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경기 마치고 둘이서 술 한잔 할 기회가 있었어요. 외국에 나가면 대부분 북한 선수들과 한 호텔에 묵게 되거든요. 그때 영균이가 술 마신 핑계로 하소연하더군요. 매번 지는 바람에 정말 괴로웠다고. 영균이의 솔직함으로 인해 더욱 친해질 수 있었어요.”예전엔 국제대회에서 북한 선수들을 만날 때 긴장과 두려움 속에서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바라보기만 했지만 몇 년 전부터는 전혀 거리낌없이 한데 어울려 식사를 나누며 정보 교환을 하는 등 활발한 접촉이 이뤄진다고 한다.심권호는 ‘형님’으로 깍듯이 모시는 한 북한 선수에게 축의금을 전달한 적도 있다. 우연히 국제대회에서 만났다가 북한 선수가 곧 결혼할 거라며 축의금 내라고 농담 삼아 한 말을 심권호는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에서 ‘봉투’를 내밀었다고.
“레슬링은 복싱이나 태권도처럼 치고 받는 경기가 아니라 몸을 부대끼며 하는 경기라 정이 들 수밖에 없어요. 특히 북한 선수들은 피부도 언어도 같은 한민족이잖아요.”아무리 친해도 체제에 대한 민감한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은 불문율이다. 또 남쪽 선수들이 옷 신발 용돈 등을 선물로 주는데 ‘동정’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심권호는 얼마전 북한 레슬링 감독을 만나 이런 부탁을 했다. “감독님, 저 여자 좀 소개시켜 주세요. 장가 좀 가게. 응원단들 보니까 되게 이쁘대요.”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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