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장인 인천체육관에서 승리를 다짐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지난 24일 인천체육회관 6층의 보디빌딩 훈련장은 ‘빵빵한’ 체격을 자랑하는 국가대표 보디빌더들이 선수촌 입주를 앞두고 마무리 훈련이 한창이었다. 계속된 식이요법으로 인해 얼굴 표정엔 지방과 수분이 쭉 빠진 뒤의 메마름이 느껴졌지만 운동량은 대회가 다가올수록 더욱 강도가 높아져만 갔다. 상대를 놓고 겨루는 일반 종목과는 달리 보디빌딩은 ‘육체미’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따라서 몸을 어떻게 가꾸고 다듬느냐에 따라 메달이 좌우되는 특징 때문에 아름다운 몸 만들기가 지상 최대의 과제다. 그러나 60∼90초 동안 심사를 받기 위해 무대 밖에서 벌이는 훈련은 치열하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하다.
선수들이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워하는 일이 바로 식이요법. 체중조절과 울퉁불퉁한 근육을 유지하기 위해선 짜고 달고 매운 음식이 금기시 되기 때문에 세 끼 식사에 간식까지 양념이나 조미료가 가미된 식사는 꿈도 꿀 수 없다. 대신 고단백질인 계란 흰자, 닭가슴살, 감자, 고구마, 양파, 오이 등의 야채를 살짝 데쳐 하루 5∼6번 나눠 먹는다. 살을 적당하게 태우는 선탠도 훈련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다.
햇볕이 쨍한 날엔 체육회관 옥상에 자리 펴고 누워 2시간 이상씩 꼼짝 않고 있는데 4시간 이상 운동한 것과 다름없는 체력 소모로 인해 선수들로서는 고행의 연속이다. 살을 태우는 방법도 중요하다. 얼룩이 생기면 안되기 때문에 팬티조차 걸치지 않고 몸을 좌우로 돌려가며 골고루 햇빛을 쪼인다.
미들급(-85kg)의 강경원은 식이요법 때문에 대인관계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고충을 털어놓았다. 즉 술과 일반 식사를 전혀 할 수 없다보니 사람 만나는 일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것. 방운혁 코치는 “아시안게임에 처음 채택된 종목이라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선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며 금메달에 대한 강한 집념을 나타냈다.
▲ 지난 98년 국내 세팍타크로선수권대회 경기장면 <99보도사진연감> | ||
유소년 선수 발굴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팀 자체가 거의 없기 때문에 기대할 수 없는 상태. 이렇듯 열악한 주변환경에도 불구하고 세팍타크로 선수가 되기를 원하는 이유 중에는 타종목에 비해 국가대표로 발탁될 수 있는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남자 대표팀의 전재영 코치는 “만약 축구나 야구를 했더라면 태극마크 달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비인기 종목에다 선수층이 얇다보니 비교적 다른 종목에 비해선 경쟁이 덜한 편”이라면서 나름대로의 장점을 열거했다.
하지만 실업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은퇴 후의 생활도 보장되지 않는 현실 등 선수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주위 사람들의 인식은 최악의 수준. 전 코치는 “이름이 어렵다보니 나이 드신 분들은 ‘세파트’나 ‘세탁기’로 부르는 일이 다반사다. 부모님 허락받고 운동하는 건 기대하기조차 어렵다”고 설명했다.
당구 선수들의 훈련은 상상외로 혹독하다. 보통 아침 6시에 기상해서 하체 단련을 위한 조깅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장시간의 경기를 지탱할 체력을 키운다. 스누커의 경우엔 아침부터 점심 먹고 계속 경기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 집중을 위해선 하체 단련이 필수. 당구 선수들의 팔 운동은 절대 금물. 취미로 테니스, 골프, 볼링 등을 하는 것은 망하는 지름길이다. 결혼한 가장들은 집에서 못도 박지 못한다. 자칫 잘못해서 손에 상처라도 입으면 당분간 큐대 잡기를 포기해야 한다.
당구의 또다른 특징은 선수들의 연령 제한이 없다는 사실. 대표팀에 뽑힌 선수들 중 최연소가 31세고 최고령이 51세라고 한다. 실제로 51세의 백승칠씨는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선수들 중 최고령자로 꼽힌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생업으로 당구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도 재미있다.
공수도는 일본의 ‘가라데’를 일컫는 말이다. 지난해야 비로소 대한체육회 인정 단체가 되어 역시 아시안게임에 처녀 출전한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로부터 인정은 받았지만 아직까지 정식 단체로 등록되지는 않았다. 1년 동안의 활동 사항을 파악한 뒤 재심을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지원이 극도로 열악하다.
태릉선수촌 입촌은 그림의 떡. 들어갈 방법도, 장소도, 여건도 안되었기 때문이다. 국제대회에 출전하려면 자비로 항공료와 체재비를 물어가며 경기에 참가한다. 단체 훈련도 없다. 개별적으로 소속된 체육관에서 훈련하다 경기 때 모이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이렇듯 처절한 상황에서도 꿈은 태산보다 크다. 중량급에서 금메달이 유력한 선수들이 많기 때문. 만약 무제한급(+75kg)의 정권홍과 75kg급의 김병철이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누구보다 뜨거운 박수를 받아야할 주인공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