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발단은 지난 9일 복싱연맹 소속인 서아무개씨가 마산에서 다방 여종업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긴급 체포되면서 시작됐다. 복싱 조직위는 서씨를 수행원으로 데려온 중앙연맹의 김 회장측이 대회 명예를 훼손했다며 조직위 단장직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김 회장측은 ‘자신은 사건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서로 신경전을 벌이다 급기야는 경기장 폭력사태까지 간 것이다.
지난해 3월 김옥태 전 복싱연맹 회장이 물러나고 김성은 현 회장이 취임하면서 복싱연맹은 중앙연맹과 지방 일부 연맹으로 세력이 갈리게 됐다. 양측은 주요 임원 선정, 선수 선발 등을 놓고 갈등을 보였다. 김 회장을 반대했던 복싱인들은 심한 불이익을 입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현재 김성은 회장으로 대표되는 중앙연맹과, 손성찬 전무의 부산연맹, 경기 경남 연맹이 서로 대립하고 있다. 갈등이 심화된 것은 부산연맹이 주도적으로 아시안게임 조직위를 꾸려나가면서다.
▲ 아시안게임 복싱경기가 열리기 전 대한복싱연맹측 심판위 원들과 부산연맹 등 대회본부 운영위원들이 패를 나눠 욕설 과 몸싸움을 하는 추태를 보이고 있. [연합] | ||
아시안게임이 끝난 지금 두 세력은 회장 기부 금액을 두고 다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부산연맹의 손 전무는 김 회장이 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며 복싱의 미래를 위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연맹 재정이 나빠질 것이라는 주장. 참고로 역대 복싱연맹 회장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부족한 자금 조달이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연맹측이 보유한 금액은 약 35억원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 전무는 “수억원 이상을 쾌척할 능력이 되는 국내의 굴지의 대기업 회장이 회장직을 맡고 싶어 한다”라며 “경선은 모양새가 좋지 않고 반드시 회장추대 형식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그전에 김성은 현 회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손 전무는 그 대기업 회장이 누군지 밝히기를 한사코 꺼려하고 있다. 중앙 연맹의 견제가 심해질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연맹측은 손 전무가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연맹측은 “선수출신이 아닌 기업인을 회장으로 모신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고 그 순수성도 의심스럽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인석 복싱대표팀 감독도 “복싱 침체 이후 원정 훈련이나 경기도 잘 가지 못하다가 이번에는 김 회장의 배려로 6차례 해외 훈련을 갔다 왔다”며 김 회장을 옹호했다.현재 아마 복싱계의 두 세력의 갈등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까닭에 대해 한 복싱인은 “순수하게 회장 자격을 둘러싼 논란이 아니라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내부 인맥들 간의 갈등이기 때문에 쉽게 해결이 나지 않을 것이다. 다들 자기 계보만 챙기려 하기 때문에 문제가 복잡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