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인천 감독 | ||
그리고 손아귀 힘이 어찌나 세던지 순간적으로 비명이 나올 뻔했다. 첫 미팅에서 백 감독의 카리스마에 기가 죽어 있는데, 다른 팀 코치들보다 나이가 많은 고참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심재원 선수와 김재박 이광은 신언호 차동렬 양승관 선수 등 완전히 ‘올드 올스타’ 선발 팀이었다.
사실 이 선수들은 은퇴를 결심했다가 백 감독이 부임하면서 1년만 같이 해보자해서 뜻을 같이 한 선수다. 백 감독은 나약해진 ‘노병’들과 겁없는 신참들을 뺑뺑이 돌렸다가 풀어줬다가 하면서 차츰 강팀으로 만들어 갔다. 그러다가 선수단에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LG가 야구단을 인수한다는 내용이었다. 백 감독은 우승만 하면 돈으로 ‘이불’도 만들고 ‘방석’도 만들 수 있다며 더욱 강도 높은 훈련을 시켰다. 엄청난 체력 훈련과 백 감독이 전수한 야구 이론에다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된 LG는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승승장구했다.
사실 LG는 우승 전력하고는 거리가 있는 팀이었다. 주전 선수 평균 연령이 ‘세계 최고’였고 패배 의식에 젖어 있는 선수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백 감독의 선수 장악력과 특히 타격이론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거의 모든 선수가 백 감독식 타격 자세로 변해 있을 정도였다.
또 하나 백 감독은 구단과 싸워가면서까지 선수 편에 서는 믿음을 주는 감독이었다. 한편에서는 백 감독이 너무 독단적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경기중에 실수한 선수에게 듣기 민망할 정도로 욕을 하고 주문한 대로 타격하지 않으면 가차없이 벤치에 앉혔다.
하지만 백 감독이 요구하는 타격을 해보면 실제로 타구가 강하게 날아가고 안타도 잘 나왔다. LG는 결국 그해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두었다. 지금 어수선한 롯데 사령탑에 앉은 백 감독의 상황이 그때와 거의 비슷하다. 하위권 전력팀을 이끌고 있는 데다 롯데가 잘해야 한국 야구가 살아날 수 있는 것.
LG의 우승을 당시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내년에 롯데가 우승은 못하더라도 순위 경쟁에 뛰어들 정도로 탄탄한 팀이 돼 있기를 기대해본다. SBS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