그룹 디바. 디바의 멤버로 활약했던 지니(본명 김진)는 활동기간 중 여성 연예인으로는 드물게 두 차례나 폭행사건에 연루된 바 있다. 그는 2000년 가을 길 가던 여성이 자신을 째려본다는 이유로 상대의 얼굴을 발로 때려 2년간의 법정 싸움 끝에 징역 8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그가 사회활동 중임을 감안해 법정 구속되진 않았지만 상대에게 먼저 시비를 건 것과 재판 과정에서도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사회적으로 더 큰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번 폭행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사건은 그가 백댄서 등 지인들과 강남의 모 나이트클럽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일행들과 함께 유흥을 즐기던 그는 역시나 일반인 일행들과 원치 않는 시비가 붙게 되었고 과거의 전력(?)으로 자숙 중인 그답게 사건을 말리다가 일이 커지자 급하게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파출소로 연행된 사건 당사자들 가운데 한 명이 지니도 자리에 함께 있었음을 언급해 결국 폭력 가담자로 구설수에 휘말리게 되었다. 사건 이후 그룹 디바는 ‘여자악동’ ‘여자 DJ doc’ 등으로 불리며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연예인들의 입장에서 폭행사건은 진실이 왜곡될 경우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나날이 커지는 연예인들의 위상을 감안하면 대중들의 잣대가 까다로워진다는 것 또한 인정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건 술자리에서의 시비를 줄이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점인데 그 방법 또한 천태만상이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겠지만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은 36계 줄행랑이다. 시비가 커지기 전에 재빠르게 자리를 뜨는 게 상책이라고 여기는 연예인들. 지금은 활동을 쉬고 있는 그룹 출신 가수 겸 연기자 K는 “도망가도 어떻게 도망가느냐가 중요하다”며 “말리다가 도망가면 아무 소용없다”는 이색주장을 펼친다. 그가 말하는 요지는 “(싸움을) 말리면서 이미 주위에 눈도장이 찍힌다는 것” 때문에 그는 술자리에서 최대한 얌전히 즐기는 게 습관화돼 있으며 심지어 주위의 언성이 높아지기만 해도 자리를 피하는 직업병 아닌 직업병이 생겼다고 고백한다.
한때 신문 연예면보다는 사회면에 더 많이 등장했던 소문난 악동 DJ doc. 그들의 각종 폭행사건은 지금이야 추억의 스토리가 됐지만 당시에는 마음고생이 엄청났다고 한다. 재미있는 부분은 그들 그룹의 좌우명이다. 그 좌우명은 다름 아닌 ‘합의금은 무조건 3분할’이었다는 사실. 워낙에 멤버들이 다양한 사건사고에 휘말리다보니 합의금의 액수가 엄청났고 고육지책으로 셋이 합의금을 나눠 내는 방법을 택했던 것이다. 때문에 사건 가담도(?)가 제일 적은 편이었던 멤버 정재용의 경우 아닌 밤중에 자다 깨서 멤버들이 전화로 불러주는 계좌번호를 받아 적는 일이 부지기수였다는 것. 어찌됐건 그들의 평화(?)를 위한 노력은 현재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가 하면 영화 <해운대>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이민기는 얼마 전 인터뷰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 바 있다. 자신이 유명해지고 인기가 오를 것을 대비해 황금마스크를 준비해 놓고 있었다는 것. 그 이유는 술자리에서 일반인들과 시비가 벌어지면 끝까지 참으려고 노력하겠지만 정 못 참겠으면 황금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가린 뒤 그를 찾아가 응징을 가하겠다는 것. 다소 코믹하게 들리는 그의 얘기지만 사석인 술자리에서조차 마음 편히 마실 수 없는 연예인들의 고충을 잘 드러내는 부분이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