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항서 감독 | ||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선 국내감독 후 외국감독’의 원칙을 공식입장으로 내세우고 감독을 물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누가 지휘봉을 맡을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 일각에서는 언론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감독 후보들과는 다른 예상외의 인물이 낙점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어 예측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후보들의 입장과 기술위원들의 속 이야기를 들어봤다.
10월 말 현재 신문지상에 대표팀 감독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국내 감독은 김호곤 부산 아이콘스 감독, 박성화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 감독, 이장수 중국 칭타오 감독이다. 처음 거론되었던 조윤환 전북 감독은 ‘시켜줘도 안한다’는 반응을 보여, 일찌감치 감독 후보에서 제외된 상황이다.
▲ 조윤환 전북 감독은 “대표팀 감독은 시켜줘도 안한다”며 일찌감치 손사래를 쳤다. | ||
이장수 감독은 올해 중국 칭타오를 새로 맡아 현재 FA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 감독은 대표팀 감독 선발때면 으레 물망에 오르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해외에서 입지전적 업적을 쌓았지만 국내 사정에 밝지 않다는 점이 큰 단점으로 거론된다.
이 감독은 최근 ‘측근에게 포기의사를 밝혔다’는 일부 보도는 일단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국내 축구계 상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듯했다. 그는 “아직 제의를 받지 않아 고려해 본 적도 없다. 대표팀 감독의 권한 처우 문제는 먼저 축구협회와 기술위원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호곤 감독과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은 아직까지 ‘할말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호곤 감독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감독 선정 때 허정무 감독에게 밀렸지만 선수 장악력이나 실력 면에서 큰 흠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현재 맡고 있는 부산 아이콘스가 올해 성적이 그리 좋지 않다는 점이 단점이다.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의 복귀에 대해 축구계는 일단 어렵지 않느냐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허 전 감독은 대표팀 감독을 맡았을 때 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축구계 일각에서는 언론과 협회의 감독 흔들기에 당한 희생양이었다는 해석도 나왔다. 허 전 감독이 언론을 통해 보여준 협회나 현 축구계에 대한 비판적 태도로 보아 전권을 위임하는 대타협이 없다면 사실상 감독 취임은 힘들다는 것이 축구계의 중론이다. 축구협회도 ‘허정무’라는 거물을 안기는 부담스러운 것으로 전해진다.
▲ 김호곤 감독, 박성화 감독, 허정무 전 감독 | ||
이상 거론되고 있는 감독들은 대체적으로 ‘총대’를 메야하는 축구대표팀 감독에 대해 회의적이다.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의 무게’ 때문이 아니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3개월 만에 낙마한 박항서 감독의 악몽이 언제 재발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이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번에 발탁되는 감독은 최소한 올림픽까지는 감독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히딩크 감독을 염두에 두고 ‘월드컵과 올림픽 감독은 히딩크가 맡고, 기타 A매치(국가대항전) 감독은 국내 감독이 맡는다’는 추측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혼선에 대해 한 기술위원은 “우선 축구협회가 히딩크의 컴백을 염두해 두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감독의 임기도 확실히 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 감독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할 수 없다면 차라리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외국 감독을 영입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기술위원도 “멀쩡한 감독들 ‘폐인’ 만드는 것보다는 낫다”며 외국인 감독영입을 차선책으로 지지했다.
그러나 김진국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이미 성인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일원화를 밝힌 바 있어 국내 지도자가 감독이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대표팀 감독 선정은 원래 박항서 전 감독의 경질 뒤 3일 안에 인선작업을 끝낼 예정이었으나 11월 초로 미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