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오타니가 이렇게까지 순조로운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 아사히TV 프로그램 <초일류 선수를 만드는 방법>에서는 오타니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작성한 목표 달성표를 소개했다. 그가 세운 목표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오타니라는 ‘괴물’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그 배경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2012년 7월, 일본 야구계가 크게 술렁였다. 아직 18세에 불과한 고교 3년생 오타니 쇼헤이가 프로선수들도 던지기 힘든 구속인 시속 160㎞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한 가운데, 그의 고교 은사인 사사키 히로시 감독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는 듯 담담했다.
사실 오타니의 놀라운 성과는 스스로 노력한 부분도 크지만, 사사키 감독의 열성적인 지도 덕분이기도 하다. <뉴스픽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사키 감독은 “나는 160㎞의 공을 던져본 적이 없으므로 그 방법을 오타니에게 가르쳐줄 순 없었다. 하지만 지도자로서 반드시 가르쳐야 되는 것은 기술보다도 ‘생각하는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목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였다.
이런 이유로 사사키 감독은 하나마키히가시 고등학교 야구부에 목표달성표를 도입해 선수들에게 각자 기재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오타니의 경우 고등학교 1학년 때 “8구단 드래프트 1순위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표1 참조). 그리고 이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부가 목표 8개를 설정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오타니가 체력, 구위, 스피드, 변화구 등 투수로서 갖춰야 할 조건뿐만 아니라 인성, 정신력, 운까지 세심하게 신경 썼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실력만 가지고는 성공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오타니는 운(運)이라는 건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여겼나 보다. 따라서 운을 위해 ‘쓰레기 줍기’ ‘인사하기’ ‘책 읽기’ ‘긍정적인 사고’ ‘장비 소중히 다루기’ 등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것들을 따로 추가했다. 요컨대 ‘8구단 드래프트 1순위’라는 한 가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총 72개의 세부적인 목표들을 나눠 세운 것이다.
이른바 ‘만다라트(Mandal-Art) 맵’으로 알려진 발상기법을 참고한 것이었다. 만다라트는 목적을 달성하는 기술이라는 뜻으로 일본의 디자이너 이마이즈미 히로아키가 1987년 처음 고안했다. 관련 서적이 여러 차례 출판될 정도로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생각을 확장하고 목표를 잘게 쪼개 체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하여 ‘소망을 이뤄주는 마법의 상자’라고도 불린다.
만다라트 작성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9개의 네모난 칸을 그려놓고, 한가운데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쓴다. 그런 다음 그 주변의 8개 칸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부가 목표를 적는다. 힘들더라도 빈칸을 다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채워진 8개의 부가 목표를 각각 하나의 영역으로 삼고, 다시 이것을 이루기 위한 8개의 세부 계획들을 설정해 나간다. 항목이 구체적일수록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명확해지며, 자신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게 된다.
물론 만다라트를 활용한다고 해도 계획만 세워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무엇보다 성실한 노력이 필수다. 오타니는 방송에서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라는 말을 했다. 일례로 스피드 160㎞라는 부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체중증가가 필요했는데, 워낙 마른 체질이었던 오타니는 하루 13끼를 먹어가며 3년간 20㎏ 이상의 체중을 늘렸다고 한다. 또 그만의 발상 요령도 방송에서 공개됐다. 가령 구속 160㎞를 내고 싶으면, 163㎞정도로 목표를 조금 높게 설정하라는 것이다.
결국 오타니는 고교졸업을 앞두고 ‘8구단 드래프트 1순위’라는 목표대로 일본 국내구단을 포함해 메이저리그 구단의 스카우트 공세까지 시달렸으니 그의 꿈은 이뤄진 셈이다. 괴물투수는 갑자기 탄생하지 않았다. 우연히 공을 던져 구속 160㎞가 나온 것도 아니다. ‘160㎞를 던지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실천 방법을 세분화한 다음, 부단히도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연봉 10억’ 오타니 검소한 생활도 화제 “한달 20만원이면 충분하므니다” 오타니 쇼헤이는 니혼햄 파이터스 소속으로 연봉이 1억 엔(약 9억 3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고졸 3년차 선수의 연봉이 1억 엔에 달한 것은 2001년 마쓰자카 다이스케 이후 역대 두 번째다. 연봉과 더불어 비교적 검소한 생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스포츠호치>에 따르면 오타니는 부모로부터 월 90만 원의 용돈을 받아 생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타니는 “야구 외에 다른 취미가 없고, 기숙사에서 생활해 식비나 수도·난방비도 들지 않는다”면서 “실제로 쓰는 돈은 20만 원 정도”라고 밝혔다. “나머지는 전부 저축해 용돈만으로 2년 동안 2000만 원 가까이 모았다”고 한다. 게다가 패션에도 딱히 관심이 없단다. 얼마 전에는 인터뷰 당시 입었던 옷이 인터넷쇼핑몰에서 1만 원에 팔리는 상품이라 네티즌들의 반응이 떠들썩했다. 이동할 때는 프로에 들어와 가장 비싸게 구입한 90만 원짜리 정장을 입기도 하지만, 신발은 광고계약을 한 아식스 제품만 신는다. <스포츠호치>는 “비록 패션 스타일이 검소할지라도 유니폼을 입는 순간부터는 그 누구보다 빛나는 존재”라고 덧붙였다.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