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월드컵 때 훈련중인 대표선수들. | ||
특히 월드컵 이후 줄곧 히딩크 감독이 국내 언론을 상대로 한국 선수 2~3명을 데려가겠다고 숱하게 밝힌 것과는 달리 아인트호벤과 정식으로 선수 영입을 논의한 시기가 10월 중순경부터라는 새로운 사실이 알려지면서 ‘감독님을 따르려던’ 제자들은 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
히딩크 입장에서 가장 충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선수가 바로 ‘믿었던’ 박지성(21•교토 퍼플상가)의 돌변이다. 박지성은 히딩크와 아인트호벤의 입단 제의에 “감독님이 부르면 무조건 달려가겠다”는 월드컵 직후의 태도에서 “아무리 제자라고 해도 조건이 맞지 않는데 억지로 갈 수 없다”는 입장 변화를 나타냈다.
박지성측의 불만은 현재 J리그에서 차지하는 박지성의 위치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일단 와 보라”는 식의 불투명한 조건만을 제시하는 아인트호벤측의 태도다. 동양 선수에 대한 평가를 낮게 책정한다고 해도 월드컵대표선수를 영입하려는 구단의 자세 치고는 너무 고압적이라는 것.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는 “이렇다할 조건이 없었다. 처음엔 히딩크 감독이 제일 먼저 데려가려했던 선수라고 해서 뭔가 엄청난 대우를 해줄지 알았다”면서 일본과 비슷한 조건이라면 응할 생각이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J리그에 남겠다는 확실한 입장을 밝혔다.
현재 일본에선 박지성이 속한 팀 외에도 올시즌 상위권에 오른 두 팀에서 연봉 1억엔을 제시하며 박지성을 데려가겠다고 적극 나서고 있는 중이라 박지성측은 서두를 필요를 느끼지 않고 있다. 박씨는 박지성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2~3년 정도 일본에서 더 활동한 뒤 유럽에 진출해도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아인트호벤이 박지성에게 제시한 연봉은 3억5천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박씨는 그 연봉에서 두 배 이상은 줘야 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씨가 고민하는 부분은 여론의 반응. 행여 돈 때문에 J리그에 남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마음에 걸린다.
박씨는 아무리 유럽 진출이 국내 선수의 꿈이라고 해도 마치 ‘떨이’로 팔려가는 것 같은 모양새는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지양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 히딩크 전 월드컵대표팀 감독 | ||
아이디어컨설턴트 대표인 다이애너 강이 정조국의 아버지 정송전씨를 만났는데 정씨는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고 나갔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고. 구체적인 조건이 거의 없는 데다 히딩크가 원하니 무조건 네덜란드로 건너가 일단 히딩크를 만나보라는 설명에 아연실색하고 말았다는 것.
정씨는 아인트호벤의 입장이 아니라 히딩크의 개인 매니지먼트사에서 선수 영입을 추진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아인트호벤 1군이 아니라 19세 클럽팀의 연습생으로 뛰어달라는 내용에 더 큰 실망감을 갖게 되었다.
“내년이면 프로팀에서 활약할 선수한테 19세 클럽팀 연습생으로 오라는 건 한국 축구를 무시한 처사나 다름없다. 한국대표팀 감독을 맡은 사람이 우리 선수를 그 정도밖에 평가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는 정씨는 국내 프로팀에서 몇 년 활동하다가 해외 진출을 시도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히딩크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히딩크는 얼마전 네덜란드 현지 TV의 스포츠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PSV가 이영표와 박지성을 영입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성, 정조국에서 이번엔 이영표가 새로운 인물로 등장했다.
역시 이번에도 계약기간이나 연봉 등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이 명시돼 있지 않고 그저 협상중이라고만 알려줬을 뿐이다. 에이전트의 입장에선 조건 없는 협상은 존재할 수가 없다.
특히 이영표가 소속팀이나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결코 작지 않기 때문에 아인트호벤에서 즉시 전력감으로 뛸 수 있는 조건이 아니라면 굳이 목 맬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아인트호벤의 히딩크호에 제일 먼저 탑승할 것으로 기대됐던 김남일은 어떻게 되고 있는 것일까.
남북통일축구대회 참관을 위해 귀국했던 히딩크 감독은 당시 해외 진출 문제로 방황하고 있는 김남일을 숙소인 하얏트호텔로 불러 아인트호벤 영입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아인트호벤은 김남일이라는 선수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전 아인트호벤 구단과 한국 선수의 수급에 관한 대행을 위탁받기 위해 네덜란드에 가서 폰즈 스프랭 부사장을 만나고 돌아온 스카이콤(주)의 송대한 실장은 폰즈 스프랭이 김남일의 이름조차 몰랐고 히딩크로부터 그런 선수에 대한 정보도 듣지 못했다는 걸 알고 놀라웠다는 소감을 전한다.
즉 ‘네덜란드 프로젝트’로까지 명명됐던 히딩크의 한국 선수 영입 계획은 구단과 논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히딩크가 독단적으로 언론에 흘린 것이었다. 아인트호벤의 무관심, 무대책에도 불구하고 국내 언론은 히딩크와 그가 데려갈 선수가 누구인지에 대한 촉각을 곤두세우며 연일 허튼 소리만 해댄 셈이다.
오는 18일 한국과 브라질의 친선경기를 앞두고 구단의 스카우트 관계자를 대동하고 입국하는 히딩크 감독이 이번엔 또 어떤 선수의 이름을 거론할지 궁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