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사진)은 1일 절대 왕조시대에도 왕이 역사에 손을 대지 못했다면서 정부 주도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교육감은 이날 도교육청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직원조회에서 “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만들어서는 안 되는 수많은 근거를 댈 수 있지만 딱 하나만 말하겠다”고 운을 뗀 뒤 태종의 낙마사고를 기록한 태종실록의 한 대목을 소개했다.
‘친어궁시(親御弓矢)’로 시작되는 이 대목은 “친히 활과 화살을 가지시고 말을 달려 노루를 향해 쏘시다가 말이 넘어짐으로 인해 떨어지시다. 다치지는 않으셨다. 좌우를 둘러보고 말씀하시기를 ‘사관이 이것을 알지 못하게 하라’”라는 내용이다.
김 교육감은 “태종 4년(1403년)의 일로 왕의 권력이 매우 강할 때여서 다들 겁을 먹을 만도 한데 사관은 그대로 적었다”며 “역사에 손을 대는 것은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는 것을 왕들도 알고 있었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역사만이 아니고 동서양 모두 마찬가지였다”라고 전제한 그는 “황제나 왕이 역사에 손을 대는 순간 그 역사가 오염·왜곡되고 거짓이 들어가기 때문에 손을 안 댔다”고 강변했다.
김 교육감은 “역사와 관련해 우리 헌법은 제22조 제1항에 학문·예술의 자유를, 제31조 제4항에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하고 있다”며 “이에 근거해 수많은 역사학문 활동이 일어나고 그 결과물이 교육으로 들어오는 만큼 우리 역사를 위해 교육 전문가들만 손을 대야 한다”며 마무리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