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적인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임 아무개 씨(22) 등 3명이 가출한 10대 소녀 김 아무개 양과 이 아무개 양에게 거처를 마련해주겠다며 접근해 경기도 부천의 한 오피스텔에 감금한 뒤 성폭행했다. 이후 숙식만을 제공하며 성매매를 강요해 화대 3500여만 원을 가로챘다. 김 양과 이 양은 감시와 협박에 시달리며 지난해 12월부터 넉 달 동안 거의 매일 성매매를 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양이 상대한 남성은 대략 300여 명. 넉 달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하루에 두세 명의 남성을 만나 성매매를 해야 가능한 숫자다. 결국 제보를 받고 이에 대한 수사에 돌입한 경기 시흥경찰서는 임 씨 등 3명을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성매수자들에 대한 수사에 돌입했다.
우선 경찰은 김 양의 휴대전화 통화목록에 남겨진 80여 명을 대상으로 수사에 돌입했는데 대형 연예기획사 간부, IT 업체 대표 등을 비롯해 인기 그룹 멤버인 가수 전 씨 등이 혐의 선상에 올랐다. 시흥경찰서 손종욱 팀장은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전 씨의 오피스텔에서 30만~70만 원을 받고 2~3차례 성관계를 가졌다는 피해자 진술을 확보했다”면서 “피해자가 전 씨 사진을 보고 정확히 지목했다”고 말한다. 김 양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전 씨의 전화번호는 물론 집 내부 구조까지 상세히 기억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소환까지 불응한 전 씨는 결국 12일 경찰에 출두해 혐의 사실을 인정했다.
현재 경찰 수사는 추가 성매수자 명단 확보에 집중돼 있다. 손 팀장은 “피해자의 휴대폰 네 대 가운데 파손된 한 대를 제외한 세 대의 통화 내역을 파악 중”이라며 “한 대에서 혐의가 짙은 80명의 명단을 파악했고 나머지 두 대는 통화내역 정도만 파악한 상태”라고 밝혔다.
따라서 경찰은 현재 나머지 두 대의 휴대폰에서 확보한 통화 내역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성매수자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관건은 전 씨 이외에 추가 연예인의 존재 여부다.
임 씨 일행이 김 양 등 피해자들을 이용해 성매매를 시킨 창구는 인터넷이었다. 성인콘텐츠 전문가 김창환 씨는 “인터넷을 매개로 한 불법 성매매는 특정 계층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고 있어 두 명의 피해 여성이 넉 달 사이에 한 명 이상의 연예인을 만나 성매매를 했을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면서 “다만 인터넷이지만 특정 계층만을 상대로 한 VIP 영업을 벌였다면 추가 연예인 성매수자가 있을 가능성은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임 씨 일당이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한 VIP 영업을 벌인 흔적은 여러 군데서 확인되고 있다. 우선 80여 명의 1차 명단에 전 씨 외에도 대형 연 유명 인사들이 더 있다. 또한 화대 역시 회당 30만~70만 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인터넷을 통한 무차별적인 성매매보다는 다소 높은 가격이다. 또한 김 양이 진술한 성매수자들의 행태도 이를 뒷받침한다. 얼굴을 가리고 어디로 오라고 지시한 성매수자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가면과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성관계를 맺은 이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방식의 VIP 영업은 경찰 단속도 힘들다. 인터넷을 통한 무차별적인 성매매의 경우 계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경찰 수사망에 걸려들 가능성이 높지만 이처럼 일부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잡아내기가 힘들다. 이번 수사 역시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성매매를 경찰이 직접 발견해 수사에 돌입한 것은 아니고 김 양 등이 임 씨 일행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나서 몇 달이 지난 뒤에야 제보를 통해 이뤄졌다.
경찰은 임 씨 등의 정확한 범죄 수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 감금 성폭행 성매매 등의 혐의 사실만을 밝히며 성매매가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이뤄졌다는 사실만 언급할 뿐이다.
현재 경찰은 추가적인 성매수 연예인이 존재할 가능성에 대해 ‘알 수 없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을 뿐이다. 손 팀장은 “아직까지는 전 씨 외의 연예인은 없다”면서도 “전체적인 명단 확인 후에야 연루 연예인이 더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항간에선 임 씨 일행의 범행 방식으로 볼 때 연예인이 아닐지라도 다른 분야 유명인의 이름이 추가적으로 성매수자 명단에 올라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잘못하면 이번 사건이 연예계뿐만 아닌 사회 전반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시흥경찰서 수사 뒷얘기
묻힐 뻔한 사건 우연히 입수
올 상반기 연예계를 강타한 가장 강력한 사건은 단연 ‘장자연 리스트’ 사건이다. 당시 분당경찰서에서 수사 전반을 지휘한 오지용 형사과장이 이번 연예인 성매매 사건까지 담당하고 있었다. 분당경찰서에서 시흥경찰서로 자리를 옮긴 오 형사과장이 또 한번 대형 연예계 사건을 지휘하게 된 것.
참 묘한 인연이다. 게다가 피해자나 피의자 연고가 시흥이거나 사건 현장이 시흥인 것도 아니다. 다만 시흥경찰서가 관련 제보를 입수해 수사를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연예인이 연루됐다는 사실이 확인됐을 뿐이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궁금증 가운데 하나는 12월부터 넉 달 동안 감금 상태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한 피해자들이 임 씨 일당에게 풀려난 뒤 곧바로 신고하지 않은 까닭이다. 이에 대해 오 과장은 “신고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들었다”면서 “피해자들은 이후 또 다른 사건에 휘말리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가 제보를 입수했고, 피해자들과 접촉해 진술을 확보해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또한 성매수 연예인이 더 있는지에 대해선 “피해자들이 매스컴과 만나선 그렇게 얘기했는지 모르지만 우리와의 피해자 진술 내용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고만 밝혔다.
시흥=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