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리앗 센터 서장훈은 큰 덩치와 무뚝뚝해 보이 는 표정과는 달리 한번 입을 떼면 청산유수라 는 평가다. | ||
‘요새 던지면 거의 다 들어간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서장훈은 무뚝뚝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상황에 맞게 조크를 섞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스타일.
6일 서울 잠실에서 열린 SBS와 삼성의 경기에서 서장훈은 발바닥 부상이 심한 탓도 있었지만 김훈과 왓슨의 집중 견제로 고전했다. 더욱이 서장훈은 부상 때문에 복용하던 진통제도 먹지 않고 풀타임을 뛰었기 때문에 더 힘들어 보였다.
팀도 져서 신경이 굉장히 날카로운 때였다. 그러나 서장훈은 인터뷰실에만 들어가면 냉정한 ‘달변가’가 된다. 차분하게 대답을 하면서도 주위가 좀 산만해지거나 썰렁해지면 금방 농담을 섞어서 분위기를 바꾼다.
이런 인터뷰 노하우를 보면 서장훈이 머리가 좋다는 평가가 헛말은 아니라는 것이 느껴진다. 국보 센터라는 별명처럼 자존심도 국보급이다. 웬만한 언론의 질문은 가소로운 듯이 넘겨 버려 질문한 기자를 머쓱하게 하기도 한다.
역시 달변가형에 속하는 선수로 김승현이 있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축구의 ‘이천수과’로 분류된다. 그만큼 재치있고 신세대답다는 이야기다.
TG의 슈퍼루키 김주성은 코트 안에서는 덩크를 펑펑 꽂아대는 야생마이지만 아직 신인의 조심스러움이 많이 묻어난다. 막내라서 그런지 주위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것도 그가 조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건방지게 보이기 싫다는 것이다.
김주성의 든든한 후원자인 플레잉 코치 허재는 경기장 안팎에서 늘 김주성을 챙기고 있다. 특히 김주성이 답하기 곤란한 질문이 나오면 중간에 적극적으로 끼어들어 ‘대변인’ 노릇을 한다. 그래서 기자들의 불만을 사기도 하지만 ‘얼마나 후배가 예쁘면 저럴까’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주성은 최근 선배인 서장훈과 비교되는 기사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니 그에 대한 질문은 더 이상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등 아직 ‘겸손한 신인’의 모습을 지키고 싶어한다. 그래서 선수들은 물론 팀 용병도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 꼽히고 있다.
▲ 왼쪽 김승현, 오른쪽 김주성 | ||
한번은 트래쉬 토크(경기중 주고받는 도발적인 언어)를 ‘트라쉬 토크’로 이야기해 어색해진 적이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사람은 그의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데 용병들에겐 전혀 문제가 없다고. 그래서 Y는 자신의 영어가 본토(?)영어에 가깝다고 우긴다고 한다.
잘생긴 P는 총각 때 남자 기자들에게는 잘 답변하지 않다가 여자 기자가 물어보면 갑자기 상냥해지는 버릇을 갖고 있었다. 지금은 결혼해서 그 버릇이 없어졌지만 P는 인터뷰에서 성차별(?)을 하곤 했다. 그러나 당시 P는 잘생긴 얼굴로 여성팬들에게 인기가 하늘을 치솟고 있던 때라 그의 ‘왕자’병에 대책이 없었다고 한다.
지금은 애 아빠가 된 L은 지금이나 결혼한 뒤나 원정경기 홈경기를 떠나서 항상 팬클럽이 구장에 상주한다. L의 인기비결은 그의 승부사적 기질과 팀이 꼭 필요할 때 ‘한방’을 날린다는 점이다. 또한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항상 상냥하고 자상하다는 것. 그의 자상한 태도는 인터뷰에서도 드러난다. 질문을 하면 하나에서 열까지 자세히 설명해준다. 중간에 자신의 답변이 좀 시원치 않다고 생각되면 ‘브레이크가 없을 정도로’ 설명을 거듭한다. 모호한 질문이 들어올 경우 또 다시 긴 설명을 반복하는 정성을 보여준다.
이밖에 많은 선수들에게 볼 수 있는 것이 ‘초월형’이다. 이들은 어떠한 질문에도 ‘맘을 비웠습니다’ ‘마음을 비웠기 때문에’라는 말을 빠트리지 않는다. 긴 슬럼프에서 벗어난 선수들이 자주 애용하는 유형이다. 피나는 훈련과 정신력이 중요하지만 게임에는 운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이런 면에서 보면 솔직한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