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이렇듯 심각한 문제를 발생한 선수촌 식당은 과연 어디에서 운영하고 있는 것일까. 롯데호텔이 운영 업체다. 조직위에선 식당 문제와 관련해선 모두 롯데호텔측에 책임이 있다고 떠넘기고 있기 때문에 롯데호텔은 조직위의 책임 떠넘기기와 선수들의 불만에 정신이 없는 상태다.
▲ 선수촌 빈그릇 | ||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불만의 원인을 알 수 있다. 첫째 1인당 식사의 가격이 1만4천4백20원이다. 이만한 돈을 내면 선수들의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롯데호텔측은 부산에 있는 웬만한 호텔 뷔페 값의 40%선에도 안되는 가격이라며 손해를 감수하고 뛰어든 일이라고 하소연이다. 문제는 음식의 질. 이 부분에 대해 롯데호텔에서 파견된 한 직원은 “한 끼에 1만1천 명 정도 식사를 하는데 어떻게 한쪽의 입맛에 다 맞출 수 있겠느냐”라며 “솔직히 메인요리 같은 경우는 다른 호텔 뷔페가 훨씬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 비용에는 데코레이션 비용 즉 디저트나 음식장식을 계산하지 않은 데서 생긴 오해”라고 항변했다. 즉 전체적인 음식수준은 롯데호텔에서 직접 먹는 것과 비슷해 똑같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말은 한정된 비용에서 음식과 크게 상관없는 데코레이션 비용을 포함하다보니 정작 선수들이 먹는 메인 요리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고 인정하는 꼴이 된다. 한편 조직위는 선수가 아닌 외부인이 선수식당에서 식사를 할 경우에는 28.3달러(약 3만4천원)에 쿠폰을 팔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호텔측은 “가격 책정에 대해선 잘 모른다. 그것은 조직위에서 관리하는 일”이라며 조직위쪽에 화살을 돌렸다. 1만 명의 식사를 준비하기 때문에 음식의 질이 떨어질 수는 있겠지만 외부인에게 두 배 이상의 돈을 더 받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롯데호텔측은 처음부터 잘못될 소지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1인당 약 1만5천원의 가격으로 총 83억원에 이번 용역을 맡았는데 처음엔 가격이 너무 낮아 일을 맡지 않으려고 했다는 것. 롯데호텔은 국내에서 개최되었던 여러 국제대회의 식당 용역을 맡아본 경험이 있는 유일한 업체이다. 가격 단가 문제로 거절 의사를 밝히자 조직위 관계자들이 ‘국책사업’을 주장하며 롯데호텔 말고는 맡을 업체가 없다며 간곡히 요청,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계약을 했다는 것이 호텔 관계자의 설명이다. 수송 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물론 모든 선수들이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지만 일부 선수들은 경기 당일 컨디션 조절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배차 문제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등 그 파장이 예상외로 커졌고 심각해졌다.
조직위는 북한에 7대의 버스를 전용 차량으로 내주고 나머지 선수들은 셔틀버스를 타도록 했다. 그러나 셔틀버스는 50인승 이상 대형 버스이고 선수들의 스케줄에 일일이 맞춰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기동성이 떨어졌다. 그리고 고질적인 교통문제를 안고 있는 부산시의 도로와 멀리 떨어져 있는 일부 연습장과 경기장을 고려했다면 대형셔틀버스가 아닌 밴의 수를 늘려 기동성을 높였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자원봉사자의 말이 의미심장하게만 들린다. “아시아 선수들이니까 이 정도에도 가만히 있는 것이지 만약 올림픽이었다면 망신살이 뻗쳤을 것이다. 생활수준이 높은 외국인들이 어떻게 바라봤을까. 주먹구구식의 선수촌 운영은 정말 자원봉사자인 내가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