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표 | ||
그러나 애당초 히딩크 리스트에 들어 있던 김남일과 이영표는 영입대상에서 제외돼버렸다. 이적료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히딩크 감독의 김남일 이영표 영입 작전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게 아니었냐는 의구심이 머리를 쳐들고 있다.
해외진출 협상을 전후로 한 구체적인 상황과 심경을 두 사람에게 들어봤다. 우선 이영표(25)는 “진작에 아인트호벤행은 접었었다”고 말했다. 자존심을 꺾으면서까지 히딩크 감독의 그늘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고 한다. 측근에 따르면 이영표는 히딩크 감독이 자신을 영입하겠다는 말을 할 때마다 거의 믿지 않았다고 한다.
이영표의 에이전트인 김동규 대표(코리아e스포츠)는 월드컵 직후 하얏트호텔에서 아인트호벤 관계자와 이영표 영입에 대한 논의를 하며 ‘실망’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아인트호벤 측은 협상 과정에서 페예노르트가 송종국(23)을 4백만 달러의 이적료를 지불하고 데려간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고 넌지시 말하더니 우리는 절대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김남일 | ||
이영표는 히딩크 감독 밑에서 운동하면 유럽 생활에 빨리 적응할 수 있겠지만 합당하지 않은 대우를 받아가며 진출하고 싶지는 않다고 잘라 말했다. 김남일의 경우는 아인트호벤과의 입장 차가 더욱 컸다.
먼저 김남일은 남북통일 축구 때 방문했던 히딩크 감독과 40여분간 단독 면담을 통해 해외진출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당시에는 가장 유력한 진출후보로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러브콜’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접촉은 없었고 히딩크의 부름만 기다리다 박지성의 영입으로 아인트호벤행을 접어야 하는 상태까지 오고말았다.
김남일의 입장은 ‘돈 생각 안하고’ 부르면 무조건 나간다는 것. 측근인 김기훈씨는 “히딩크 감독이 아인트호벤이 아니면 다른 네덜란드 구단에 자신이 힘써 이적을 추진하겠다고 김남일에게 약속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협상테이블을 접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 박지성 | ||
전남 드래곤스 박강훈 국장은 “ 히딩크 쪽에서 일단 정식 제의가 들어와야 일을 추진할 수 있다. 터무니없는 액수를 제시한다면 김남일도 프로선수인데 자존심을 해치는 꼴”이라며 “하지만 남일이가 가고 싶어하기 때문에 제의만 오면 임대나 이적료를 낮추는 방법으로라도 꼭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아인트호벤의 국내 선수 수급을 맡았던 스카이콤의 송대한 실장은 김남일의 아인트호벤 진출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아인트호벤에는 김남일과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들이 많이 있기 때문.
반면 이영표는 미드필더에서 수비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인 데다 기복이 없어 아인트호벤이 탐내고 있는 만큼 아직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영표 역시 ‘이적료’ 문제로 협상을 유보하고 있는 상태다. 아인트호벤의 재정 상황 역시 이들에게는 넘기 힘든 ‘벽’으로 보인다.
박지성을 데려오고 나면 정조국이나 가격 부담 없는 또 다른 유소년 선수를 픽업하기에도 빡빡한 실정이다. 결국 재정적인 문제 등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아인트호벤에는 이제 남은 자리가 없는 셈이다.