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표는 웬만한 대권 후보들이 하나쯤 운영하고 있는 대권캠프가 없다고 밝혔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박 대표의 대권 캠프 존재 여부도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 신사동에 비밀 캠프가 있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실제로 박 대표가 ‘정치적’으로 이용을 하고 있는지 확인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른 대권 주자들은 ○○재단 등의 이름으로 여의도 근처에 한두 개의 외곽 사무실을 운영하며 나름대로 조직 관리를 한다. 하지만 박 대표의 경우 “비선 조직이나 캠프는 정말 없다”고 못을 박는다.
박 대표의 측근으로 통하는 김선동 비서실 부실장마저 그의 ‘조직’ 이야기만 나오면 목소리가 작아진다. 그는 “박 대표는 모든 일정을 공조직 중심으로 움직인다. 사조직은 없다”고 단언하면서 “비서실에서는 대표의 공식 일정만 관리할 뿐 개인 일정은 대표가 직접 관리하고 있어 누구를 만나는지도 모른다. 비서실도 공식 일정만 잡고 개인 일정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고 자유스럽게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박 대표의 외곽 조직이나 캠프는 정말 없을까. 박 대표의 답이 걸작이다. 그는 지난 2004년 10월22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에서 “4천만 국민이 모두 내 자문단 풀”이라고 대답했던 것. 이는 다른 대권 주자들처럼 조직관리를 하지 않아도 언제든 결심만 하면 자신을 지지하는 그룹을 만들 수 있다는 박 대표의 자신감으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도 이에 대해 “박 대표는 굳이 사조직을 만들 필요가 없다. 사회 곳곳에 포진한 박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인맥과 그에게 우호적인 그룹만 합쳐도 잠재력이 큰 대권조직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4만여 명에 이르는 ‘박사모’ 회원들도 소리 없이 그를 돕고 있다. 이들의 충성심이 높기 때문에 대권조직으로의 전환은 쉽게 이루어질 것이다. 오히려 박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한나라당 의원 1백여 명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지도력이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누구보다도 측근 조직의 폐해를 잘 알고 있다. 3김 시대의 조직이나 측근은 적어도 박 대표의 머릿속에는 없는 것이다. 박 대표는 정치에 입문하기 전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몇 번 만나만 보아도 그 됨됨이를 알 수 있는 것이 사람이지만 몇년을 봐도 그 진짜 모습을 모를 수도 있는 것이 또한 사람이다. 어수룩한 체 하면서 속으로는 딴 마음을 먹고 뒤로는 음모를 꾸미고 음흉했던 사람을 기억하게 된다.”
▲ ‘박사모’ 회원들과 함께한 박근혜 대표. | ||
이같이 좀처럼 측근을 곁에 두려 하지 않는 박 대표식 스타일은 과거 오랜 측근이었던 최태민 목사(1994년 사망)가 연루된 불미스런 사건 이후 굳어지게 됐다는 후문. 최태민 목사의 사위였던 정윤회 전 비서실장이 지난해 초 박 대표의 곁을 떠난 이후 현재로서는 손에 꼽을 만한 최측근은 없는 상태다.
박 대표는 3김 시대의 용어로 ‘사조직’은 없지만 현안이 생기면 그때마다 전문가 그룹의 ‘번개’ 자문을 받곤 한다. 오래 전부터 박 대표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남덕우 신현확 전 총리와 김용환 전 자민련 부총재 등은 원로그룹으로서 박 대표에게 한번씩 국정에 관한 조언을 한다. 여기에 박정희 정권 시절 고위관료를 지낸 인사들과 그들의 자제들로부터도 도움을 받는다.
이밖에 서울대 등의 이공계 교수 출신 20명 정도가 오랜 자문그룹으로 주변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6월 박 대표가 수도 이전 문제와 관련해 신행정수도특별법의 국회통과에 대해 사과하며 방향 전환에 나선 데도 이들의 조언이 한몫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3만 명이 넘는 정수장학회 출신들의 모임인 ‘상청회’도 큰 힘이 된다. 전국의 대학에만 정수장학회 출신의 교수가 5백 명이 넘는다. 이들은 현안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조언을 마다하지 않을 만큼 박 대표 지지에 열성적이다.
비서실장을 지냈던 유승민 의원은 앞으로도 정무 기획 연설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박 대표를 가깝게 보필할 전망이다. 당직 개편 이후에도 당내 거의 유일한 ‘측근’으로 꼽힐 듯하다. 그리고 전여옥 전 대변인도 ‘장외 비서실장’으로서 역할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전 전 대변인은 “같은 여자이기 때문에 집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고 해서 자주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하지만 측근으로 분류되기보다 그냥 ‘말 동무’ 정도가 아닐까 한다”라고 밝혔다.
▲ 당내에서 최측근으로 꼽히는 유승민 의원(왼쪽)과 전여옥 전 대변인. | ||
이런 이유로 지만씨가 운영하는 산화철 제조 전문업체 EG의 서울사무소가 박 대표의 외곽 캠프로 이용되고 있다는 추측기사가 나오기도 했지만 회사 관계자들은 “사실 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박 대표는 ‘비밀 사조직’이 없다. 정가에서는 박 대표의 ‘무(無)조직 전략’에 대해 “못 만드는 게 아니고 안 만드는 것이다”라고 단언한다. 아직 대선이 2년이나 남았는데 지금 만들어봤자 자금과 시간 낭비일 뿐이라는 것. 박 대표는 무엇보다도 그를 뜨겁게 지지해주는 국민들이 가장 든든한 ‘사조직’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