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신인으로 ‘구단의 보배’ 대접을 받는 투수 P는 아직 선배들의 엄숙한 ‘기’에 눌려 힘들다고 한다. P는 “물론 자상하게 신경 써주는 선배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나를 주시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갑갑할 정도”라고 신인 스트레스를 토로한다. P는 단체기합 정도는 고등학교 때도 있어왔던 것이어서 참을 수 있지만 시도 때도 없이 심부름을 시키거나 쓸데없는 트집으로 인격모독을 할 때가 가장 힘들다고 한다. “밤늦게 담배 심부름을 시키는데, 찾는 담배가 없으면 또 그거 찾으러 멀리까지 갔다와야 된다”며 “한두 번은 선배에 대한 예우지만 정도를 넘을 때는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섭섭하다”고 말했다. “운동복 옆선과 양말 옆선을 맞추는 것도 고역”이라고 말했다.
완벽한 제구력으로 신인 아닌 신인으로 평가받는 Y는 군기에 대한 재미있는 경험도 많다.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적이 있는데 올해 초 다른 선수들도 머리를 샛노랗게 물들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선배들이 거부감을 가졌는지 초반부터 머리에 대해 제재가 컸다고 한다. 그러나 오기가 생긴 Y가 노란색에서 갈색으로, 다시 약한 보라색으로 바꾸고 싶은 대로 바꾸자 이에 질린 선배들이 그만 포기를 했다고 한다. “선배들이 거의 포기할 때쯤 저도 재미가 없어서 그냥 흑발에다가 단정하게 깎았습니다. 제재하면 더 반항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라고 나름대로의 신입 길들이기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Y가 있는 구단은 ‘자율야구’를 표방하는 구단이라 그런 ‘반항’이 통했다고 볼 수 있다.
야구 선수에서 방송인으로 전업한 강병규도 예전에 튀는 외모로 팀 코칭스태프와 갈등이 깊었다. 한 야구 관계자는 “사실 물들이는 것은 별로 상관이 없지만 머리하러 간다면서 압구정이나 청담동에 있는, 연예인들이 자주 가는 곳에 야구선수가 갈 필요가 뭐 있느냐”며 일부 신인들이 마치 연예인처럼 행동하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 했다. 분위기 파악 못하고 반항했다가는 ‘즉결처분(?)’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올해 신인 투수 부분에서 두드러지는 활약을 보이는 J는 처음 팀 분위기가 좋아 선배들과 형 동생 사이로 친하게 지내다가 한 번은 말 실수를 했다. 그러자 바로 한 겨울에 숙소 밖에서 5시간을 팬티바람으로 서 있었다고 한다.
신입이 처음 구단에 들어오면 회식을 가거나 꼭 한 번은 신고식 같은 것이 있다. 메이저리그 최희섭이 치어리더 복장을 입고 다음 경기장으로 이동한다든지, 박찬호의 양복을 팀원들이 싹둑싹둑 가위질 해버리는 등 전통의 신고식은 없지만, 나름대로 한국식 신고식인 ‘술판’이 그것. 워낙 힘 좋은 야구 선수들이어서 요란스럽게 치러진다. 나이트, 룸살롱, 소주집을 전전하며 15차까지 간 경험을 이야기하며 J는 “정신없이 마셨는데 알고 보니 주사(酒邪)테스트 겸 얼마나 예의 바른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고 한다. “나는 선배들로부터 한 60점 받았다. 나이트에서 부킹을 혼자한 죄로 점수가 좀 깎였다”며 선배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계기였던 점에서는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신인들은 “한국 야구도 메이저리그처럼 기억에 남으며 내가 드디어 인정을 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그런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