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선홍 | ||
지난 10월 평생 은인으로 여기는 이회택 감독의 부름에 전남 유니폼을 입었던 황선홍은 K리그 복귀전에 강한 기대를 갖고 있다가 오른 발목 아킬레스건 부상이 악화되면서 지금까지 단 한 경기에도 출장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20일 브라질전에서 국가대표로서 은퇴식을 치르게 되는 심정은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회한을 갖게 한다. 황선홍은 지난 15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선 의외로 밝은 음성으로 최근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은퇴 경기라서 단 몇 분간이라도 뛰었으면 좋겠어요. 김호곤 감독과 상의해서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짓도록 해야겠죠.”
아직 ‘은퇴’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기만 하다고 한다. 월드컵 이후로 대표팀 은퇴 문제가 줄곧 거론됐기 때문에 조금 무뎌진 줄 알았는데 막상 은퇴식을 앞두고 있다보니 약간 감상적인 기분에 젖게 된다며 웃음을 흘린다.
얼마 전 한 스포츠 신문에 ‘황선홍이 워싱턴 DC유나이티드로 진출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사실 여부를 물었더니 아직 결정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맥빠진 대답이 들린다. 미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조건을 주고받을 만한 팀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
월봉 2천만원을 받고 오는 12월31일까지 계약을 맺은 전남에서 한 게임도 뛰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전했다. 대신 새로운 무대에서 코리아의 자존심을 걸고 좋은 플레이를 보인다면 팬들의 서운함이 조금은 사라질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애써 자위해본다.
황선홍은 전남이 자신과 계약을 맺은 이유 중 하나가 팀 전력을 극대화시키려는 목적에다 미국 진출 후 얻게 되는 부수적인 효과를 꾀한 부분이 있다는 어려운 얘기를 꺼냈다. 험난한 축구 인생에 대해 황선홍은 어느 정도 초월한 듯하다.
“너무 평탄하면 재미없잖아요. 언제까지 평탄치 않나 두고보려구요. 이젠 팬들에게 굳이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왜 굳이 미국에 가려는지를 물었다. 몸도 성치 않은데….
“축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론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잖아요. 그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스포츠 마케팅이 잘돼 있는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보면 다른 인생을 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바람대로 이뤄질까요?” “잘 되지 않겠어요?” 부디 남아있는 축구 스토리는 ‘장밋빛 인생’으로 채워지길 빌어본다.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